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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킹 Apr 15. 2021

한 회사를 1-3년 정도 짧게 다닌 사람은 어떻게 해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하게 되는생각들,지영킹의일사이트


엊그제 브런치에 올린 왜 사람들은 한 회사를 적어도 2-3년 이상 다니라고 할까? https://brunch.co.kr/@amandaking/208 글이 카카오 탭에 소개되면서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다.


마치 근속연수 쩌는 사람처럼 글을 썼지만 정작 나도 첫 회사에서 3년, 두 번째 회사에서 2년, 세 번째 회사는 1년 다니고 창업을 하게 되었다. (ㅋㅋ) 그리고 내 주변에도 한 회사에서 1-3년 사이에 일을 하고 이직을 하는 '프로이직러'들이 꽤 많다.


첫 번째 글을 읽으신 분들 중에도 '나는 도저히 2-3년 못 다니겠던데'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 나 같은, 혹은 내 친구들 같은 프로 이직러들을 위한 변을 이어서 써보려고 한다. 




한 회사에서 1-3년씩만, 짧게 짧게 일했던 사람은 어떻게 해요? 


요즘 같은 세상에 이직 몇 번 하는 게 흠은 아니다. 특히 내가 자주 만나는 스타트업 업계의 사람들은 보통 이직 주기가 딱 2-3년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이직을 통해 몸 값을 X2, X3.. 올리기도 하고, 이직을 할 때마다 점점 점프업 하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이기도 한다. 


헤드헌팅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보니, 객관적으로 '최소 이렇게 해야 시장에서 인정받아요'라고 이야기는 못 하지만, 개인적인 차원에서 '앞선 경력이 짧아도 만족스러운 이직'을 하는 케이스들의 공통점을 생각해보았다. 그들에게는 이직의 과정을 통해 3가지를 남기더라.



첫째, 밀도 있게 일한 경험.


내 주변이 특히 그런지 모르겠지만 1년 일했을 뿐인데 남들 3년 치 일한 양과 밀도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력서 상에는 경력이 '1년'이라고 기록되겠지만 실제로 이야기를 들어보면 '1년 같지 않은 1년을 보냈구나' 싶은 유형들.


이들은 밀려오는 일들을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스스로의 노력과 자원을 투입하면서 일을 하더라. 그래서 1년을 일했어도 3년 치 일한 만큼의 인사이트를 갖고 회사를 떠난다.


즉, 이런 사람은 1년 동안 무슨 일을, 얼마큼 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결과를 도출해냈는지 면밀하게 검증하고 어필할 수 있는 회사에 지원을 한다면 비단 이력서가 '1년-2년-1년'.. 이런 식으로 짧아 보여도 원하는 회사에 가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이게 말이라서 쉬운 것일 수 있으나, 사람을 뽑아야 하는 고용주나 HR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단순한 스펙이나 겉으로 보이는 이력만 가지고 판단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이 엄청난 달변가이거나 설득을 잘하는 스타일인 사람이 아니라면, 이를 위해 평소에 무슨 일을 어떻게 했고, 그 결과가 어땠으며, 그 과정에서 나는 무엇을 배웠는지에 대한 것들을 꾸준히 기록해 놓기를 추천한다. 


이렇게 밀도 있게 일하는 사람이면 사람일수록, 밀도 있게 일하느라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내가 뭘 했길래 이렇게 바빴지?' 싶은 일이 많거든.



둘째, 사람.


일은 열심히 하고 잘하는 편인데 사회생활에 서툰 유형들이 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말로 일하는 사람들과 상극인 스타일이다 (ㅋㅋ) 하지만 그래서 더 억울할 때도 많을 것이다. 일은 내가 다 했는데 공을 그만큼 인정받지 못해서!


그런데 '일'이라는 것도 결국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당히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만들어 두는 것도 일 잘하는 덕목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다. 특히 이직을 할 때 레퍼런스 체크나 추천이 필요한 경우에는 더더욱 '내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로 갈 수 있는 회사 혹은 합/불합의 여부가 갈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의 성향을 바꾸기란 쉽지 않고, 또 쥬니어 때부터 그렇게 일해온 습관이 굳어진 경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럴 때는 모두와 두루두루 잘 지내며 괜히 인싸 흉내를 내기보다는 딱 3명의 신임만 얻겠다는 생각을 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나와 함께 일하는 선배 중에 한 명, 동료 중에 한 명, 후배 중에 한 명. 내가 밖에 나가서 막 어필하지 않아도 무슨 일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알아주는, 그런 사람들 딱 3명만 있어도 이직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필요한 절차를 진행할 때 있어서도 분명 큰 힘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일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


우리는 백세 시대를 살고 있다. 살면서 열 번도 더 직업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도 있다. (회사를 바꾸는 게 아니라 '직업' 자체를 이만큼 바꾸게 된다는 건데 생각해보면 실로 어마어마하다.)


그럴수록 중요한 게 뭘까? 나를 잘 파악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나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회사 등에 대한 '나만의 기준'이 확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변화하는 시대 +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일 + 돈 되는 일 등등에 이리저리 떠밀려 다니면서 '맥락 없는 이력'만 쌓게 될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1년이 되었든 3년이 되었든 한 회사에서 다음 회사로 이직을 하려고 할 때 나만의 이유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는 거다. 좋은 조건으로 오퍼가 왔어도 그 오퍼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나름대로의 이유.


그리고 그 이유들이 나의 직업관을 점점 더 명확하게 만들어 주는 선택들이어야 한다. 나 조차도 설득이 안 되고, 나 조차도 나중에 '왜 그랬지??' 싶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나 같은 경우는 첫 회사를 선택할 때 '실무를 많이 할 수 있는 회사'가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학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대외활동을 통해 대기업/공기업이 어떻게 일하는지 간접 체험하게 되었고, 그 결과 내가 생각하는 '실무'를 많이 하는 곳은 에이전시라고 판단하여 에이전시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렇게 '실무를 많이 한다'라는 조건에는 에이전시가 부합하였지만, 막상 일을 해보니 새로운 어려운 점을 발견하였다. 바로 에이전시에서 하는 일은 어떤 클라이언트를 만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고, 그것은 복불복이라 내가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 회사를 찾을 때는 '우리 회사만의 프로덕트/서비스가 명확하고' 내가 하는 일이 그 프로덕트/서비스를 더 낫게 만드는 것에 기여할 수 있는 곳인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그래서 크기는 전 회사보다 더 작아도 명확한 프로덕트를 갖고 있는 스타트업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 다음 회사를 선택할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소위 '사람을 많이 만나봐야 좋은 사람과 결혼할 수 있다'라고 하는 것처럼, 이직을 하는 과정에서 나는 이런 일을 잘하는구나 / 나는 이런 사람들과 일할 때 퍼포먼스가 잘 나는구나 / 나는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걸 좋아하는구나 등 나름대로의 기준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준들은 아마 다음 회사를 선택할 때나, 아니면 창업을 할 때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요약하자면 한 회사에서 1년, 2년, 3년.. 이런 식으로 짧은 커리어를 가진 사람이어도 밀도 있게 일했다면, 그리고 그것을 증명해주는 기록이나 사람이 있다면,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직업관이 뚜렷해졌다면 서류 상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좋은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일 테니 너무 두려워 말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인생이 어려운 이유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커리어 고민이 어려운 이유도 마찬가지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곳들도 어렵게 들어갔다 퇴사하는 이들이 빈번한 것을 보면, '완벽한 회사'란 없고 우리는 그저 '조금 더 잘 맞는 회사'를 찾아가는 여정을 즐기다 '퇴직'을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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