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불리 말하는 위로나 희망, 용기 따위는 의미가 없다고 하죠.
그걸 알기에 그는 그렇게 멀찍이 서 있는 걸까요.
사람을 고파하면서도 곁을 내주지 않습니다.
시를 쓸 때,
어설픈 낭만으로 덧칠하는 걸 극도로 싫어할 테니
살랑이는 바람에 흩날릴 말의 가벼움을 참지 못하는 걸까요.
오랜 세월 동안 그림자만 내줄 뿐,
시인은 저렇게 홀로 서 있는 가로등입니다.
구름 한 줄기 남기며 날아간 그 무언가를 우두커니 바라볼 뿐입니다.
문득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 시인이 떠오릅니다.
가벼이,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은 노래를 부르려는 그.
오늘도 환히 비추다 가끔 점멸하는 가로등 불빛처럼 외로이 서 있습니다.
글도 노래도 말도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리다 흩어집니다.
어디로 어떻게 갈지 몰라 헤매는 방랑객처럼.
모두가 시인입니다.
다들 분주히 발걸음을 옮기지만,
어디로 어떻게 가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이 궁해집니다.
그래서 시인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글쟁이의 타고난 운명을 가진 게 아닐까요.
그래서 가끔 사람과 사물과 거리를 두며 바라보려 하는 게 아닌지요.
봉인해둔 글 보따리를 언제 풀지가 궁금해집니다.
어둑해진 하늘을 보니 그때 그곳의 가로등과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사진첩을 뒤적이며 낯선 이국의 다를 게 없는 가로등을 봅니다.
달라도 다르지 않은.
사람의 온기가 그렇겠죠.
달라도 다르지 않아 낯설어도 관계를 맺는.
누군가의 시를 읽으며 공명을 불러일으키는.
가까이 다가가려 하다가도 거리를 두려는.
그래서 누구나 다 시인이자 독자입니다.
오늘 한 줄 시를 써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