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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Oct 27. 2022

132_ 부모님에 재정 상태를 알고자 할 땐

+ 30대 노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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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가족 간에도 터치해서는 안 되는 매우 사적인 부분이다.

부모가 다 큰 우리의 월급을 압수하고 통장을 마음대로 관리하면 안 되는 것처럼 우리도 자식이라는 이유로 부모의 돈을 쥐락펴락해서는 안 된다. 결혼하고 애까지 있는데 친정이나 시댁에서 돈 관리를 맡겠다고 했다가는 이혼 얘기 나올 판이다.


그러니 친구한테는 물론 부부간에도 조심스러운 걸 우리보다 훨~씬 어른이신 부모님에게 공개해달라고 하려니 얼마나 조심스러워야 하겠는가! 사실 서로의 재정 상태는 굳이 묻거나 따지지 않는 게 좋다. 설령 그게 가족이라 할지라도. 그걸 터치하는 건 매우 매너 없는 행동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듯하다.


하지만 부모님의 노후를 효율적으로 도와드리려면 부모님의 재정 상태를 제대로 아는 게 좋긴 하다. 두 분께 연금이나 보험을 추가 가입시켜드리려면 현재 어떤 상품에 가입됐는지 알아야 하니까. 그리고 부모님이 금전적으로 위태로운 상황일 때도 마찬가지다. 두 분이 알아서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면 상관없는데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크게 터지게 되니 그러기 전에 자식들이 한번 살펴보는 게 좋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 무언가 알고 싶다면?

최대한 모든 예의를 다 갖춰서 공손하고 조심스럽게 여쭤봐야 한다.


“어머니, 아버지. 노후 관리 잘 되고 있으시죠?”


이렇게 대놓고 물어보면 안 된다.

이때만큼은 최대한 나의 상사 혹은 VIP 손님을 대한다는 생각으로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부모님이 불쾌해하시거나 불편해하시지 않게.


“어머니, 제 친구 C 있죠? 걔 부모님이 요즘 병원에 다니시는데 보험 가입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래요. 실손의료보험(실비)은 꼭 있어야 한다던데… 두 분은 어떠세요?”


단도직입적으로 실비가 있으시냐 묻는 것보다 이렇게 돌려 말하도록 하자. 남의 얘기하는 척하면서 부모님이 거기에 대해 잘 아시는지, 그 상품을 이용하고 계시는지 알아내는 거다. 이때 부모님 반응부드러우면 대화를 한 발짝 더 나아가도 좋다.



부모님 :  실손의료보험? 그래. 그거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 근데 우리는 아직 가입 못 했어. 당장 여유도 없지만 뭘 어떻게 가입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자식 :  제가 보험 좀 알아봐 드릴까요?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같이 찾아보면 좋을 것 같은데. ^^



무슨 얘기를 하든 허락을 구하는 대화법을 써야 한다.

보험에 대한 건 일단 허락을 받고 나서 천천히 고민해도 되니 당장 보험에 대해서 잘 몰라도 괜찮다. 그리고 보험이 잘 마무리되면? 다른 금전에 대한 질문으로 하나씩 넘어가면 된다.


“아버지, 어머니 국민연금 받으세요? 저는 30년 뒤에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는 기사를 봐서… 받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근데 만약, 부모님이 금전 얘기만 꺼내면 불편해하시고 꺼려하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땐 일단 한 걸음 물러서서 대화를 부드럽게 마무리 짓는다.


C는 요즘 부모님 보험을 다시 점검해 주고 가입해드리는 거 같더라고요. 어머니, 아버지도 혹시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


그리고 다른 화재로 대화를 돌린다.

절대 거기다 대고 “아, 내가 제대로 좀 봐준다는데 그걸 왜 안 알려준다는 거예요. 대체!!” 큰소리치며 싸우면 안 된다.


재무설계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부모님의 자산, 빚, 수입, 지출, 생활비 등 돈에 관한 걸 여쭙는 것도 그게 공개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자녀에게 재정 상태를 공유하는 부모는 많지 않다. 게다가 평소 부모·자식 사이가 살갑지 않았다면 더 어렵다.


그럴 땐 무조건 천천히 하나씩 접근하는 게 가장 좋다. 처음에는 한 달에 1~2번 정도 돈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보자. 집에 보험이 잘 가입되어 있는지~ 비상금은 있는지 등등. 만약, 부모님과 따로 살고 있어서 한 달에 1번 정도 만나는 사이라면… 2~3번 만났을 때 1번 정도 말하는 게 좋다.


만약, 부모님이 돈 얘기만 나오면 질색하실 때는 어째야 할까?


그래서 두 분에 자산 상태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 말이다. 그땐 내가 할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하면 된다.


예를 들면, 두 분이 실직되셨거나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를 대비해 비상금을 마련하는 거다. 그건 두 분이 자산상태가 어떻든지 간에 상관없이 수준에 맞춰 준비하면 될 일이다. 부모님께 불로소득으로 얼마가 들어오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생활비 도움을 드릴 땐 드릴 수 있는 만큼 용돈을 드리고 따로 부모님에게 써야 할 비상금을 준비해놓으면 된다.


중요한 건, 두 분이 자산 상태에 대해 공개하시기를 꺼려하신다면 절대 강제로 알려고 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돈 얘기를 영 불편해하시면 꺼내지 않는 게 낫다.  


그러다 나중에 큰일 터지면 그때는 묻지 않아도 알아서 다 말씀해 주실 테니까. 당신이 처한 상황을. 그러니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하는 건 부모님에 의사 존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매우 특별한 경우다.

한 번도 내가 먼저 집안 돈 관리를 할 테니 빚, 자산 다 공개해 달라는 식의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건 완전 어머니의 영역이었으니까. 하지만 어머니는 보험 한 번 다시 살펴봐야 하지 않느냐~ 비상금은 마련되어 있느냐~ 조심스레 묻는 딸내미에게 살림을 공개하셨다. 어머니께 매우 감사드리는 바이다.


그 후로 5년이 지난 지금 나는 카드 결제 통장을 바꾸는 등에 아주 사소한 것까지 어머니께 무조건 확인을 받는다. 그리고 그때마다 상사에게 결제받는 심정으로 나름 공손하게 말씀드리려고 신경 쓴다. “어머니! 카드 결제 통장은 이걸로 당장 바꿀 거예요. 그런 줄 아세요!” 절대 이러지 않는다.


“어머니. 카드 결제 통장을 다른 거로 바꿀까 하는데 괜찮을까요? 그동안 쓰던 통장 말고 보험료 나가는 통장에 하나로 묶어서 결제만 하는 통장을 하나로 묶어 관리하는 게 편할 것 같아서요. ^^”


그리고 결제 통장을 바꾸는 것처럼 손해가 생길 일이 없는 별거 아닌 일이라도 어머니가 싫다고 하시면 무조건 어머니 뜻에 따른다. 몇 번의 설득을 더 하기는 하지만 어머니가 불편하시다고 하면 결국은 하지 않는다.


왜냐?

이건 부모님 돈이니까.


가끔은 걱정이 된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보고 이제부터라도 신경 쓰겠다며 갑자기 부모님의 통장을 막 뒤져본다던가~ 노후자금을 공개하라며 무례하게 굴지는 않을까 싶어서. 누누이 말하지만, 아무리 부모·자식 간이라고 해도 돈은 매우 사적인 부분이라 서로 노터치가 기본이고 그게 당연한 거다.  


남의 돈을 자기가 마음대로 하겠다는 건 뒷골목에서 이제부터 네 돈 내가 관리해 준다며 돈을 뺏는 강도나 다름없다. 설령 그것이 부모님을 위해서라고 한들 두 분의 재정 상태에 대해 공개하라고 무식하게 강요하거나 윽박지르고 화를 내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건 엄연히 폭력이다.  


부모님이 싫다는데 억지로 재정 상태를 알려고 하지 말고, 강압적으로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라. 내가 두 분의 재정 상태를 하나에서 열까지 전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아주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해결할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중요한 건 서로를 위하는 그 과정이 부드럽고 따뜻해야 한다는 거다.  





● 참고 글 → 97_ 자식한테 자산 공개는 안 하는 것이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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