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일 때 세상이 보입니다

by 글담

돌아다니다가 낯선 카페에 들렀습니다.

봄은 마음껏 돌아다녀야 제맛이죠.

다소곳이 고개 숙인 등불이 수줍게 반겨줍니다.

고개 숙이는 겸손이 어둠을 밝히는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도 저래야 할 텐데요.


한 시인이 제 자식을 세상에 내놓았다고 해서 찾아갔습니다.

인고의 세월을 묵묵히 감당하며 한 글자씩 써 내려갔을 시를 맞이하려고요.

그 시인도 조용히 고개 숙여 시를 썼을 테죠.

그 옆에 함께 고개 숙여 빛의 자리를 내준 등불이 있었을 테고요.

온몸으로 받아들였어야 했을 삶의 굴곡이었지만,

고개 숙인 등불 아래여서이었을까요?

시는 담담하게 겸손한 말을 건넵니다.


시인과 화가,

목사와 배우.

저마다 시인에게,

혹은 어쩌면 시인의 삶에 인사를 건넵니다.

탁자 위에 놓인 술 한 잔을 보며 부끄럼을 타는 나는 자꾸 고개를 숙이고요.


고개 숙이는 게 참 어렵습니다.

타의에 의해 억지로 숙일 수는 있어도,

스스로 고개 숙이는 것이야말로 정말 힘들죠.

성찰의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숙제이기 때문에요.

가끔 혼자서 멍하니 바깥 풍경을 봅니다.

성찰하는 흉내라도 내보려고요.


오랜만에 며칠 동안 공책과 책만 들고 다녔습니다.

노트북이 있으면 아무래도 일을 할 수밖에 없어서요.

펜을 잡고 좀 더 천천히 글을 쓰고,

일이 아닌 글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죠.

지식의 경계를 넘어 지혜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애쓰면서 말이죠.

또 한 번 고개 숙여 세상을 좁은 구석까지 들여다봐야겠습니다.

그 시간이 귀한 줄 새삼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