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조심, 그리고 안전하게 보내기 위해 애쓴 나날들
어느덧 3월이 다 갔다. 2월을 마무리할 때 쯔음, 오미크론 확산세가 속도가 붙길래 전원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3월 내내 사무실을 안 가게 될 줄은 모르고. 코로나라는 녀석은 '금방 지나가겠지, 좋아지겠지' 할 때 딱 '아닌데?' 하면서 뒤통수를 치는 것 같다. 그렇게 2022년 3월은 봄 날씨를 제대로 즐기기도 전에 끝나버렸다.
그리고 3월에 재택근무를 하기로 한 것은 결과적으로 매우 잘 한 선택이 되기도 했다. 2월 말-3월 초에 (드디어)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ㅎㅎ 나의 3월을 돌아보면, 정말 말 그대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집 밖에 나왔을 정도로, 조심 또 조심하며 보냈던 시기였다.
작년부터 꾸준히 산부인과를 다니고 배란유도제를 처방받으며 임신 준비를 해왔으나, 한 번의 유산 이후 소식이 없던 우리 부부는 병원을 옮기기로 했다. (유산을 겪었을 때 썼던 글은 요기에..)
친구가 추천해준 난임 전문 병원이었고, 원한다면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까지도 가능한 곳이었다. 1월부터 난임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1월에는 아쉽게도 별 소득 (?) 없이 한 달이 지나갔다. 그 이후에 정확한 날짜 별로 진행 상황(?)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월 25일 생리 시작
1월 28일 배란유도제 먹기 시작 (5일 간)
2월 4일 나팔관 조영술 찍음 (진짜 두 번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
2월 10일 배란일에 맞춰 배란포 터지는 주사 맞음 (주사 맞고 나서 다음 날부터 몸이 천근만근 하고 너무나 힘들었음.. 이 또한 두 번은 하고 싶지 않은 경험..)
2월 20일 남동생이 태몽을 꿨다고 연락이 옴 (엄청나게 커다란 흰소를 보는 꿈!! 너무 생생해서 일어나자마자 검색해보니 태몽이라며..!)
2월 23일 임신테스트기 희미한 두 줄 봄 (남동생 이야기 듣고 혹시나 싶어서 해봤는데.. 희미한 두 줄!! 친한 친구들한테만 먼저 보여줬는데 실눈 안 뜨고 봐도 두 줄이라고 미리 축하해줌 ㅎㅎ)
2월 24일 임신테스트기 한 번 더 - 좀 더 진해진 것을 확인
2월 25일 산부인과 가서 1차 피검사해봄 (hGC 수치 100 정도 나옴)
2월 28일 산부인과 가서 2차 피검사해봄 (hGC 수치 600 정도 나옴 : 제대로 임신이 됐다고 판단할 수 있는 수치. 예전에 유산을 경험했을 때는 160-170에서 더 이상 오르지 않다가 끝났음.)
3월 4일 (남편 생일날) 첫 초음파!!! 드디어 자그마한 아기집을 발견 +_+ (4주 차로 추정, 병원에서 소견서 받음)
3월 11일 좀 더 커진 아기집 확인, 아직 아기의 형체까지는 보이지 않았음 (5주 차, 양가 부모님께는 이때 말씀드림, 우리 엄마한테 이야기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왜 시엄니 목소리 들을 땐 울컥했는지 T_T 스벅에 앉아있다가 눈물 찔끔..)
3월 17일 확연히 보이는 난황 + 아기의 형체 확인 (6주 차) 반짝 반짝이는 심장의 모습도 보고 쿵쾅쿵쾅 하는 소리도 들음!!
3월 31일 (8주 차 반) 2주 기다려서 초음파 보는 날~ 잘 크고 있나 너무 궁금했는데 8주 지났다고 팔다리도 뿅뿅 나고 완벽한 젤리 곰 형태를 띠고 있어서 너무 신기했다.
다행히 나는 입덧을 심하게 하지도 않고, 임신 초반에 잠이 쏟아졌던 것 말고는 크게 힘든 점은 없었다. 한 달 동안 집 밖에 안 나가니 체력이 현저히 떨어지기는 했지만. 한 번 유산 경험이 있어서인지 극도로 조심하게 되는 점도 없지 않아 있다.
하여튼 다른 임신부들처럼 입덧이 심하거나 어디가 불편하면 내가 진짜 임신을 하긴 했구나 싶을 텐데 나는 별로 그런 게 없어서, 임신 사실 알게 된 이후 한 2주 정도? 잠 많이 잔 거 말고는 거의 평상시와 비슷하게 생활하고 있다. 물을 좀 더 많이 마시고, 자다가 좀 더 자주 깨고, 가슴이 아픈 정도?!
하여튼 이 정도 컨디션으로만 쭉 간다면 큰 무리 없이 임신 기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근자감도..?! (입방정 떨면 안 되는데..ㅋㅋㅋ)
하여튼, 범이 덕분에 너무나 편한 3월을 보냈다. 집안 일도 남편이 다 해주고 - 심지어 내가 점심에 먹고 안 치운 설거지도 퇴근하고 와서 다 해줌.. 투덜대면서도 다 해주는 착한 싸나이.. ㅋㅋㅋ - 어딜 나돌아 다니지 않으니 지루하긴 해도 말 그대로 몸과 마음이 편하게 3월을 보낼 수 있었다.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모르지만.. 그리고 그게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지만, 그 또한 나의, 우리 아기의 운명이라 받아들이며 살아갈 각오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좀 더 공부하고 시간 내어 알아보면서 주체적으로 임신-출산-육아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남편은 벌써부터 베이비페어에 가고 싶다고 하는데, 그런 곳에 가면 귀 얇고 거절 못하는 우리 부부의 특성상 업체들의 마케팅에 놀아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나는 일단 NO라고 말한 상태 ㅋㅋㅋ
주변에 이미 경험을 한 친구, 언니들이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것만 사거나 물려받아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고,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또 살아지더라는 믿음이 있기도 해서 그렇다. 하여튼 진짜 꼭 필요한 것만, 현명하게 잘하면서 아기를 낳는 그 순간까지, 아니 아기 낳은 이후에도 좀 주체적으로 육아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다짐을 굳게 해 놔야 그나마 좀 덜 흔들릴 것 같아서..^_ㅠ)
또.. 커뮤니터의 본능을 못 버리고 카톡방도 하나 만들었다. 베이비빌리라는 어플에 같은 달에 출산하는 부모들끼리 볼 수 있는 동기 커뮤니티가 있는데 그 안에서 출발한 카톡방이다.
2022년 출산 예정인데 일하시는 분들을 만나고 싶었다. 지금 50명 넘게 모여있는데 공무원, 소방관, 선생님 등 다양한 직업의 (예비) 엄마들이 모였다. 지역도 서울, 경기, 부산, 미국 등 다양한 지역에 있는 분들이라 좋다. 그동안 업계 안의 사람들만 만나다가 쌩판 모르는, 다만 '임신/출산'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모일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https://www.notion.so/jiyoungking/2022-Q-A-ad7df90f33b84861bf9057f7ed83d965
아직 정보가 많지는 않은데 카톡방에서 나온 이야기들도 노션에 정리해보려고 한다. 몇 달치 정보들이 쌓이면 꽤 의미 있는 페이지가 될 것 같다. 임신 기간 동안 재미있는 또 하나의 딴짓으로 오래오래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업무 관련 회고도 해야 하는데.. 추후에 업데이트하는 걸로.. 갑자기 몰려오는 피곤함ㅋㅋㅋ ^^;; 하여튼 3월 범이와 함께 하게 되어서 행복했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열 달 잘 날 수 있기를 기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