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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에서 망상을 즐기며

by 글담



더는 걸어갈 수 없는 바닷가에 다다랐을 때,

육지의 끝자락에서 괜히 무언가 새로운 시작을 떠올립니다.

탁 트인 바다와 낮게 깔린 구름 사이로 떠오른 건 없었습니다.

뭐라도 던져 버리고

뭐라도 건져 보려고

한참을 바라본 낯선 나라의 바다는 그저 조용합니다.


뭔가를 부여잡으려 할 때 초조합니다.

초조한 마음이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불안도 엄습합니다.

이쯤 되면 아예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을 테죠.

그때 그곳에서 마냥 바다와 바람과 하늘과 구름을 마주할 따름입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곰곰이 생각합니다.

또 한 번의 막을 내리고 다시 막을 올릴 때까지 어떤 시나리오를 짤지.

한참을 망상으로 시간을 때우면 초조함이나 불안은 사그라들죠.


때로 망상이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급한 마음일수록 돌아가라고,

생각도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돌아갈 때는 과감히 돌아가야죠.

덧없는 공간을 일깨워주는 바다 앞에서

덧없는 시간을 알려주는 하늘 앞에서

또다시 생각의 발길을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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