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찬 겨울은 볼 수 없는 온기보다,
보는 것만으로도 따스해지는 주황색 불꽃을 그립게 합니다.
마침,
언 손을 비비며 들어선 곳에는 난로가 켜져 있습니다.
난롯불은 공간을 데우고,
또 그곳을 밝힙니다.
매서운 바람은 몸을 벌벌 떨게 하지만,
정신은 맑게 해줍니다.
추운 겨울이 주는 선물이죠.
뜨거운 커피를 호호 불며 몸을 덥히지만,
차가운 바람으로 맑아진 머릿속은 그대로 지키려 합니다.
“이게 동상에 걸린 걸까요?”
그 친구는 걱정 어린 얼굴로 빨갛게 부풀어 오른 양손을 내밀었습니다.
보일러가 고장 난 집은 전기마저 나가 버렸다고 합니다.
그 모든 것을 온전히 복구할 때까지 찬물에 밥 짓고 설거지하고 씻느라 그리된 거라고 하고요.
게다가 바로 얼마 전에 따뜻한 곳에서 한참을 머물고 왔죠.
이곳의 한파에 적응할 새도 없이 온몸으로 추위를 껴안은 탓입니다.
연신 손이 따갑고 아프다는 말에 안타깝지만,
병원 가고 약 바르라는 이야기밖에 해줄 수 없습니다.
갑자기 며칠 전 보았던 난로와 따뜻하게 데워지는 주전자가 떠오릅니다.
주전자가 뿜어내던 김에 손을 녹이고,
난로가 발산하는 열기에 마음을 놓으면 나아질까요?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날.
모처럼 발길이 뜸했던 카페를 찾아갑니다.
가깝지는 않은 곳이라 걷고 타고 다시 걸으며 그곳에 다다릅니다.
읽다 만 책을 다 읽고 싶은 날이라서요.
혼자 걷는 그 길에서 엉뚱한 상상도 하고요.
얼마나 걸리는지 알고 길을 떠나도
모르는 길은 걷기 시작하면 늘 막막하고 오래 걸립니다.
그러다가 서점을 지나 공원을 가로질러 카페 앞을 지납니다.
처음 가 본 길이지만,
왠지 다시 찾아와서 걷고 싶어지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생각과 현실은 이렇게 다르죠.
머리로는 명료하게 지도가 그려지지만,
정작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일들은 힘겹기만 합니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도 생기면,
그 길은 험난한 인생의 굴곡이 되고 말죠.
굴곡이라 할지라도 그 삶의 현장에 들어가면,
순간순간 찾아오는 깨달음과 희로애락으로 기분이 환해집니다.
설령 그 순간이 잠깐이라 할지라도.
깨달음과 헛헛함 사이를 오가며 아마도 오랫동안 걸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제 막 들어선 길에서 잠시 주춤하지만,
누군가의 손이라도 붙잡고 길을 나서겠죠.
어떨 때,
그러니까 문득 짐도 챙기지 않고 카페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고 싶을 때,
정신을 맑게 해주는 차가운 밤하늘이 보고 싶을 때,
누군가 하는 말에 다가가기 위해 오랫동안 헤매다가 언제부터인가 가까스로 다다르게 될 때.
그때는 방황이 아니라 또 뭔가를 찾으러 떠나는 여행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