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고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했을 리 없다. 나는 누구보다 평범했고 눈에 띄는 외모나 큰 키의 소유자도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더욱 완벽해 보이려고 애썼다. 답변을 철저히 외우고 미소 연습도 열심히 했다. 그렇게 나를 돋보이면 합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방법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그 방법을 밀어붙였다. 항공사가, 면접관이 원하는 것은 안중에도 없이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불킥 할만한 모습이다. 탈락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10년도 훨씬 넘었지만 생애 첫 승무원 면접 날만큼은 지금도 또렷하다. 우리 조는 '무인도에 가져갈 세 가지'라는 공통 질문을 받았다. 나는 중간 순서였고 1번부터 차례대로 대답이 이어졌다. 면접복, 거울, 비행기... 미소를 잃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속으로는 경악했다. '저건 아니지...' 어쩌면 속으로 비웃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더 획기적이고 실용적이며 현실 가능한 답변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차례가 되었다.
"총, 칼, 그리고 책을 가져가겠습니다"
솔직히 꽤 뿌듯했다. 이후 면접관은 나에게 개별 질문을 했다.
"유은진 씨, 순발력 좋으세요?"
"네!"
"그럼 '승무원'으로 삼행시 한 번 해보세요."
그것도 꽤 잘했다고 생각했다.
면접이 끝난 후, 친구들과 스터디원들에게 내 답변을 들려줬다. 모두가 말했다.
"너무 잘했는데?"
당연히 붙을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탈락이었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승무원 면접은 똑똑한 답을 찾는 시험이 아니라는 것을. 잘나 보이려 애쓰던 순간들이 정작 면접관이 찾고 있던 '진짜 나'를 가려버린다는 것을. 그리고 낯설었다. 애쓰며 서 있었지만 '진짜 나'는 그 자리에 없었다.
앞 장에서도 말했듯이 합격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생각도 못했던 세세한 부분까지 훈련을 받으며 나는 깨달았다. 개인의 뛰어남보다 중요한 건 팀과의 협력이고 완벽한 사람보다 중요한 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수업 중에도 "이것도 잘했고, 저것도 잘했고, 이런저런 일들도 나서서 했어요."라는 식의 뉘앙스를 가진 답변을 자주 듣는다. 반면, 실수나 어려웠던 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승무원 면접은 '얼마나 잘났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잘 어우러질 수 있는가'를 본다. 지원자의 경험을 통해 '얼마나 단단해졌는가'를 본다. 승무원 면접은 함께 일하고 싶은 매력을 가진,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가능성을 가진 사람을 찾는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