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면접의 동상이몽

by 아말

모의 면접 수업마다 항상 장황하게 답변하던 남학생이 있었다. 수업이 끝난 뒤, 그 학생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 답변은 질문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여요. 무슨 생각을 하면서 말했어요?"

그는 곧바로 대답했다.

"선생님,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요."


실제로 그 친구는 굉장히 성실한 학생이었다. 공부도 잘했고, 영어와 중국어 실력도 꽤 뛰어났다. 승무원이 되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아르바이트와 봉사활동도 꾸준히 해왔다. 아마도 그는 생각했을 것이다.


'이 짧은 면접에서 모든 걸 다 보여줘야 해. 안 그러면 기회는 없을 거야.'


그래서였을까. 그는 질문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까지 빠르게, 끊임없이 이어갔다. 결국 질문에는 정작 제대로 답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 설령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쏟아냈다고 해도 그게 면접관에게 매력적으로 들렸을까? 인간의 뇌는 효율에 최적화되어 있다. 관심 없는 정보엔 집중할 이유도 그것을 듣고 처리하느라 에너지를 소모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 순간부터 그의 말은 그냥 배경음이 될 뿐이다. 상대가 듣지 않는 말을 아무리 열심히 해봐야 소용없다. 상대방의 의중이나 관심은 안중에도 없으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은 의사소통이 아니다. 면접은 혼잣말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


한 외항사에는 조금 특별한 면접 전형이 있다. 바로 '워드 앤 센텐스 슈팅'이다. 지원자는 단어나 문장이 적힌 종이를 뽑고 그걸 활용해 답변을 해야 한다. 스몰톡(면접 전형에 대해서는 이후 챕터에서 설명하겠다.)에서 진행된다. 어떤 말이 나올지 알 수 없으며 외울 수도 없다. 순발력과 언어 감각, 그리고 지원자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 학생이 워드 슈팅에서 단어 두 개를 뽑고 그 단어들을 이용해 이야기를 만들어야 했다. 그녀가 뽑은 두 개의 단어는 'cupcake'과 'escape'. 당신이라면 이 두 단어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겠는가? 나 또한 이 항공사에 입사하기 위해 수백 번 연습했었고, 실제 면접에서 슈팅을 두 번이나 했다. 이 면접을 준비해 본 사람이라면 안다. 어떤 단어가 나올지 모르고 무엇보다 준비한 내용을 외울 수 없기 때문에 얼마나 어려운지를. 하지만 그건 우리 사정이다. 생각을 바꿔보자. 면접관 입장에서는 이보다 효율적인 전형이 있을까? 모두 똑같은 답변을 암기해 읊어내는 것이 아닌 진짜 그 사람의 언어 실력, 가치관, 창의성, 성격까지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는 방식이다. 정답은 없지만 면접관이 합격을 주는 답변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 친구는 나름 열심히 이야기를 만들었지만 면접관은 다시 해보라고 말했다. 그녀는 다시 한번 시도했지만 결과는 탈락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전자책 <보이는 말하기 - 승무원 면접 실전 워크북>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클릭 시 이동). 그녀는 이 항공사 면접이 두 번 째였고 문제는 두 면접에서 모두 앞 단계는 통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시작하면 탈락했다. 그녀는 중요한 사실을 몰랐다. '잘하려고' 애쓴 나머지 '나를 보여주는 것'에는 실패했다. 이 면접은 승무원을 뽑는 면접이다.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 면접관도 마찬가지다. 질문을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가장 주된 의도는 당연히 여러분을 알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지원자들이 질문의 의도는 생각하지 않은 채 자신이 '준비한 말',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낸다. 그 순간, 면접관과 지원자의 대화는 엇갈리기 시작한다. 결국 동상이몽이 시작된다. 마음은 간절한데 방향이 다르다. 면접관의 시선을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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