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구름 Feb 04. 2022

20_ 책 '노후 파산'

목차__ 上

.

.

우리나라(한국)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 1위다.

노인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 또한 한 해에 3,500명가량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으며, 노인 10명 중 7명은 가난, 질병, 고독 등 2가지 빈곤을 함께 경험하는 ’ 다차원 빈곤충‘에 빠졌다.   


  < 출처 : 장수의 악몽 노후 파산 – NHK 스페셜 제작팀 >  


.

.

얼마 전, 다산북스에서 출간한  <노후 파산 - NHK 스페셜 제작팀>을 읽었다. 일본 NHK 방송국에서 '노후 파산'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노후 빈곤에 처한 노인들의 삶과 그들이 겪고 있는 사회 구조적 문제 등을 다룬 책이다.


노후 파산, 대체 어떻게 그런 단어를 생각했는지.

단순히 여유롭지 못한 정도로만 느껴지던 빈곤이라는 단어보다 완전히 부서져버리는 그 비참한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 주는 그 단어가 마음에 들었다. 노후에 빈곤이란 무어던가. 단순히 외식 좀 못하고, 여행 좀 못 가는 삶이 아니다. 돈이 없어서 하루 한 끼밖에 먹지 못하는 것, 지독한 통증에 시달려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병이 악화되기만 하는 것, 집에 전기가 끊기는 것 등 아주 기본적인 생활이 무너짐에 따라 삶이 완전히 붕괴되는 파산 그 자체다.


[노인 10명 중 7명은 가난, 질병, 고독 등 2가지 빈곤을 함께 경험하는 ’ 다차원 빈곤충‘에 빠졌다.]      


책의 뒷면에 쓰인 이 짧은 한 문장은 보기만 해도 불행이 느껴졌다.

가난, 질병, 고독은 정말 확실하게 불행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다. 글에는 노후 파산을 겪으며 사는 몇몇 노인들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그들에게는 10,000원짜리 옷도 사치가 되었고 한 끼 식사는 1,000원 정도로 해결해야 했다. 그렇지. 가난하다는 건 이런 거였지….


100엔 슈퍼에 가서 가장 싼 면을 사다가 여러 번 나누어 먹으며 정말 한 푼이라도 아끼는 모습에서 찌는 듯한 더위에 생수값 아끼신다고 야외 수돗물을 드셨다던 내 아버지와 2,000원짜리 채소도 비싸다며 사지 않으시던 내 어머니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아주 기본적인 생필품조차 기본적으로 갖출 수 없을 만큼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들이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노후 파산, 그것이 자꾸 남의 일이 아닌 어쩌면 내 부모님의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으로 번졌다. 에서 설명하는 그들의 생활모습에서 꽤 자주 내 부모님이 떠올랐다. 공감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 공감이 됐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그들에 비해 매우 풍요롭게 살고 있지만, 그건 그나마 지금 아버지가 직장(경비원)을 다니는 덕분이 아니던가. 이미 실직이라는 외줄 타기 중이라 하루하루 간당간당하니 우리 가족이 노후 파산을 겪는 건 시간문제가 아닐까. 그러니 자꾸 공감하기 싫은데 공감이 돼버리고 만다.


하루하루 갈수록 빵 하나 사는 것에 대해 머뭇거리는 시간이 길어지는 게 그 불안에 힘을 실어준다. 10,000원짜리 옷 한 벌 사는데도 벌벌 떨던 건 이미 몇 해전부터고 생필품도 최대한 사지 않는 쪽으로 머리를 굴리며 산다. 그 모습이 꼭 후 파산을 겪는 그들의 생활과 조금씩 비슷해지는 거 같다. 그동안 부모님의 노후를 준비하면서 모아둔 돈 덕분에 그 시기를 조금 늦출 수는 있겠지만, 아버지가 실직하시면 결국 그들과 같은 생활을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빈곤이 얼마나 비참한 삶인지를 어렴풋이나마 알기에 자꾸 부모님에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는 한다.

아직은 괜찮다, 당장 일어나지 않은 일은 걱정하지 말자, 아버지가 일 하시지 않아도 안정된 삶을 살 수 있게 잘 준비하고 있다며 불안을 덜기 위해서.


 속에 그들도 젊어서 쉬지 않고 열심히 살았다고 했다.

하지만 노후에 맞이한 건 빈곤이었다고. 돈을 잘 벌던 사람도 있고, 그냥 평범하게 벌던 사람도 있었는데 노후에 대한 준비를 해놓지 않고 나이 들어 보니 가진 것이 별로 없더라 하는 건 다들 똑같았다.


사연에 돈을 잘 벌던 분들은 보통 사업가인 듯했고 부도와 같이 돈을 잃는 큰 문제를 겪는 바람에 가난을 맞이한 듯했다. 전문직이나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 중간에 보증이나 파산 등의 문제를 겪지 않은 고소득자들은 보통 어떤 노후를 맞이하는지가 궁금했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없었다. 아쉽다.


자기 전에도 읽고 깨자마자 책부터 찾을 만큼 오랜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독서에 집중했다. 책 속에 그들의 생활상을 보며 '그래. 그렇지. 가난이 이렇게 무서운 건데 다들 이걸 모르고 노후 준비에 소홀히 하지…'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는지 모른다. 노후 준비에 대한 필요성을 영 모르겠다는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이 나온지가 벌써 6년(2016년 출간)이 지났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국에 노인 빈곤율은 꾸준히 증가 추세라 노후 파산하는 이들은 나날이 늘어만 가고 있다. 가끔 노후 빈곤율이 해마다 늘어난다는 기사를 볼 때면 이 책에서 나오는 인물들 중 하나가 내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또 온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다. 새 달력을 다는 날이면 뭐 이리 시간이 빨리 지나가나 싶어 이러다 어느 순간 준비되지 않은 나의 노후가 코앞에 서 있는 건 아닐까 한숨이 절로 튀어나간다. 


부모님도 부모님이지만, 노후 준비를 하지 않은 나도 나이가 들수록 달력을 넘길 때마다 내쉬는 한숨의 무게가 천근에서 만근으로 늘어나겠지 싶다. 휴….







책.  노후파산


매거진의 이전글 19_ 돈 쓰는 게 조심스러워졌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