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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Jan 23. 2022

11_ 신세한탄

목차__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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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어릴 적에는 내 노후가 이렇게 가난할 줄 몰랐어. 당연히 그때보다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지. 열심히 일했고 남들보다 한 푼, 두 푼 더 아끼며 살았으니까. 그리고 너희들이 커서 나한테 윽박지르고, 원망하는 건 더 상상도 못 했던 일이고. 이렇게 살려고 그동안 그렇게 살았던 게 아니었는데 내가 뭘 잘못한 건지…. 그래도 나는 나름 너희 둘 잘 키우겠다고 부단히 애썼는데 말이야….”



아버지가 실직하셨을 경우 생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한 건덕지가 너무 없어서 한숨을 푹 쉬나를 보시던 어머니가 갑자기 신세한탄을 하셨다. 나보다 더 무거운 한숨을 내쉬면서.


빈 부모의 사정을 쳐다보는 다 큰 딸내미의 모습을 바라보는 건 충분히 그런 감정을 일으킬만한 일이었을 것이다. 나의 어머니가 나라는 존재는 뒷전으로 두고 내가 원하는 것은 수두룩하게 포기하면서 자식과 남편 뒷바라지를 할 수 있었던  아이들은 커서 취직 잘하고 나는 내 목소리만이라도 크게 내며 살 수 있겠지 하는 희망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을 테니까.


부자는 바라지도 않으셨다.

밥벌이 못하는 내 자식이 가난한 부모님에 노후를 걱정하는 지금의 모습 또한 한 번도 원한 적 없으셨다.


어머니가 그리던 오늘에는 할인 상품만 찾아다니는 모습과 매섭게 눈을 흘기며 더 큰소리를 치는 자식은 없었다. 하지만 30년 후 그 그림을 확인해 보니 바라던 것과 느낌이 너무도 다르다.


 그림에 대한 어머니의 평은 “이렇게 될 줄 몰랐다….”라는 신세한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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