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승무원이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유럽 언어에 관심이 많았고 그중 러시아어를 전공하게 되었다. 흥미로웠다. 덕분에 성적도 잘 나왔고 운 좋게 교환학생의 기회까지 얻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첫 해외 살이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언어의 장벽은 생각보다 컸다. 아직 러시아어도 완벽하지 않은 데다 영어조차 자신 없던 나는 초반에 꽤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럴수록 더 열심히 러시아어와 영어 공부를 했다. 책에서만 보던 사람들과 그들만의 문화, 풍경, 음식 등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했다. 아마도 그 무렵, 나의 무의식 속에 승무원이라는 꿈이 자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졸업 전후로 방황이 시작됐다. 언어와 해외경험, 새로운 문화는 분명 나를 설레게 했지만 그 외에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알지 못했다. 해외영업이나 무역직 면접을 보기도 했고 어학원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매일같이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뭘까?"
언어를 배우는 일은 늘 설렜고 낯선 나라의 문화를 마주할 때는 가슴이 뛰었다. 그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즐거웠고 같은 공간에만 머무는 삶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이 모든 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직업이 있다면? 나는 기꺼이 도전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나에게 마치 종합선물세트 같은 그 직업은 바로 '승무원'이었다.
"그래, 이거면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도 몰라."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은 여러 선택지 중에 고른 한 조각이 아닌 내 안에 이미 있던 조각들이 맞물려 하나의 꿈이 된 순간이었다.
그렇게 마음은 정한 후 유명한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정보를 수집하고 스터디 그룹에도 들어갔다. 사실 처음에는 채용이 뜨면 그냥 서류 지원을 하고 면접만 보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승무원 면접의 현실은 생각보다 많이 달랐고 복잡했다. 체중 감량은 기본, 면접복과 헤어, 화장, 심지어 걸음걸이까지. 기출 질문에 대한 답변 또한 일반 기업 면접과는 많이 달랐다. 지금까지의 방식들과는 조금 다르게 접근해야 했다.
'내가 진짜 승무원이 될 수 있을까?'
마음먹었을 때의 그 설렘과 포부에 막막함이 더해졌다.
어쨌든 그렇게 나의 승무원 준비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