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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Feb 08. 2022

22_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유

목차__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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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어머니~ 오늘은 외식해요!


어머니 : 안돼! 며칠 전에 치킨 시켜 먹었잖아. 그러니까 오늘은 그냥 집에서 밥 먹어.

    


…어?

이 질문, 이 대답 작년에도 한 거 같은데???

기억을 더듬어 보니 10년 전에도, 그리고 고등학생 때도, 중학생 때도, 초등학생 때도 했던 너무도 익숙한 대화다. 데 문득 서른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이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30년이 흐르는 동안 부모님은 꾸준히 일하셨고, 이제 자식들도 장성해서 목돈이 들어가는 일도 없는데. 왜 아직도 어머니의 대답에 긍정적인 변화가 없는 것인지 사뭇 심각한 의문이 들었다.


20대까지는 NO라는 대답에 투덜거릴 사정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돈으로 자식 둘에 식비와 교육비, 독립이나 결혼자금 등을 계산하면 치킨은커녕 옷 1벌도 마음대로 살 수 없다는 것쯤은 어린 자식들도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뭉텅이로 들던 양육비와 교육비는 마무리가 되었고 자식 중 하나는 나가 살고, 남은 하나는 어쩌다 백수 모양으로 식비를 탐하고 있으나 그게 그리 돈이 많이 드는 건 아니라. 물론, 내가 빠지면 자가용은 못 사더라도 치킨 1번은 더 시켜먹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이제는 며칠에 1번 외식을 해도 될법한데 여전히 그 1번을 더 하는 것이 힘들다는 건 좀 의아스러웠다.


자식이 경제적 독립을 하면 전보다 훨씬 여유로워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다. 여전히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계산상으로 보면 자식들에게 들어가는 돈이 줄어든 만큼 금전적 여유가 생겨야 하는데 여전히 생활이 쪼들리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20년을 성실히 일하고 알뜰히 살아왔는데 생활은 전과 크게 다름이 없고, 오히려 점점 어려워지는 모양새를 띤다. 소득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고 지출은 더 줄었는데 생활이 나이지지 않는다.


… 왜지?

하루 날을 잡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어디가 잘못되어 그런지 따지고 들었다. 하나하나 집안 사정과 상황을 나열해놓고 보니 그제야 아이러니함에 원인들이 몇몇 눈에 띈다. 일단 그동안 집안에 수입이 적었다는 게 한몫한다. 자식 키우느라 여윳돈을 모을 수 없을 만큼에 소득, 그것이 꽤 큰 이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식이 없었다면 그 여윳돈이 조금은 생겼을텐데 하필 두 아이가 있었다. 그동안 알뜰살뜰 살면서 푼돈까지 긁어모았던 그 목돈들은 자식들에게 몽땅 들어갔다. 덕분에 우리 자식들은 고액 과외라든가, 좋은 옷, 다양한 여행 등 풍족한 경제적 지원을 해주신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동네 학원 정도는 다닐 수 있었고, 대학 학비 걱정은 하지 않았다. 비록 나는 브랜드 옷은커녕 일주일에 1번도 치킨을 사 먹지 못하고 살았지만, 부모님은 우리 집 형편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주셨다.


하지만 자식들이 장성하고 들어가는 목돈이 없게 된 후에도 생활비에 여유가 크게 늘지 않았다. 자식에게 투자한 돈이 대단히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전보다 지출이 줄긴 줄었지만 생활이 확 나아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

자식에게 쏟아부은 그 최선에는 두 분의 노후 준비를 포기가 포함되어 있었고, 30~50대에 부모님이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해 놓지 않은 것이 60대가 된 부모님에 발목을 잡았다. 대충 잡아도 25년 이상에 긴 기간 동안 자산을 마련해놓지 않은 덕에 25년 전과 마찬가지로 오늘도 일하지 않으면 다음 달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인생을 살아가게 되었다. 거기다 덤으로 갈수록 쇠약해지는 몸 때문에 병원비니 뭐니 나갈 돈만 늘어나는 형편이다. 그러니 경제적으로 나아지기가 젊었을 때보다 어렵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당신이 잠들어 있을 때도 돈을 버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당신은 평생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한다.”


팩트다.

불로소득이 적은 부모님은 아무리 30년을 넘게 돈을 벌고 알뜰살뜰하게 살아도 계속 일을 하셔야 한다. 근데 계속 일을 해도 수입이 적으니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생활고를 벗어나지 못한다. 희생에 대한 대가는 바라지 않더라도 자식에게 들어간 돈만큼은 비등비등하게 나오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자식이라는 족속들은 먹은 만큼 뱉어내지를 않는 생명체라. 서글프게도 부모님은 가난한 노후를 맞이하셔야 했다.

  

오늘도 초밥이 먹고 싶다는 내 말에

어머니는 바로 “저번 주에 치킨 먹었잖아~” 하신다.

언제쯤 날짜를 따지지 않고 주문 전화를 걸 수 있을까?

초밥은 금요일쯤 다시 얘기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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