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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Jul 08. 2022

84_ 노후 지출 줄이기 쉽지 않다.

목차__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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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이 반으로 줄면 어찌 살아야 할까?     

가장의 실직을 염두에 둘 때마다 고민하는 문제다.


노후준비에 크게 관심이 없던 때는 그저 막연하게 더 작은 집으로 이사만 가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집이 작아지면 그만큼 관리비가 줄어들 거고 이사하면서 생긴 차액으로 생활비는 어찌어찌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막상 부모님의 노후 준비를 하면서 확실히 알아보니 실제 이사가 주는 이득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4억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그럭저럭 살만한 다른 동네는 죄다 집값이 올랐고 더 싼 집을 찾자니 그곳은 부모님의 일자리는커녕 치안이라든가 인프라(병원, 슈퍼 등의 시설)를 다 포기해야 할 판이다. 거기다 추가로 드는 인테리어 비용이라든가 이사비용, 복비까지…. 따지면 따질수록 돈이 남기는커녕 부족했다. 어쩌면 이사보다 가만히 있는 게 돈을 더 아끼는 꼴일지도 모르겠는 상황이다. 지금 사는 집에 값이 싼 탓이었다.


그래서 보험료를 줄일까 생각해봤다.

근데 이것도 만만치가 않다. 부모님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목돈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비상금이 있긴 하지만 그걸로는 단 1번의 중간 레벨에 비상상황만 대처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 가족이 질병, 사고에 기댈 수 있는 건? 현재 보험밖에 없다.


부모님이 크게 병원 가실 일이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 낙관하기엔 이미 두 분 모두 60세 이후부터 심심치 않게 병원에 다니시는 중이다. 그러니 더더욱 보험을 해지할 수가 없다. 그리고 기본 보험만 가입한 상황이라 불필요한 보험을 정리해서 보험료를 줄일 수도 없다. 그나마 2~3년 뒤에 일부 만기가 되면서 보험료가 조금 줄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그게 생활의 여유를 줄 정도는 아니다.


그럼 관리비를 줄여볼까.

이웃집 15만 원 나갈 때 우리 집은 매달 20~30만 원 나가니까 줄일 부분이 많다. 그래서 이건 좀 쉽게 줄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이것도…. 쾌적한(?) 환경을 원하시는 아버지는 여름에는 에어컨, 겨울에는 난방을 아낌없이 트신다. 모녀는 어지간해서 에어컨, 난방 둘 다 안 켜고 어떻게든 아끼자는 주의인데 가장은 조금이라도 덥거나, 추우면 승질을 낸다. 해서 어쩔 수 없이 관리비도 줄이지를 못했다.


이외에도 마음만 먹으면 줄일 수 있을 줄 알았던 식비, 생필품, 의류, 잡화, 미용…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평소 과소비했다면 줄일 부분이 많았겠지만, 이미 최소한 또는 기본만 쓰며 살았던 터라 크게 줄일 수 있는 게 없다.


“소득이 줄면 거기 맞춰 살면 되지 뭐~!”


가끔 노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 자주 듣는 말이다.

다들 그 일이 닥치면 거기에 맞춰 잘 살 수 있다는 듯, 이것이 좋은 답인냥 아주 당당하고 쉽게 말한다. 그냥 어찌어찌 살면 되는 거 아니냐면서. 그 한마디면 노후 문제에 대한 대화는 끝이 난다. 실제로 소득이 얼마든 본인이 알아서 잘 살면 되는 거니까.


하지만 실상 지출을 줄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노후에 지출은 그렇다. 줄어드는 소득에 과소비만 걷어내면 끝날 것 같지만, 과소비를 걷어내고도 지출을 더 줄여야 한다. 소득이 지금까지 받은 것보다 적어지는 거니까.


주말마다 놀러 가고, 툭하면 카페에서 커피 사 마시고, 내 눈에 예쁜 옷 사고 가방 사는 그 재미를 끝내는 것도 괴로워 죽겠는데 거기서 더 나아가 일주일에 외식 1번은커녕 반찬 하나도 쉽게 못 사는 쪼들림까지 겪어야 한다는 뜻이다.


평소 적정 소비, 검소한 생활을 했다고 해도 그보다 더 쪼들리게 되니 괴롭기는 매한가지다. 고통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당장 죽기야 하겠냐며 막상 닥치면 그땐 그때대로 알아서 잘 살 거다 쉽게 말할 수 있는 건 그런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짐작에서 예상하는 불행에 크기 또한 매우 과소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경험이 없는 것이다. 경험 없는 생각과 현실의 차이는 꽤나 크다. 늙어서 소득이 줄고 그로 인해 지출이 주는 건 분명 짠순이, 짠돌이 생활과는 다른 상황이다.


노후에 지출을 줄이는 건 상당히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사실을 알아야 거기에 대한 대비할 수 있다.

이것이 오늘 이 글을 쓴 이유다.







※ 참고로 절약이 쉬웠다는 책이나 후기를 보았다면 지금 이 내용이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사실 과소비를 줄이거나 절약을 하는 게 쉽기는 하니까. 그냥 돈을 안 쓰면 되는 일 아닌가. 하지만 소득이 크게 줄지 않은 상태에서 지출을 줄이거나 절약하는 것과 노후에 소득이 줄어 지출을 줄여야 하는 것은 처하는 상황이 상당히 다르다.


전자의 경우, 절약하는 족족 돈이 남으니 여유를 기대할 수 있고 여유가 남을 정도에 소득이 아니라고 해도 기본 생계비까지 위협을 느끼진 않는다. 반대로 후자는 돈이 줄어서 소비가 강제로 주는 꼴이라 여윳돈을 기대할 수 없고 생활에 안정망인 보험이나 주거비까지 줄여야 하나를 고민해야 하니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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