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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Jan 25. 2022

12_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목차__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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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올여름 무더위를 어떻게 하면 무탈하게 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많던 그런 날이었다. 그런데 벌써 추운 한파가 들어서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나 옷을 3겹, 4겹 껴입고 나가느라 바쁘다. 그러고 보면 시간이 흐른다는 건 참 대단한 일이다. 사람의 일상을 전과는 전혀 다르게 변화시키는 걸 보면.


계절이 변하는 동안 부모님에 재정상태에도 작은 변화들이 생겼다. 어머니는 보험 하나를 해지하는 대신 1만 원 정도 더 저렴한 보험에 하나 더 가입하셨 어머니는 국민연금, 아버지는 기초연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경비로 재취업을 하시면서 월급이 전보다 줄었고 출퇴근 교통비가 추가되었다.


어머니의 국민연금과 아버지의 기초연금으로 불로소득이 조금 더 늘긴 했지만 줄어든 월급과 늘어난 교통비로 인해 전체적인 수입이 나아졌다고 하기는 애매하. 그래도 곧 보험 하나가 만기 되면 지금보다 쪼금 숨통은 트이지 않을까 싶다.


변화는 늘 이렇게 조그맣다.

그래도 그 조금 덕분에 부모님이 일을 그만두셔도 생계비 걱정은 없으셨으면 좋겠다는 걱정에 대한 답이 꽤나 희망적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글을 쓰기 시작한 그때부터 지금까지 세일하는 것만 사고, 옷 한 벌 살 때마다 수십 번 망설이고, 여전히 cafe 1번 편히 못 가고, 아버지는 힘들게 경비 일을 하셔야 하는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계산기로 두드린 값은 전보다 플러스다. 그것만으로도 땡큐다.


여전히 드라마처럼 대박이 빵~ 터지지 않고 변함없이 쭈굴쭈굴하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기적을 바라다가는 나중에 더 큰 후회를 하게 될 게 뻔하니 지금도 바지런히 구겨진 일상을 펴는 중이다. 그렇게 조금씩 펴다 보면 나중에 멀리서 봤을 때 “그렇게 주굴거리지는 않는데?” 하는 정도는 될 듯싶다.


그래도 가끔은 이런 삶이 불안하게 느껴져 잠을 설치고는 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신경 쓰이는 건 다름 아닌 이 인생의 주인공이신 부모님에 마음이다. 나의 60대는 이렇게 보내고 싶지 않다 여기는 삶을 두 분은 살아가고 계시니 속이 퍽 상한다.


‘어머니, 아버지. 두 분이 20~30대 때 생각했던 노후는 어떤 모습이었어요…?’


너무나 궁금했던 이야기.

하지만 차마 여쭤보지 못했다.


그때 두 분이 바라던 미래가 현재의 모습은 아니라는  너무 잘 알고 있으므로. 내가 원하던 삶은 이런 삶이 아니었다는 말을 듣게 되는 것도, 그런 말을 하는 부모님을 보는 것도 내게는 너무 괴로운 일이니까.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물어볼 일이다.

지금 내가 그리는 나의 미래와 실제 30년 후에 나의 삶은 지금 내가 상상하는 것과 많이 닮아있을지에 대해서. 과연 지금 예상했던 것과 비스무리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까? 내 나이 육십에 부모님과 똑같은 삶을 살아간다면 어떨…?


부모님에게는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그 대답을 들으면 뻔히 슬플 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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