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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Jun 24. 2022

78_ 노후에 보험을 다시 가입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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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50대 후반, 아버지는 60대 중반에 실손의료보험(이하. 실비) 가입을 하셨다. 나이가 들수록 보험가입은커녕, 소득이 줄어 해약을 고민하는 판에  부모님은 보험을 더 늘리신 거다.


사연은 이렇다.

20대 후반이던 딸이 아팠다. 저혈당 증상으로 대학병원에 입원했는데 갑자기 두통까지 생기는 바람에 MRI, CT, 뇌혈관 조영술 등 생각지도 못한 추가 검사를 받게 되었고 며칠 후, 퇴원하면서 받은 영수증에는 4,680,000원이 찍혔다. 사백육십팔만 원, 고작 8일 입원 비용이었다.


근데 딸이 충격을 받은 건 그 사백육십팔만 원이 아니었다.

딸의 이성을 강타한 건 중간 정산 이후 검사 항목이 추가되면서 3일 만에 늘어난 200만 원(병실 비용 제외)었다. 열흘도 아니고 단 3일 만에 아버지 한 달 월급보다 많은 돈이 나갔다. 보통 사람들이 1달 내내 일해야 버는 돈이었다. 순식간에 늘어나는 병원비는 여름밤 귀신보다 더 무서웠다. 주식에 전 재산 투자했는데 2시간 만에 반토막 나는 것 같은 공포였다.


물론, 고가의 수술이나 검사 장비, 약물치료 등을 이용하지 않으면 병원비는 적게 나온다. 지만 과연 암과 중증 질병으로 극심한 통증에 몸부림치는 와중에 고가의 검사와 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 사람이 많을지라도 그게 나인지는 확실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게 내가 아니라면 실비는 꼭 있어야 한다.


부모님의 딸이었던 나는 그제야 “죽을 만큼 아파도 병원비 무서워서 병원에 못 간다, 병원 신세 오래 지면 가세가 기울어진다.심각하게 말씀하시던 어른들의 말이 이해가 됐다. 해서 퇴원 후 부모님의 보험을 살폈다.


기본적인 보장은 돼 있었는데 진단자금이 적었다.

보장내용이 넓지 않아 몇몇 중증 질병 외에는 대비가 되지 않고, 대비된 것들도 겨우 기본 병원비만 해결할 수 있었다. 일을 쉬는 동안 생활비 마련도 되지 않고. 그래서 당장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실비에 가입하게 됐다.


우리나라 사망 원인 Top인 암과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의 경우 한 번 발생하면 치료 비용이 적지 않고 직장은커녕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 돈이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병원비는 실비로 해결하고, 생활비는 보장성보험에서 받는 진단자금으로 충당할 수 있도록 보험 설계를 했다. 물론, 여전히 진단자금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더 필요한 건 비상금으로 해결하면 되니 그 정도만으로도 OK였다.


다만, 처음에는 두 분 모두 실비에 가입하지 못했다.

당시 아버지 실비 보험료가 7~10만 원대로(나이가 많을수록 보험료가 비쌈) 비싼 편이었기 때문이다. 수입이 늘기는커녕 언제 줄어들지 모르는 상황에 아무리 필요한 상품이라 해도 그건 꽤나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실비는 아프지 않으면 혜택을 하나도 못 받고 없어지는 돈이다. 5만 원 이하면 그런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책으로 쓰겠지만 그 이상은 대비책으로 쓰기에는 좀 어려웠다. 그렇다 보니 보험설계사님도 아버지는 실비 대신 그 돈을 따로 저금을 권하셨다. 해마다 보험료가 오르는 갱신형이라 부담도 많이 될 거라면서.


결국, 당시 기존 보험에 결합하는 형태로 실비를 추가하면 보험료가 4만 원 정도였던 50대 후반의 어머니만 가입하시고 아버지는 저금으로 대체했다. 그러다 올해 60대도 3~4만 원에 실비를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나와서 아버지도 바로 가입하시게 됐다.


그리고 5년 전인가… 어머니께서 주변에 치매 환자를 보시고 겁이 나셨는지 덜컥 가입하신 치매 보험이 있었다. “혹시 모르는데 이거라도 있어야 마음이 든든하지~”하시면서 마음의 안정을 많이 느끼시는 거 같아 그냥 나뒀던 상품이다. 근데 나중에 내용을 살펴보니 진단자금 1번 나오고 끝이길래 매달 일정하게 보험금이 나오는 거로 더 저렴한 보험에 새로 가입했다.


그러다 최근 어머니가 뇌졸중 진단을 받으시고 뇌혈관 질환에 대해 보장을 든든히 하고 싶어 하셨다. 근데 보험료가 지금보다 더 늘어나면 부담이 돼서 치매 보험을 해지하고 혈관질환에 관한 보험에 새로 가입했다. 해서 총보험료의 변화는 크게 없다. 그리고 여기서 포인트는 뇌혈관 문제로 이미 한번 몸이 안 좋으셨기 때문에 그에 관련된 보험에 가입하셨다는 거다. 무조건 나이 드셨다고 보험을 늘린 게 아니라.


나이 들었다고 해서 무조건 60~80대에 조심해야 하는 질병에 관한 보장을 늘릴 수는 없다. 비용 문제도 그렇고, 혜택을 못 볼 경우 손해가 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당사자에게 꼭 필요한 보장이 뭔지를 알고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보험료 때문에 생활비가 적어지는 문제가 생기지 않고 부모님이 병원에 가실 때마다 돈이 아닌 부모님 건강만 걱정할 수 있다. 


정말이지 나는 사람이 아파도 돈부터 걱정하게 되는 거, 그것만큼은 꼭 해결하고 싶었다. 두 분이 아프실 때마다 병원비를 걱정하는 내 모습이 너무 끔찍했기 때문에. 사람 아픈 것보다 돈 걱정을 한다는 게 어찌나 사람 기분을 더럽게 하고 비참하게 하든지….


다행히 이제 우리 부모님은 병원비, 생활비 걱정 없이 병원에 갈 수 있게 됐다. 보험을 적절히 잘 갖춘 덕분에 나는 가족이 아플 때마다 돈 때문에 가슴 졸이지 않아도 된다. 그게 제~일 행복하다! 정말 너~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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