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비인정의 공간일까

by 글담


한여름의 무더위는 카페마저 조용한 공간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원체 더운 날씨인지라 오가는 사람들이 드무네요.

덕분에 이 공간은 또 나만의 전용 공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카페 사장의 주름살이 늘어나고 있지만,

조용한 카페에서 조용한 음악을 듣는 호사를 누립니다.

어느덧 입가에선 슬며시 웃음이 삐져 나옵니다.

태양은 하늘 한가운데 떠서 좁쌀 만한 우리를 내려다 봅니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해 보라는 식으로 작렬하는 태양의 열기에 까뮈의 이방인을 떠올립니다.

아, 이러다가 정신줄을 놓을지도 모르겠네요.

마침 내 손에 뭐라도 쥐어진 게 없으니 별일은 없겠죠.

조용한 카페를 혼자 차지하고 있으니 좋긴 합니다만,

그래도 카페는 음악 소리와 커피 머신의 소음, 그리고 사람들의 수다가 한데 어우러져야 제맛이죠.

단골 동네 카페 어디를 가도 너무 더운 날씨에는 사람 구경 하기가 힘들답니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군요.

살며시 책을 꺼내 듭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풀베개]를 읽는데,

‘비인정(非人情)’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의리나 인정 따위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뜻인데,

한편으로는 인간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뜻하기도 하나 봅니다.

마침 뜻밖에도 이 더운 날씨에 비인정의 카페를 느긋하게 감상합니다.

곧이어 손님이 한둘 오면 순식간에 사라질 공간입니다.

그럼 이 공간은 실재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환상의 공간일까요.

날이 무척이나 덥네요.

속세의 카페에 앉아 비인정을 떠올리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