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다이어트 디톡스 10일, 7kg 감량 후기
나는 천성적으로 먹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사람도 좋아해서 약속도 많고 술자리도 잘 빼지 않는 타입이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살이 찔 수밖에 없었다.
건강을 위해 당장 수술이나 다이어트가 필요할 정도의 비만은 아니다. 키도 큰 편이고, 눈에 보이는 팔다리 부위는 얇아서 내가 다이어트를 한다고 했을 때 "왜? 뺄 게 있어?"라는 반응이 많았다.
글쎄, 봄이 와서일까. 갑자기 내 안에서 다이어트에 대한 강한 바람이 불었다. 앞으로는 임신도 하고 출산도 하게 될 텐데 그전에 뺄 수 있을 만큼 빼보고 싶다는 생각도 컸다.
그래서 사라 한의원 김사라 원장 선생님께 상담을 받고 한방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먼저 인바디를 재고 1시간가량 상세한 상담과 설명을 들었다.
디톡스 다이어트는 2일의 감식기 (덜 먹는 기간) → 10일의 절식기 (물과 보조제 - 감로수 - 만 섭취하는 기간) → 3일의 회복식기 (미음이나 죽으로 차차 음식을 먹는 기간) → 15일의 식이요법기 (저염식, 일반식을 할 수 있는 기간)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그 이후에 한약을 먹으며 1달 반 가량 운동을 병행한다. 나는 지금 여기서 2일의 감식기 → 10일의 절식기 단계를 지난 상태이다.
아무 음식도 먹지 않고 오로지 물만 마셔야 하는 절식기 동안에는 감로수라는 보조 음료를 함께 물에 타서 마신다. 감로수의 맛은.. 매실? 달달한 한약 맛? 정도이다. 냄새가 심하거나 한약처럼 쓰지 않다.
감로수를 물에 타서 마시면서 하루 2리터 이상의 물을 마신다. 처음에는 정해진 시간에 맞게 마시려고 했는데, 틈틈이 배고픔을 느낄 때마다 감로수와 물을 번갈아가면서 마셨다.
10일이라는 기간이 길다 하면 길 수 있고 짧다고 하면 짧을 수 있는데, 10일 동안 일상생활을 하면서 아무것도 먹지 않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원장 선생님은 보통 1~3일은 당연히 힘들고, 4~5일이 지나면 편해지기 시작해서 6~7일에는 가벼움을 느끼고 8~10일에는 예민해지거나 짜증이 나는 증상이 있다고 미리 말씀해주셨다.
하지만 나는 1~10일 내내 힘들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일 동안 디톡스를 하면서 느꼈던 변화
결과적으로 7kg을 감량했는데, Before - After 사진으로 비교해보면 확연히 차이가 날만큼 몸이 많이 바뀌었다.
디톡스 도중에는 배가 고파서라기보다는 먹을 게 생각나서 힘들 때가 많았다.
살면서 이렇게 오랜 기간 위를 비워본 적이 없어서 기운도 떨어지고, 나중에는 손 발이 차가워지기도 해서 잘 때는 꼭 두꺼운 양말을 신고 잤다.
평소에 루틴처럼 하던 잠들기 전 책 읽기나 저녁 운동 같은 것도 기운이 없어서 거의 못했다. 집에 오면 그냥 바로 누워있기 일쑤였다...ㅠㅠ
냄새에도 엄청나게 민감해졌었다. 하루는 자려고 누웠는데 라면 냄새가 나는 것 같길래 아랫집에서 야식을 먹나 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남편이 챙겨 먹는 비타민제 통 뚜껑이 열려있어서 거기서 나는 냄새를 그렇게 느꼈던 것이었다 ㅠ0ㅠ
가장 큰 위기는 6일 차, 7일 차 주말에 닥쳤다. 6일에는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 오기로 해서 음식을 대접해야 했고, 7일에는 시댁 가족 모임이 있어서 참석해야 했다.
나는 음식의 간도 못 본채 친구들에게 나베를 만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ㅠ^ ㅠ (친구들아 정말로 맛있었니..? ㅠㅠ) 가족 모임도 비싼 밥 먹으러 간 건데 한 입도 먹지 못하고... 어찌 저지 넘겼다.
월요일에도 남편은 삼겹살 먹는데 한 입도 못 먹고 ㅋㅋㅋㅋ 그 다음 날에도 퇴근하고 온 남편을 위해 참치 김치볶음밥 해주고 나는 못 먹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매 순간이 고난의 연속이었다 ㅠ_ㅠ
감로수 디톡스 10일을 끝내고 느낀 점
나는 먹는 것을 좋아해서 어차피 먹을 거면 행복하게 먹자, 행돼주의자였다. 먹는 건 그렇게 먹으면서 건강하고 탄탄한 몸매를 가진 사람들의 사진을 볼 때마다 부러워했다.
물론 직장인으로 하루 8시간 이상 책상 앞에 앉아서 일하는 나와 몸 관리하는 게 직업인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를 비교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래도 '살면서 한 번쯤은..'이란 생각은 늘 갖고 있었다.
문제는 그렇게 변화하고 싶으면 내게 주어진 상황 내에서 열심히 다 하는 게 아니라 모든 걸 통제하고 극강의 노력이 필요한데 한 번도 그런 시도는 안 했다는 점이다. 이번이 그러한 첫 노력이었는데 아주 다행히, 열흘을 무사히 버텼다.
솔직히 나는 나를 불신했다. 아니, 나는 잘 먹는 사람이니까, 이런 노력 해봤자 실패할 거라고 미리 단정 지었다.
하지만 하루하루 떨어지는 몸무게와 변화하는 내 몸을 보며 역시 명백하게 노력하면 결과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미국으로 신혼여행 갔을 때 이런 일이 있었다. 결혼식 직전까지 다이어트를 하다가 봉인 해제되면서 스타벅스에 갔을 때 푸라푸치노를 그란데 사이즈로 시켰었다. 미국의 그란데 사이즈는 우리나라 그란데보다도 훠얼씬 컸다.
그걸 들고 기념품 가게에 들어갔는데 주인아저씨가 나를 보더니 "와 ~ 너 진짜 큰 푸라푸치노 먹는다, 하긴 근데 너는 '스키니'하니까 그거 먹어도 되겠다!"라고 말했다.
나는 살면서 내가 '스키니'하다는 말을 처음 들어서 남편한테 "오빠, 내가 미국에서는 스키니 한가 봐!!!!" 라며 신나 했다. 그러면서 날씬함의 기준은 역시 나라마다 차이가 있구나, 내가 한국에서는 키도 크고 덩치도 큰 편이지만 미국에서는 아니래잖아?! 라며 정신 승리했었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이번에 살을 빼면서 미의 기준은 상대적인 게 아니라 절대적이라고 느꼈다. 남이 어떻게 보든 '나'의 절대적인 기준이 더 중요한 게 아닐까?
미국에 있어도 내가 나를 뚱뚱하다고 느끼면 뚱뚱한 거고, 한국에 있어도 내가 나를 날씬하다고 느끼면 날씬한 거고.
본인이 원하는 몸매가 있다면 현재 상황이 어떻든 열심히 식이 조절하고 운동을 하면 되는 거고. 그게 아니라 먹고 싶으면 먹고 그런 거지, 남들의 상대적인 기준이 필요한가 싶었다.
10일 동안 완전 절식을 하면서 가장 괴로웠던 것은 온갖 데 먹는 게 너무 많이 나온다는 점이었다.
TV를 틀면 먹방, 여행 가서 먹는 거, 애 키우면서 먹는 거, 연애하면서 먹는 게 나오고... 페이스북에도 이 사람이 먹는 거, 저 사람이 먹는 거, 요즘 맛있다는 곳, 맛있는 음식들의 사진과 동영상이 넘쳐났다.
나중에는 어차피 못 먹는데 보기라도 하자, 라는 심산으로 괜히 찾아보기도 했는데, 그러면서 '무언가 먹고 싶다, 먹어야겠다, 라는 생각에 나의 입과 손이 상당히 지배되어 있구나.'를 느꼈다.
사실 보면 대충 안다. 저 음식이 무슨 맛일지. 그 '맛'에 길들여져서 먹는 거지, 내가 살기 위해, 내 몸을 위해 먹는 건 아닌 거다.
그리고 별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먹는 일도 잦아서 지하철 타러 갈 때 편의점에서 초코 우유 한 개, 냄새에 이끌려서 델리만쥬 한 봉지, 입이 심심해서 먹는 각종 주전부리들...
다 입이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뇌가 먹고 싶어서 먹는 것들이었다 ㅠ_ㅠ 그것을 참는 게 사실상 절식이나 다이어트의 핵심이고, 그게 제일 어려운 일 같다!!!! ㅠㅠ
디톡스는 칼 안 대고 하는 수술
디톡스는 칼 안 대고 하는 수술이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건강/운동 관련 전문가들도 종종하고 요즘은 일반인들도 자주 하는데 막상 해보니 보통의 의지로는 하기 힘든 일이었다.
사람들을 만나도 양해를 구하고 식사를 빠져야 하고, 남들이 먹는 것을 지켜만 봐야 하고... 그래서 무너지기도 쉽고 그만한 효과를 보기도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의사나 전문가와 함께 해야 한다. 나의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고 이상이 없는지, 의지가 떨어질 때만 으쌰 으쌰도 할 수 있게..
또 그분들의 말을 신뢰하고 100% 따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 그만한 효과도 볼 수 있다. 시키는 대로 다 안 했는데 효과가 없다며 전문가 탓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 ㅠ_ㅠ 몸은 절대로 거짓말을 안 하니까!
필요하다면, 꼭 하고 싶다면 전문가와 함께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으로, 그리고 그게 궁극적으로 내 삶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다이어트를 해야 된다는 걸 느꼈다.
아기 입맛에서 다시 시작하기
디톡스, 절식을 하면 아기 입맛과 위로 돌아간다. 무려 열흘동안 물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위도 깨끗해져 있는 상태이고 입맛도 순해질 수 밖에 없다.
여기서 다시 건강한 음식 위주로, 몸에 좋은 입맛으로 가꾸어 나가기는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7kg 감량이라는 결과를 눈으로 보니까 내 몸도 하면 되는구나, 라는 자신감과 함께 여기서 더 열심히 운동해서 예쁜 몸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두꺼운 허벅지 때문에 청바지에 짧은 상의는 평생 한 번도 안 입어봤는데, 열심히 관리해서 조만간 꼭!!! 옷 쇼핑도 사이즈 스트레스 없이 하길 바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