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꼭 그렇게 물밀듯이 찾아오더라
새로운 회사를 선택한 이후 내 일상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삶과는 전혀 다른 분야였다. 한 순간에 다른 세상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 댄스 레이블로서 아티스트 계약이나 미팅 등 다른 작업들은 다 마무리된 상태였고 아카데미를 위한 준비만 남아있었다. 나는 회사와 학원의 첫 시작을 열었다. 모르는 게 많았다. 검색하고 전화하고 물어보고(그때 Chat GPT가 있었으면 참 좋았을 것을) 교육청과 워너뮤직코리아를 왔다 갔다 했다.
마침 그 시기가 <스트릿 우먼 파이터 2> 촬영과 겹쳐 우리 회사를 방문하는 여러 출연진들을 직접 마주하게 되는 특별한 경험도 했다. 또 협업 회사나 방송국들과의 미팅이 잦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세상의 공기와 사람들의 에너지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고 그 속에서 나 역시 새로운 무대에 서는 기분이 들었다.
댄스 학원 운영에도 온 힘을 쏟았다. 단순히 수업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의 이름과 색을 세상에 각인시키기 위해 브랜딩에도 공을 들였다. 홍보 이미지 하나를 만들더라도 학원의 철학과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묻어나도록 했다. 비즈니스 계정의 여러 SNS를 운영하며 여러 가지 시도도 해보았다. 홍보나 다른 비용이 필요하면 돈 걱정 없이 요청만 하기만 하면 됐다. 때로는 밤낮없이, 주말 없이 ‘이 길이 맞나’ 하는 고민과 함께 나도, 회사도 성장시키겠다는 설렘도 있었다. '그래, 내가 이런 걸 마음껏 해보려고 온 거지.'
그렇게 하루하루가 바쁘고 다채롭게 흘러가던 어느 날, 전혀 예상치 못한 인연이 찾아왔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 대부분이 고양이를 키우고 있거나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때 당시 고양이는 나에게 먼 존재였다. 강아지만 키워 본 나로서 고양이는 차갑고 무서웠다. 하루는 동료가 길냥이를 회사에 데리고 왔다. 정말 손바닥 보다 조금 큰 귀여운 생명체였다. 입양을 보내기 전까지 임시 보호를 하기로 했고, 낮에는 회사에서 퇴근 후에는 동료의 집으로 갔다. 일을 할 땐 내 노트북위나 무릎 위에서 있는 그 작은 아이가 내 마음속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동료의 집에는 이미 두 마리의 성묘가 있었고 새로운 고양이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었나 보다. 며칠 후 그 아기 고양이는 우리 집으로 퇴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잠깐만 보호하겠다는 생각이었지만 그 눈을 들여다보는 순간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
치즈냥이의 이름은 나초로 지어졌다. 나초가 집에 오고 나서 내 삶의 무게중심은 조금 달라졌다. 처음에는 출퇴근을 같이 했지만 우리 집이 점점 나초의 영역이 되어가면서 내가 없는 동안 집을 지켰다. 집에 돌아오면 작은 발소리와 나를 기다리는 시선이 있었다. 그것만으로 하루의 피로가 풀렸다. 회사, 학원, 브랜딩, 그리고 새로운 가족.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해가던 시기였지만 아직도 적응을 못한 것만 같았지만 그 안에서 나는 이상하게도 안정감을 느꼈다. 변화의 한가운데서 나를 단단히 붙잡아 주는 무언가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평온은 (역시나) 오래 머물지 않았다. 나초와 함께하기 시작하고 한 달쯤 뒤, 문득 공기가 달라진 것을 느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류가 서서히 스며들고 있었다. 마치 평온한 수면 아래에서 조용히 파문이 번져가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