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답변인데 내 말이 아닌 것들

by 아말

말은 익숙한데 말하는 모습은 낯설다.


면접장에서 나오는 많은 답변들이 그렇다. 문장은 완벽하고 흐름도 좋지만 이상하리만큼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만들어진 나는 호소력이 없다.


답변 첨삭 수업 때 나는 가끔 이런 질문을 한다.


"GPT에 뭐라고 요청했어요?"


그만큼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음이 절실히 느껴진다. 심지어 본인의 생각과 경험들을 요청하긴커녕 질문만 줬다는 대답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요리는 해 보지도 않았으면서 요리책의 레시피만 보고 전달하고 있는 것 같았다.


흑백요리사의 안성재 셰프는 '요리하는 돌아이'를 '내가 내어주는 요리를 정말 맛있게 먹어주길 바라는 사람'으로 말한다.


"'내가 음식을 만드는 이 행위 자체가 너무 멋있으니까, 너희는 그냥 먹어'라는 자세로 요리를 해선 안 돼요. 먹는 사람이 내 음식을 맛있게 먹기를 바라면서 하는 요리와 '내 요리 행위'에 중점을 두고 하는 음식은 다를 수밖에 없어요."


GPT가 만들어준 멋진 답변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들이 진짜 나를 느낄 수 있도록 전해야 한다. 내 답변은 내가 직접 살아낸 경험에서 나와야 한다. 그게 없다면 '감동'과 '호소력'은 생기지 않는다. 이 미묘한 차이를 아는 사람이 진심을 담은 말의 힘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힘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정직한 서술에서 시작된다.


면접관이 기억하는 답변은 그 사람만의 이야기다. 특히나 GPT, 학원, 과외 등등 완벽한 서포트를 받는 지원자들 중에서 진짜를 가려야 하는 요즘 면접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호소력'이 무조건적인 감정적 호소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 비슷비슷한 경험과 지원동기일지라도 그 사람만의 관점이 있어야 한다. 취미 하나를 말하더라도 이 취미가 승무원에게 어떻게 유용한지뿐만 아니라 내가 왜 이것을 취미로 삼게 되었는지, 어떤 점이 좋았는지 그 서사말이다.


"내가 만약 답변 작성 시간을 5분 준다면, 여러분은 4분 이상을 자신에 대해 생각해야 해요."

나는 수업 시간에 항상 이런 말을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의 콘셉트는 무엇인지, 그 서사가 있다면 답변을 만드는 시간은 사실 오래 걸리지 않는다. 물론 이 스토리텔링에도 구조가 있고 거기에 나의 이야기를 대입하기만 하면 된다. 소설을 쓰고 또 그걸 달달 외우느라 애쓰지 않아도 된다.

호소력은 정직하게 나를 들여다본 사람만이 얻는 말의 무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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