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상반기 회고록
7월 첫째주에 많은 이들이 2018년 상반기를 되돌아보는 글을 쓰는 것 같길래, 나도 첫째주가 끝나기 전에 상반기 회고록을 써보고자 노트북을 켰다 ㅎㅎ
2018년 상반기는 30대의 시작이기도 해서, 무엇이든 기록을 해놓는 게 여러 모로 의미 있을 거라 생각하기도 했다.
지난 6개월 간, (늘 그랬듯)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 중에는 내가 원했던 것도 있고, 뜻하지 않았던 것도 있다.
2018년 상반기를 돌아보기 전에 20대를 잠깐 회상해보자면, 그야말로 방황의 시기였다.
일단 수능 점수에 맞춰서 대학에 갔는데 정치 외교 쪽도 나름 재미가 있었지만 크고~ 먼~ 이야기들보다는 현상의 이면에 있는 것들이 궁금해서 문화 인류학을 복수전공을 하게 됐고,
문화인류학은 나의 문제, 내 주변 문제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다보니 계속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혹은 "무엇이 행복한 삶일까~" 이런 고민을 했고.
"어떤 일을 해야하나"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고등학교 때부터 마음 속에 품어왔던 "광고 카피라이터"가 어떨까 해서 광고 동아리도 해보고,
"아, 역시 광고 보다는 마케팅인가~!" 해서 디지털 마케팅 AE로 커리어를 시작하고, 스타트업에서 마케터도 했다가,
마음 한 켠에 늘상 있었던 문제, "결혼 하고도, 애 낳고도 일 계속 하면서 살고 싶은데, 도대체가 가능한건가, 그 이후의 삶은 어떻게 굴러가는거지"에 대한 갈증을 풀지 못해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 이라는 커뮤니티도 만들게 되었고...
돌아보면 정말... 한 시도 가만히 못 있고 이리 쿵 저리 쿵 부딪히며 다녔지만...
이 모든게 "도대체 나에게 맞는 단추는 뭐지? 어떤 모양이지? 어떤 크기이지?" 심지어 대충 맞는 것 같은 단추를 찾았다가도.. "어디에 껴야하는 거지? 여기가 맞는건가?" 하면서 헤맸던 시간들이 되었다.
내가 정말 복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저렇게 헤매고 다니는 동안 나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더욱 안심하고 헤매고 다닐 수 있었다. (..증맬루...좋..좋은건가..?ㅋㅋㅋ)
무튼, 그렇게 헤매고 다닌 결과, 30대를 시작하는 지금, 인생의 화두는 "스타트업" 그리고 "여성"이다.
이 두 가지 키워드는 계속해서 나를 움직이는 동력이 될 것이다.
스타트업에서 일하기 전에도 '일'이라는 게 도대체 뭘까, 어떤 일을 해야할까, 일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나름대로 찾았던 기준 중 하나는, 내겐 회사의 '이름'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라는 거였다.
그보다는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가 더 중요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런 개인적인 관심사와 별개로 실제로 스타트업에서 일도 해보고, 사회적 변화들을 지켜보니 창업이나 스타트업이 시대의 흐름이라는 걸 느꼈다.
그렇담, 어차피 살면서 한 번 쯤 창업을 하게 되는 건데... 자기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게 우리의 미래라면, 회사라는 안전한 비닐 하우스 안에서 피하려고 애쓰기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부딪혀야 하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이 창업을 하는지, 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지, 그래서 실제로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건지 직접 겪고, 보고 듣고 싶었다.
올해로 3년 째 스타트업 업계에서 생활을 했는데, 다행이도 여전히, 스타트업이 가지고 있는 힘이 있다는 믿음은 굳건하다.
앞으로도 이런 믿음에 대해 나 스스로에게 증명해보이고 싶다.
또한, 아주 미약하더라도 스타트업 업계의 일원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함께 만들고 싶다.
그게 앞으로 30대에 가장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다.
두 번째 키워드인 "여성"은, 내가 인류학을 공부한 이후에 늘상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촉을 세우고 있기도 했거니와, 친구들에 비해 일찍 결혼한 편이어서 더 크게,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점도 한 몫 했다.
앞서 말했듯, 나는 스타트업이라는 게 너무 좋은데, 일하는 것도 너무 좋은데, 자꾸만 내 개인의 삶과 충돌이 되는 지점들이 발생했다.
예를 들어 일이 빡세서, 작은 조직이다 보니 나 말고는 내가 맡고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당연히 일을 더 하게 되어서 발생하는, 그런 문제들.
그리고 오며 가며 듣게 되는, '결혼 했으니, 이제 임신은 언제쯤...?' 같은 오지랖들.
정작 남편은 "너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다, 일을 해서 행복하다면 일을 하는 게 맞다, 그 일이 무엇이든, 지지할 것이다, 걱정 마라"라고 하지만,
일과 나의 삶을 양자 택일 해야 하는 것만 같은 순간들이 스트레스였다.
그러나 이런 고민들도 '스타트업이라면'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큰 조직에서 갖추기 힘든 유연함을, 스타트업에서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나 또한 계속해서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버티다 보면, 개인적인 삶도 행복하게 영위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너의 2018년 상반기가 어땠는데? 라고 물어본다면 아래와 같다.
일단 1-2월에는 이전에 일했던 회사에서 일을 마무리하는 시기였다. 이 때는 몸과 마음 모두 많이 지쳐있을 때라 별게 다 힘들었다.
3-4월에는 좀 쉬면서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 커뮤니티 운영을 집중적으로 했다. 이 때 지금 합류하게 된 회사의 대표님도 만나게 되었다.
5-6월은 새로운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였다. 이 회사 역시 스타트업이고, 일하는 여자들을 위한 프라이빗 멤버십 클럽 ‘헤이조이스’를 만들고 있다.
실은 팀에 합류하기 전에 이름만 대면 다 아는 큰 스타트업의 면접 중이었다.
어느 회사에 가야 하나, 고민하던 순간 나에게 나침반이 되어주었던 것은 두 가지 키워드였다. “스타트업” 그리고 “여자로서의 삶”.
많은 것들이 갖춰진 회사에서 그것들을 누리며 마음 편안히 일하는 것도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하지만 “진심으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뭐지?” 라고 자문했을 땐, 일하는 여자들에게 닥친 문제를 풀어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게 더 끌렸다. 그래서 나에게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따랐다.
세상에 없는 걸 만들다 보니, 신경써야 할 것들이 많다. 게다가 시간과 에너지, 리소스는 한계가 있어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빚을 지게 되는 일도 생긴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30대의 첫 단추를 매우 잘 끼웠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것을 따랐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긴 방황의 시간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에 개인적인 비전뿐만 아니라 인생에 무엇이 중요한지 가치관도 정립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요즘엔 인생은 긴~ 여정이라는 걸 항상 염두해 판단하고, 나만의 무기를 만들며 때를 기다리고, 좋은 사람들과 오래 함께 하기 위해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고자 한다.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나만의 꿈을 찾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선택들을 하다보니 요즘따라 이 말이 더 와닿고 맴돈다.
그리고 이왕 꿈을 꾸고 그 꿈을 닮아갈 수 있을거라면, 큰 꿈을 꿔보겠단 생각을 한다.
나도 잘 살고, 우리 가족들도 잘 살고, 내 친구, 주변 사람들, 나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모든 사람들, 나아가 한국 사회, 우리 나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런 꿈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8년 상반기는 평생의 꿈을 닮아갈 수 있는 첫 단추를 끼우는 시기었고, 이만하면 잘 보낸 것 같다. 정말 다행! 하반기도, 잘 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