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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Jun 28. 2022

80_ 어머니의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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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늘 외벌이에 가끔 맞벌이셨다.

내가 초등학생 때 어머니는 공장이나 김밥 가게다니시면서 돈을 버셨지만, 당시 어머니가 일을 나가시는 걸 싫어하신 아버지 탓에 무슨 일이든 오래 하실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의 수입은 자산이 될 정도는 아니었고 몇 달 쪼들리는 생활비에 숨통을 트여주는 데 쓰이는 게 다였다.


그래도 아버지가 퇴직하신 후에는 어머니가 요양사 일을 시작하셨다. 아버지의 권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비상금 마련이라든가 노후 준비에 관심이 덜했던 터라 평균 40~50만 원 정도였던 어머니의 월급은 이래저래 생활비로 쉬이 쓰이고 말았다. 


그러다 내가 아프고부터는 요양사 일을 그만두시고 도배 일을 하셨는데 이때도 한동안은 소득이 너무 적어 생활비로 쓰거나 무관심하게 그냥 놔두다시피 했다. 그러다 2020년쯤 어머니의 소득이 한 달에 70만 원 정도로 늘었다. 그때부터  돈은 생활비와 완전히 따로 관리했다. 노후 준비에 열을 올리던 때였다.


집에 비상금이 너무 없다는 걸 알고 나서 비상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던 때였다. 해서 어머니 소득은 비상금과 연금 보험에 추가 납입하는 용도로만 썼다. 처음에는 비상금 만드는 게 급선무라 저금만 하다가 어느 정도 비상금이 마련된 후부터는 연금 보험에 추가 납입하는 식이었다. 그 외에 아주 가끔은 경조사에 쓰이거나~ 아버지 생신 선물(현금)로 쓰고 있다. 그게 1년에 50만 원이나 될까 싶다.


단순히 계산하면 어머니의 소득을 모두 저금한다면 1년에 800만 원이 넘으니까 비상금 2,000만 원 금방 모을 수 있을 거라는 결론이 난다. 실상 돈을 모으는 동안 비상상황만 없었다면 계산대로 됐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는 게 그렇게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가족 중 누군가에게 사건이나 질병이 생기고, 보험이 안 되는 병원비가 나가고, 치과 비용이 나가다 보면 1,000만 원 모으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노력에 결과가 0은 아니다. 그럭저럭 비상금 마련이 되긴 했다. 생활비는 무조건 아버지 소득으로 해결하면서 어머니 소득을 따로 관리한 덕분에 비상금과 연금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모을 수 있었다.


아마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집에 소득이 꽤 많다는 생각에 생활비 넉넉하다며 흐지부지 써대다가 지출이 늘어서 제대로 돈을 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이후에도 어머니 수입은 어머니가 특별히 쓰실 곳이 생기셨을 때를 제외하고는 손대지 않았다. 작년부터는 일을 쉬고 계시지만, 덕분에 그동안에 것들은 작은 자산으로 남아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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