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히 삶의 지도를 그릴 때

by 글담

어스름이 내리는 골목 안 카페.

높은 천장에 매달린 조명으로 뭔가를 보고 읽으려 하니 침침합니다.

안경을 벗고 눈을 비비며 한동안 멍하니 있습니다.

콘센트를 뜯어내고 작은 공간으로 만든 주인장의 감각에 슬며시 웃으면서.

갇힌 듯 열려 있는 작은 공간을 보며 자신을 떠올립니다.

닫힘과 열림의 경계에 서 있는 나를.


곳곳의 자리에서 시끌벅적하던 수다는 조용합니다.

모두가 저녁이 되자,

삼삼오오 들어온 대로 빠져나갑니다.

그들과 나의 경계는 여유와 초조인 듯하고요.

주말,

그것도 연휴에 일하는 내가 새삼 궁상입니다.


늘 경계에서 오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리 가라고,

또는 저리 가라고 떠미는 사람들이 많았죠.

어느 순간,

그들은 사라졌습니다.

아니,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하는 게 맞을까요.


경계라고 해도,

뭔가 우뚝 선 곳에 있으면 이리도 보고 저리고 볼 텐데,

안쪽에 갇혀 있거나,

혹은 가장 낮은 곳에서 서 있으니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길조차 볼 수 없으니 한동안 서성거릴 수밖에요.


장편소설을 읽을 때,

거대한 서사보다 한 사람의 인생이 고요히 흘러가는 것을 읽을 때가 더 와 닿습니다.

해피엔딩 따위는 바라지도 않고,

그저 경계,

또는 갈림길에서 서성이다가 한쪽으로 움직이며 삶의 지도를 그리는 모습.

이 과정을 가만히 지켜봅니다.

내 인생의 이야기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가늠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