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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Apr 03. 2022

46_ 쓰면서 후회

목차__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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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후회가 됐다.

노후 준비에 관한 글을 2번이나 다시 쓰면서 이렇게까지 여기에 시간을 들이고 신경 쓸 필요가 있나 의구심이 들었다. 늘 그래 왔듯이 다들 알아서 잘 살 텐데 나는 왜 이 이야기에 매달리는 걸까? 글을 쓰는 동안 후회를 했다.


하지만 가만히 있자니 몸이 쑤셨다.

자고로 사람이란 옆에 작은 불이 나도 “불이야!!!”를 외치며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도망가라 알려주는 법인데 지금 이건 어마어마하게 큰 불이었으니까. 젊었을 때보다 노후의 가난이 위태롭다는 걸 안 이상 좀 더 알려야 한다는 마음이 사그라지지를 않았다. 쓸데없는 오지랖이 쉬이 사그라지지 않고 자꾸 커지기만 했다.


서른에 들어서니 이모, 삼촌이라 부르던 평범했던 어른들이 뭉텅이로 후드득 가난 구렁텅이에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본다. 하루도 빠짐없이 쪼들리는 생활에 허덕이는 그들을 보며 매일 경각심이 들어찬다.


하지만 또 모를 일이다.

이건 내 주변에서만 일어나는 일일 뿐이 65세 이상의 노인에 약 40% 정도가 빈곤하다는 통계청 자료는 자료 수집 과정부터 문제가 있어 현실과 많이 동떨어진 결과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남들은 직업도 있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다 큰 자식들은 다들 직장에 다니는 등 어쨌든 나보다 잘살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나는 한적한 공원에서 평화로이 거니는 젊은 부부를 보며 그들에 노후를 걱정할 게 아니라, 어머니 말씀대로 다들 행복하게 살고 있다 생각하면 그만이다. 내가 보았던 젊은 그들이 20년 후에 가난해졌다고 해서 매일 불구덩이에 손을 담그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사는 것도 아니고.


취직 잘한 자식이 셋이나 있지만 가난하게 사는 친척 어르신도 여전히 일을 다니시며 다른 직업을 갖기 위해 공부하며 그럭저럭 잘 지내고 계시지 않은가? 비록 점점 가난한 동네에 전세와 월세를 전전하시고, 직장은 비리가 남무하고 괄시를 받으니 하루가 멀다 하고 내 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하시며, 늘 돈이 없음에 한탄하시지만 어쨌든 아파서 바닥에 뒹굴지 않고,  굶지 않고, 잠잘 곳은 있으시니 당장 생계가 위험하지는 않다.


다들 알아서 잘 살겠지.

런 생각에  자꾸 글을 쓰는 손이 느려졌다. 노후 준비 과정, 재테크에 관한 글인 목차下는 쓰지 말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에세이였던 목차上을 마칠 때쯤 이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한 작은 답을 하나 더 찾았다.


한 사람이라도 내 글을 보고 노후 준비에 대한 생각을 1번이라도 떠올렸다면 그걸로 되었다. 누군가 내 글을 보다가 갑자기 연금이나 돈 관리 방법에 대한 책을 찾아본다면 더 좋겠다. 아니면 부모님께 전화 한 번 더 드리는 것도 좋고.


늙어서 어떻게든 벌어먹고 살면 된다는 게 불가능한 시기가 온다는 걸 알았으면 하는 마음도 좀 있었다.


겨우 그 정도면 된다며 시작한 글이다.

이야기를 본 누군가가 갑자기 노후 준비에 대단한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모습을 떠올린 적은 없다. 다만, 쓰는 기간이 꽤 길어서 후회가 바램보다 조금 커지긴 했지만 다행히 오늘 목차上을 마무리한다.


이제는 그저 소소한 나의 바램이 사람들 머릿속에 한 번씩 불어주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그래서 갈수록 가난한 사람들보다 평범한 사람들에 수가 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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