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생일날, 선물을 받았다.

특별하지 않지만 특별한 생일에 대한 고찰.

by Sunyeon 선연



'생일 축하해.'


며칠 전 나는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자주 연락하지 않지만 마음만은 연결되어 있다고 믿고 싶은 친구의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서른여섯쯤 되면 사실 생일이 뭐 특별한 날이냐며 반문하고 싶은 경우가 많다고, 술자리나 만난 자리에서 안주거리로 금세 소모하는 이야기 꺼리지만 그래도 태어난 날을 기억해주고 축하해준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늘 생각해왔던 터였다.


사람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을 사용한다. 자신만의 재능을 살리고, 남들과 다른 존재로서의 자신을 만들고, 자신의 기호를 넓히고 발달시키며, 삶의 실망스러운 것들을 견디는 법을 배우고, 성숙하고 단련되어, 마침내는 동물의 상태를 초월하여 위엄과 존엄성을 지닌 자연의 유일한 존재로서 우뚝 선다. 이처럼 고귀한 개인이 되기 위해 60여 년 동안 믿을 수 없는 고난과 노력을 다한 뒤에는, 죽을 수밖에 없다.


인류학자 어니스트 베커는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필연적으로 '슬플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피력하듯 위와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한다. 어찌 보면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슬픈 일이다. 기념일을 기념하거나, 태어난 걸 축하하는 일 역시 슬픔을 기념하는 것과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는 해도 우리는 살아 있기 때문에 어떤 일들이건 자연스레 받아들이며 살게 된다. 하루 종일 스트레스를 받다가도 돌아와 잠시 동안 하는 취미 활동에 안정감을 느낀다던지, 퇴근 이후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것을 먹으며 하루의 피로를 푼다던지.


기념일을 축하하는 것도 비슷한 의미일 것이다. 무언가를 축하한다는 것은 그 무언가에 내가 하나의 의미를 품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럼으로써 축하는 하나의 중요한 의미로 귀결된다. 내가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해 준다는 것은 그 사람을 기억하고 있다는,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존재의 증명 같이 느껴지기도 하니까.


태어나주어 고맙다는 메시지를 적어 보내자, 친구는 곧 답장을 보내왔다. 고맙다는 메시지였다. 답으로 온 메시지를 읽으며 잠시 마음이 따뜻해졌다. 하루 내내 따끈해진 상태로 기분 좋게 보내고 있는데 이어 친구가 기프티콘 하나를 보내주었다. '내내 고마웠던 나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라는 캐치프라이즈가 표지에 인쇄되어 있는 책 한 권이었다. 친구는 하루 종일 내게 어떤 책을 선물할까, 고민했다고 했다. 늘 그냥 지나친 게 미안했다고, 나랑 어울리는 책이라 생각해 골라 보낸다고.


선물을 받고 말로 할 수 없는 기분이 되었다. 내가 상대방의 생일을 기억하고 그 사람의 좋은 날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보낼 때, 상대방도 똑같이 내 생각을 해 주었던 거였다. 문득 여름에 지나 보낸 내 생일날이 생각났다. 오랜만에 연락하는 사람들의 축하 메시지를 받으며 메시지를 보낸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껴 마음이 꽉 찼던. 별 것 아니어서 특별했던 하루가 떠올랐던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태어난 날이 썩 특별한 날이 아닐 수도 있다. 축하하는 말 자체를 머쓱하게 여길 수도 있고. 다만 친구가 선물한 책 한 권을 받아 들면서 생각해보니 축하의 말이 오가는 그 어떤 순간들은 참 귀한 게 아닌가. 새삼 여기게 된다. '나는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당신이 존재해주어 고맙다.' 그 의미들이 오고 가는 인사를 하는 동안 잠시 서로에 대해 생각해보고 기억해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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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보낼 때 늘 말미에 덧붙이는 말이 있다. '내년에도 축하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 특별할 것 없겠지만 그래서 더욱. 소중한 그 누군가에게 내가 너를 기억하고 있음을 분명한 언어로 알리고 싶다. 책을 선물해 준 친구에게 어떤 마음을 들고 만나러 갈까, 지금부터 오래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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