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벌이면서 아무 일이 없길 바라는 모순덩어리
에어아시아 필리핀에서 근무할 당시, 에어아시아 인도네시아 비행기가 추락해 전원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에어아시아라는 같은 회사와 같은 유니폼으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많은 안부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답했다.
"Safe and Sound(무사무탈한)."
앞으로 코로나처럼 이렇게 내 인생이 바뀌어버리는 일이 없었으면 했다. 차라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무사무탈하길 바랐다. 그래서 이 문구를 넣은 모자를 만들고 스토리를 써 내려갔다.
이때 또 한 번 카타르에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 2023년 4월 3일 나는 확실히 거절을 했다(솔직히 말하면 여전히 '갈 걸 그랬나?' 싶을 때도 많다). 그리고 3일 뒤 알겠다며 나의 안위를 기원한다는 짧은 회신을 받았다. 그렇게 2년에 가까운 리조이닝 밀당이 종결되었다.
그리고 알았다. 브랜딩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아무도 나를 모르는데, 내 이야기와 상품을 어떻게 판매를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도 남들 한다는 건 다 해봤다. 돈을 주고 배우기도 하고 시키는 건 다 해봤다. 그래도 순탄하지 않았다. 그렇게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 와중에 제안이 하나 들어왔다.
워너뮤직 코리아의 자회사로 댄스 레이블을 만들 예정인데 브랜딩과 함께 만들 아카데미의 운영도 가능한 사람을 찾는다는 것이었다. 회사에 들어가서 브랜딩을 해보는 게 나중에 내 브랜딩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학원 운영이라면 내가 잘 아는 분야이기도 했다. 일단 미팅을 해보기로 했다. 잠원동에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있으며 오픈 날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담당자는 나에게 1주일 이내에 답변을 해달라고 했다. 카타르와의 밀당이 끝나자 또 다른 고민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 고민의 일주일이 또 이 약해빠진 나에겐 무리였나 보다. 어느 날, 저녁 몸이 안 좋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내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익숙한 몸살과 복통이었다. 몸살이 자주와 상비해 둔 약을 먹고 쉬어봤지만 열까지 오르고 도통 참을 수가 없었다. 다음 날 간신히 몸을 일으켜 병원으로 향했다. 걸을 수가 없었다. 그전에도 몇 번 아파봤지만 이번에는 정말 '차가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위염과 소장염이었다. 열은 39도까지 올랐다. 집에서 버티다가 병원 마감 직전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는 수액을 권했다. 그렇게 무기력하게 누워 내 몸으로 들어오는 수액을 바라봤다. 그리고 나는 답을 했다.
"해 보겠습니다."
필라테스와 브랜딩은 내 기술이고 내 서사다.
지금 잠시 미뤄둔다고 어디 가지 않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이 제안은 지금이 아니면 사라질 기회였다. 나는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