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면허가 덜컥 차를 사다

기동력을 얻은 브랜딩의 시작

by 아말

오전 10시부터 필라테스 레슨, 점심부터 저녁까지 비교적 한가한 시간에는 택배 포장을 했다. 그리고 다시 6~7시부터 저녁 수업, 10시 퇴근 후 집에 오면 새로 들어온 주문 건의 물건을 픽업하러 동대문에 나갔다. 점점 픽업의 양이 많아지면서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양손 가득 큰 봉투를 들고 나왔는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비에 택시도 잘 잡히지 않았고 얼른 집에 가고 싶은 마음과 무거운 어깨에 속이 상했다. 그리고 홧김이었을까, 막연하게 생각해 봤던 차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마음먹은 걸 실행으로 옮기는 건 꽤 잘하는 편이다. 아니, '일을 저지른다'라고 표현하는 게 더 어울리겠다. 장롱면허였던 내가 운전을 하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강원도에 있으면서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아빠에게 운전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가장 잘한 일 중에 하나다. 아주 엄하고 FM인 우리 아빠에게 운전을 배우는 게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알았지만 의외로 아빠는 나에게 칭찬을 해 주셨다. 그렇게 차알못인 나는 그때의 운전연습으로 차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나의 운전 목적과 재정상태의 맞는 모델을 고르고 바로 보러 갔다. 그 하나를 보고 나는 또 바로 계약을 했다.


이제 나에게 '기동력'이라는 능력이 추가되었다. 언제 어디든 내가 마음만 먹으면 움직일 수 있었다. 차가 있으니 상품을 훨씬 더 많이 가져올 수 있었고 예쁜 곳을 찾아다니며 촬영도 할 수 있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활용하며 필라테스 레슨과 쇼핑몰을 병행했다. 그렇게 2022년을 보내고 새로운 해가 왔다.


벌써 한국에 온 지 꽤 시간이 지났다. 이제 남의 물건을 떼다 파는 장사에 그치지 않고 본격적인 브랜딩을 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뭘 어떻게 해야 되는지는 잘 몰랐다(이 부분은 현재까지도 어렵다). 지금까지의 나의 경험을 통해 스토리를 팔고 싶었다. 하지만 보이지도 않는 스토리를 어떻게 판단 말인가. 지금처럼 이렇게 글을 쓰거나 내 이야기가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비행할 때의 일화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 레터링 모자를 만들기로 했다. 몇 군데 공장과 미팅을 했고 그중 마음의 드는 곳에 제작을 맡겼다.


무언가를 해나가고 있는 모습에서만 만족을 느꼈다. 가만히 있으면 뒤쳐지는 느낌이었다. 마음은 항상 불안했고 심장은 늘 쿵쾅댔다. 강제적으로라도 안정을 찾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병원을 찾아갔고 약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약을 먹을 땐 다행히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고 신기하게도 마음보다 몸이 편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잠이 든다는 느낌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다.


'아말'은 이때부터 생긴 이름이다. 나만의 브랜드가 생기면 꼭 아말로 하고 싶었다. 아말은 카타르에서 비행하면서 알게 된 튀니지안 친구의 이름이기도 하다. 조지 클루니의 아내인 아말 클루니처럼 여자의 이름으로도 많이 쓰이는데 아랍어로 '희망'이라는 뜻이다.


나는 이 희망이라는 뜻이 좋았다.

나에게도 희망이 있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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