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분의 자산과 부채(빚), 수입과 지출, 처해있는 상황들을 살폈을 때 나를 가장 불안하게 했던 건 다름 아닌 불로소득이 너무 적다는 사실이었다.
눈을 부릅뜨고 뒤져봐도 돈 나올 곳은 없는데 먹고사는데 나갈 돈은 적지 않다. 게다가 처음으로 집에 병자(내가모야모야병에 확진됨)가되면서 병원비가 늘어나고 가장에 실직으로 잠시 소득이 끊기는 일이 있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삶을 가장 위태롭게 하는 일을 경험한 것이다.
그 덕에 60대 부모님에게 살면서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헷갈리지 않고 바로 찾을 수 있었다. 노후라는 시기, 늙음과 눈에 띄게 약해지는 체력으로 근로소득은 점점 위태로워지는 가운데 먹고살기 위해 나가는 최저생계비는 줄일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건 아래 4가지였다.
■ 노후에 가장 필요한 4가지
① 불로소득:일하지 않아도 매달 들어오는 생활비
② 보험: 혹시 모를 사고, 질병을 대비한 위험 대비 자금
③ 비상금
④ 기본적인 안전이 보장되는 주거 환경
좋은 옷, 맛있는 음식, 다양한 경험도 중요하지만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안정적인 환경, 아프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람다운 삶, 평범하게 먹고사는생활과 같이 비참한 삶에서 벗어나는 거였다. 그리고 사실 이건 이전에 내가 ‘나중에 생각하지 뭐~ 막상 닥치면 어떻게든 해결되겠지~’라며 가볍게 무시했던 문제들이었다.
하지만 당장 다음 달부터 삼시 세끼를 해결하지 못하면 어쩌나, 관리비 낼 돈이 없어서 전전긍긍하고 소비를 더 옥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밤잠을 설치는 위태로운 생활을 경험한 후로는 다 제쳐두고 이 문제 해결에만 매달렸다. 아버지가 일을 쉬시던 그때 빈곤에 문턱에 서서 한순간도 쉬지 않고 느끼던 불안과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했다. 그 덕에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불행을 느낄 수 있었다.
당장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부모님은 70세에 들어설 때뉴스에 나오던 어느 빈곤한 노인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사실 게 확실했으므로. 60대인 지금 뭐라도 해야 했다.
당시 불로소득은 아버지의 국민연금 70만 원 정도가 전부였다.
즉, 집에 일하는 사람이 없으면 소득이 적어 빈곤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2020년 보건복지부 기초생활수급비 대상자 선정 기준 3인 가구 월 소득 1,161,173원. 출처 : http://www.bokjiro.go.kr)평생 흰쌀밥과 간장만 있으면 되고 성폭력범이 옆집에 살아도 비와 바람 막아주는 잠자리가 있음에 감사하기란 상당히 쉽지 않은 일이다.평범한 삶에서도 하지 못한 걸 생계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하기란 참 어려운 법이다.가진 것에 감사하고 작은 것에 행복한 건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된 후에나 가능한 것이다.
심각하게 부모님이 더 이상 돈을 벌지 못하실 때, 그래서 오늘부터 월급 통장에 입금되는 돈이 0원일 때에 대한 대책을 찾아야 했다. 그 결과 근로소득을 대신할 불로소득과 예상치 못하게 발생하는 꽤 큰 지출로 생활을 위태롭게 하는 사고와 질병을 대비한 보험과 비상금, 그리고 안전한 주거지를필수로 잘 갖춰놓아야 한다는 걸 알았다.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사람답게 아주 소박하고 평범하게 살기 위해서.
이전에 살던 식으로 살다가는 가난을 피할 수 있는 확률은 0%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늘 그래 왔듯이 죽어라 절약하고 어떻게든 일만 하다가는 10년 뒤, 아니 1년 뒤만 가도 지금보다 더 가난하고 위태로워질 게 뻔했다. 뭔가 변해야 했고, 무엇이 변해야 할지 찾아본 결과 이 4가지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