가을을 속삭이는 장미

by 글담


비록 시들었다고는 하나,

장미는 장미입니다.

타들어간 흔적은 소멸의 아름다움을,

고개 숙인 모습은 체념보다 고요한 마감을,

장미는 그저 시간을 보여줄 뿐입니다.

비를 맞고

바람을 맞으며

햇살로 말리고는

봄의 장미가 가을을 속삭입니다.

홀로 남은 것을 고립이라 생각하지 말고 고독이라 여기라고.

생명의 기운을 뽐내다가

열사의 더위로 스스로를 태워버리는 장미는 우리의 자화상일 테죠.

비록 끝이라고 해도 추하지 않으니 장미이듯,

타고 남은 새하얀 재라고 해도 감히 실패한 인생이라 할 수 없겠죠.

태웠으니,

태워 봤으니 아쉬울 게 없어야 하는데,

자꾸만 뒤를 돌아봅니다.

장미의 화려했던 붉은색을 떠올리듯.

고독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성장과 성찰까지는 아니더라도

배움과 무지의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고개 숙인 채 고독을 맞이하는 장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