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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Apr 01. 2022

45_ 다들 나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겠지

목차__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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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열심히 일하는 이웃집 맞벌이 부부와 공원에 아이 손을 잡고 나온 젊은이들, 삼삼오오 모여 휴대폰 게임만 하는 학생들에 미래에 내 부모님을 떠올린다. 남에 인생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못난 모습 참으로 추하다 스스로 나무라면서도 그들을 보면 수십 년 전 어린 자식을 둔 젊은 소시민 부부였던 내 부모님의 과거가 자꾸 떠오른다.


부모님은 비록 평생 소득은 적었지만, 남들에 뒤지지 않을 만큼 알뜰히 사셨다. 누구나 그렇듯 자식에게 나름의 최선을 다하시면서. 그렇게 범법 저지르지 않고 성실히 산 30년이라는 세월은 점수로 따지자면 평 타는 쳤다. 하지만 점수와 달리 그 결과는 후지다. 반칙 안 쓰고 죽어라 달려서 동메달 권에는 들었는데 막상 경기가 끝나고 나니 참가상으로 과자 빵 몇 개랑 음료 하나 주는 꼴이다. 남은 생 여유롭게 살만한 건덕지가 변변치 않다.


가끔은 궁금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이런 일을 겪게 될 거라고 생각할까?

나는 보통의 사람들에게서 자꾸 그 가난한 꼴을 떠올리는데 말이다.


초라한 인생에 300원짜리 봉지 커피 한 잔이 주는 행복보다 쉬어야 하는 상태에서도 쉬지 못하고 일하러 가야 하는 고달픔과 아플 때 사람보다 돈 걱정을 해야 하는 비참한 사정에 대해 이야기했던 끽해야 24시간 중 10분 정도 행복한 걸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쪼들리는 삶은 자는 순간까지도 사람을 걱정에 시달리게 하는 법이니까.


무엇보다 쓸데없는 걱정이 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이런 삶을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쓸데없는 남에 걱정. 지금 환갑을 지난 이들 중 절반 가까이는 이 부류로 넘어가고 있다는 비극적인 소식은 그 길로 가는 진입로 위에 서 있는 젊은 이들이 꽤 많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 사는 모습을 보면 하나같이 대기업 정직원 소득 정도 되는 듯하다. 다들 꽤나 자주 여유를 즐기고 산다. 순 아주머니는 흔히 남들이 말하는 평범한 노후를 살고 계신다. 부부 모두 무직이지만 생계 걱정이 없다. 가끔 국내든 해외든 여행을 다니시며, 자식들 결혼자금 걱정 없고, 병원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삶을 사신다. 아직도 절약에서 벗어나지는 못하셨지만 그래도 5,0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사네 마네로 마음 상하거나 졸이며 비참할 일은 없다. 평범한 삶이다. 부유한 삶이 아니라. 그리고 그 평범함에는 10억이 넘는 자산이 있었다. 남편분이 대기업 퇴직하시기도 했고.



 “요즘 돈 좀 있는 사람들은 1~2억은 돈도 아니야. 나이 들어서 만 원 쓰는 것도 고민하며 돈 걱정하는 건 아줌마네랑 나밖에 없어!”



당장 생활비와 자식 결혼자금 걱정 없이 사는 지인들 얘기를 들어보면 다들 자산이 이래저래 10억은 넘는다고 했다. 10억, 사람 노릇 하 고 건강 챙기면서 사는 평범한 노후를 보내는 사람은 하나같이 그 정도는 있었다.


그런데 그런 순 아주머니조차 겨울마다 사과를 싸게 판다는 이웃집에 주문 좀 부탁한다며 연락을 하신다. 몇 천원이 더 나간다는 쓸데없는 보험은 해지하고 여행 갈 때 드는 비용을 조금이라도 더 아끼고 싶다며 고민하셨다. 여전히 절약에 최선을 다하시고 돈을 쓸 때마다 신중하시다. 이미 닥친 노후가 쪼들리게 될까 봐였다.


10억이 있어도 이러는데 10억이 없으면 어떤 삶을 살아야 될까?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50대 이후에 10억 이상의 자산을 가질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저 나중에 10억은 없겠지만 당장 노후를 준비하지는 않지만, 대기업 다니니까, 맞벌이하니까, 자식들이 공부 좀 하니까 60대가 되면 생활이 좀 여유로워질 거라고 계산하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이미 부모님들이 하셨던 그 계산, 슬프게도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답으로 확인되고 있는 그 계산은 외면한 채로.


아무리 떠들어도 다들 이 이야기가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려나?

나는 젊은 그들에게서 10억은커녕 조금 가난한 내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는데. 통계청과 눈앞에 노인들은 늘 가난한 미래로 가는 길에 서있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고 보여주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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