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풍경을 계속해서 만난다는 것.

그리고 그 풍경과 이별을 준비한다는 것.

by Sunyeon 선연


5번 출구 앞


이 곳의 이 풍경을 출근길에 처음 마주한 것은 내가 사회 초년생 티를 막 벗을 때였다.

이제는 아주 오래 전의 일이 되었지만 가을이 막 시작할 즈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오전 10시까지 출근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9시 45분에는 이 횡단보도 앞에서 걸음을 멈춰야 했다.

횡단보도 맞은편 과일가게 아저씨와 보기 좋게 늘어놓은 채소, 과일들. 크고 여문 나무들이 펼쳐진 가로수길을 초록 신호를 걸어 들어설 때마다 나는 수없이 '출근이 싫다.'는 혼잣말을 삼키곤 했었다.

아마도 특별할 것 없는 아침들이었다고 기억한다.

비가 와도, 오지 않아도, 흐려도,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어도 아무렇잖게 지나치는 길이었다.

그래야만 하는 길이었고 계절이 변한대도 사실, 특별한 기대감을 품지 않는 장소이기도 했다.



날씨에 무언가를 기대하면 실망한다는 걸 알고 난 이후로

매일 보는 풍경에게도 비슷한 담담함을 품게 되었던가.

출근길에 마주치는 풍경이라고 한다면 늘 익숙하면서도 생경한 풍경이 아니었을까.

내 컨디션이 어떻든, 상황이 어떻든 간에 그 풍경들은 매일의 나를 함께 '살아내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이 5번 출구 앞은 늘 이런 횡단보도가 단단하게 뿌리를 박은 듯 미동 없이

그러면서도 정확히 시간을 바지런히 흘러가며 서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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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늦가을은 몇 번의 해가 넘어가도 여전히

내 덜 깬 아침잠 풍경의 일부가 되어주었던 이 장면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오래도록 내 시선을 무심히 도 붙잡던 5번 출구 앞의 이 계절들을

언젠가, 나는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특별할 것 없던 그 횡단보도

가끔은 자전거 페달을 밟아 지나치거나

따끈한 커피 컵을 들고 졸린 눈으로 지나치던 그곳의 그 풍경.

대개 아무런 생각이 없었거나, 아무런 생각이 무던히 넘쳐나던 출근길.

아마, 그립겠지. 아무렇지 않게 그리워질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사소하고 흔해빠진, 매일 마주칠 수 있을 것 같은 풍경과 이별하는 일은

아주 익숙한 습관 하나를 잊게 되는 것과 비슷한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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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익숙한 풍경과 한두 번쯤은 이별하겠지.

오늘까지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던 오늘의 그 길을 내일은 다시 오늘처럼 지날 수 없다고 한다면

그 풍경 앞에서 우리는 괜히 경건해지지 않을까,

괜스레 진지해지지 않을까

그것도 아니면

코끝이 시큰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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