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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킹 Jul 07. 2018

30대의 첫 단추, 잘 끼운거겠지?

2018년 상반기 회고록



7월 첫째주에 많은 이들이 2018년 상반기를 되돌아보는 글을 쓰는 것 같길래, 나도 첫째주가 끝나기 전에 상반기 회고록을 써보고자 노트북을 켰다 ㅎㅎ



2018년 상반기는 30대의 시작이기도 해서, 무엇이든 기록을 해놓는 게 여러 모로 의미 있을 거라 생각하기도 했다.



지난 6개월 간, (늘 그랬듯)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 중에는 내가 원했던 것도 있고, 뜻하지 않았던 것도 있다.




늘상 헤맸던 20대,

나에게 맞는 단추는 도대체 뭐지? 이 단추는 어디에 껴야하지? 




2018년 상반기를 돌아보기 전에 20대를 잠깐 회상해보자면, 그야말로 방황의 시기였다.



일단 수능 점수에 맞춰서 대학에 갔는데 정치 외교 쪽도 나름 재미가 있었지만 크고~ 먼~ 이야기들보다는 현상의 이면에 있는 것들이 궁금해서 문화 인류학을 복수전공을 하게 됐고,



문화인류학은 나의 문제, 내 주변 문제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다보니 계속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혹은 "무엇이 행복한 삶일까~" 이런 고민을 했고.



"어떤 일을 해야하나"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고등학교 때부터 마음 속에 품어왔던 "광고 카피라이터"가 어떨까 해서 광고 동아리도 해보고,



"아, 역시 광고 보다는 마케팅인가~!" 해서 디지털 마케팅 AE로 커리어를 시작하고, 스타트업에서 마케터도 했다가,



마음 한 켠에 늘상 있었던 문제, "결혼 하고도, 애 낳고도 일 계속 하면서 살고 싶은데, 도대체가 가능한건가, 그 이후의 삶은 어떻게 굴러가는거지"에 대한 갈증을 풀지 못해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 이라는 커뮤니티도 만들게 되었고...



돌아보면 정말... 한 시도 가만히 못 있고 이리 쿵 저리 쿵 부딪히며 다녔지만...



이 모든게 "도대체 나에게 맞는 단추는 뭐지? 어떤 모양이지? 어떤 크기이지?" 심지어 대충 맞는 것 같은 단추를 찾았다가도.. "어디에 껴야하는 거지? 여기가 맞는건가?" 하면서 헤맸던 시간들이 되었다.




30대의 첫 단추는...?

의미 있게 잘 끼웠다, 다행이다!




내가 정말 복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저렇게 헤매고 다니는 동안 나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더욱 안심하고 헤매고 다닐 수 있었다. (..증맬루...좋..좋은건가..?ㅋㅋㅋ)




무튼, 그렇게 헤매고 다닌 결과, 30대를 시작하는 지금, 인생의 화두는 "스타트업" 그리고 "여성"이다.



이 두 가지 키워드는 계속해서 나를 움직이는 동력이 될 것이다.






스타트업에서 일하기 전에도 '일'이라는 게 도대체 뭘까, 어떤 일을 해야할까, 일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나름대로 찾았던 기준 중 하나는, 내겐 회사의 '이름'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라는 거였다.



그보다는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가 더 중요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런 개인적인 관심사와 별개로 실제로 스타트업에서 일도 해보고, 사회적 변화들을 지켜보니 창업이나 스타트업이 시대의 흐름이라는 걸 느꼈다.



그렇담, 어차피 살면서 한 번 쯤 창업을 하게 되는 건데... 자기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게 우리의 미래라면, 회사라는 안전한 비닐 하우스 안에서 피하려고 애쓰기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부딪혀야 하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이 창업을 하는지, 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지, 그래서 실제로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건지 직접 겪고, 보고 듣고 싶었다.



올해로 3년 째 스타트업 업계에서 생활을 했는데, 다행이도 여전히, 스타트업이 가지고 있는 힘이 있다는 믿음은 굳건하다.



앞으로도 이런 믿음에 대해 나 스스로에게 증명해보이고 싶다.



또한, 아주 미약하더라도 스타트업 업계의 일원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함께 만들고 싶다.



그게 앞으로 30대에 가장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다.






두 번째 키워드인 "여성"은, 내가 인류학을 공부한 이후에 늘상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촉을 세우고 있기도 했거니와, 친구들에 비해 일찍 결혼한 편이어서 더 크게,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점도 한 몫 했다.



앞서 말했듯, 나는 스타트업이라는 게 너무 좋은데, 일하는 것도 너무 좋은데, 자꾸만 내 개인의 삶과 충돌이 되는 지점들이 발생했다.



예를 들어 일이 빡세서, 작은 조직이다 보니 나 말고는 내가 맡고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당연히 일을 더 하게 되어서 발생하는, 그런 문제들.



그리고 오며 가며 듣게 되는, '결혼 했으니, 이제 임신은 언제쯤...?' 같은 오지랖들.



정작 남편은 "너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다, 일을 해서 행복하다면 일을 하는 게 맞다, 그 일이 무엇이든, 지지할 것이다, 걱정 마라"라고 하지만,



일과 나의 삶을 양자 택일 해야 하는 것만 같은 순간들이 스트레스였다.



그러나 이런 고민들도 '스타트업이라면'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큰 조직에서 갖추기 힘든 유연함을, 스타트업에서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나 또한 계속해서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버티다 보면, 개인적인 삶도 행복하게 영위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너의 2018년 상반기가 어땠는데? 라고 물어본다면 아래와 같다.



일단 1-2월에는 이전에 일했던 회사에서 일을 마무리하는 시기였다. 이 때는 몸과 마음 모두 많이 지쳐있을 때라 별게 다 힘들었다.



3-4월에는 좀 쉬면서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 커뮤니티 운영을 집중적으로 했다. 이 때 지금 합류하게 된 회사의 대표님도 만나게 되었다.



5-6월은 새로운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였다. 이 회사 역시 스타트업이고, 일하는 여자들을 위한 프라이빗 멤버십 클럽 ‘헤이조이스’를 만들고 있다.



실은 팀에 합류하기 전에 이름만 대면 다 아는 큰 스타트업의 면접 중이었다.



어느 회사에 가야 하나, 고민하던 순간 나에게 나침반이 되어주었던 것은 두 가지 키워드였다. “스타트업” 그리고 “여자로서의 삶”.



많은 것들이 갖춰진 회사에서 그것들을 누리며 마음 편안히 일하는 것도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하지만 “진심으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뭐지?” 라고 자문했을 땐, 일하는 여자들에게 닥친 문제를 풀어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게 더 끌렸다. 그래서 나에게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따랐다.



세상에 없는 걸 만들다 보니, 신경써야 할 것들이 많다. 게다가 시간과 에너지, 리소스는 한계가 있어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빚을 지게 되는 일도 생긴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30대의 첫 단추를 매우 잘 끼웠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것을 따랐기 때문이다.




진짜 중요한 것, 나!

그리고 나를 지탱해주는 모든 요소들




앞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긴 방황의 시간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에 개인적인 비전뿐만 아니라 인생에 무엇이 중요한지 가치관도 정립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요즘엔 인생은 긴~ 여정이라는 걸 항상 염두해 판단하고, 나만의 무기를 만들며 때를 기다리고, 좋은 사람들과 오래 함께 하기 위해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고자 한다.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나만의 꿈을 찾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선택들을 하다보니 요즘따라 이 말이 더 와닿고 맴돈다.



그리고 이왕 꿈을 꾸고 그 꿈을 닮아갈 수 있을거라면, 큰 꿈을 꿔보겠단 생각을 한다.



나도 잘 살고, 우리 가족들도 잘 살고, 내 친구, 주변 사람들, 나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모든 사람들, 나아가 한국 사회, 우리 나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런 꿈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8년 상반기는 평생의 꿈을 닮아갈 수 있는 첫 단추를 끼우는 시기었고, 이만하면 잘 보낸 것 같다. 정말 다행! 하반기도, 잘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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