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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지 못해 순간이라 부릅니다

by 글담



따가운 가을 햇살이 눈부신 한낮의 공원을 걸을 때,

시든 꽃무리에 홀로 핀 꽃 한송이가 어찌 그리 아쉬울까요.

또 올 수 있지만,

또 와도 그 순간의 그 꽃이 수줍어하던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순간은 다시 되돌릴 수 없어서 순간입니다.

그걸

잡아두려고

담아두려고

잠시 발걸음을 멈춘 채 렌즈를 들이댑니다.

정지의 순간은 담을지언정

그 꽃의 생애를 품을 수는 없겠죠.


한순간의 절정을 보여주기 위해

그 꽃은 얼마나 많은

햇살을,

바람을,

빗물을

담고 모았을까요.

그 시간들이 쌓이고 흘러 이 순간을 보여주는 것이겠죠.

절정의 순간은 축적된 시간에 비해 짧고 강렬합니다.

그 오랜 시간이 허무할 만큼.

그 절정의 순간이 지나면 서서히 시들어 또 다른 순간인 쇠락의 미를 보여줄 테죠.


생애를 지나는 모든 시간이 순간의 연결입니다.

순간의 절정만을 생각한다면 아찔합니다.

매번 타올라야 하고 빛나야 한다는 그 압박감을 어찌 견뎌낼 수 있을까요.

그러니 순간은 순간으로 흘려보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일요일의 망중한은 순간을 흘려보내는 데 알맞습니다.

오늘

이 시간

이렇게 흘려보냅니다.

아, 내일도 망중한의 순간이 연결되는 휴일이군요.

너무 많이 흘려보냈다가 정신마저 홀려버릴까 슬며시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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