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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몽드 Jun 27. 2019

눈높이

[Mindfulness | 마음챙김]

눈높이를 찾는 일




나는 주로 내 방 창가 앞자리 바닥에서 명상을 한다.

오른쪽 또는 왼쪽 뒤꿈치를 앞으로 바싹 당겨오고, 어깨를 으쓱 한 바퀴 돌려 어깨와 등을 내려놓고, 턱을 살짝 집어넣음과 동시에 뒤통수가 천정으로 살짝 올라가며 척추를 바로 펴 준다. 엉덩이를 좌우로 살짝 흔들어 엉덩이 뼈가 내려앉고 하체가 바닥에 안정적으로 붙어 있도록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린다.




그런데 이렇게 앉을 때마다, 창 밖을 보았을 때 정면에 보이는 것이 조금씩 다르다. 

나는 매번 같게 하는 것 같은데, 어느 날은 집 건너편 아파트 옥상이 보이고, 어떤 날은 그 넘어 교회 건물이 보이고, 또 어떤 날은 건너편 편의점 간판이 보인다.

별로 신경 쓰고 있지 않다가, 명상을 한지 한 달 정도 지나서 생각해 보았다. 왜 그럴까?




우선 내가 보는 시선이 공통적으로 내 눈높이보다 살짝 위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깨닫게 된 것은 나의 자세의 문제이기도 하다. 골반의 균형도 잘 안 맞고 앞으로 빠져있어서 바른 자세를 하기에 구조적으로 좋지 않다. 그러다 보니 특히 등, 어깨, 경추에 하중도 많이 실린다. 몸에 힘을 주고 다니질 않으니 나도 모르게 턱을 추켜들고 다닌다. 명상을 위해 의도적으로 바른 자세를 노력하지만, 실제 내가 조정하는 나의 자세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바르지 않은 자세인 셈이다.





나의 신체적인 구조 때문에 눈높이를 잘 못 맞추는 것도 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내가 무의식적으로 내 눈높이보다 높은 지점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임도 있는 것 같다. 나의 위치나,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되고 싶은 것, 내가 언젠간 해낼 것으로 기대되는 모습을 나라고 생각한 것 같다. 이유를 찾자면, 나 스스로 지금보다는 좀 더 잘하고 싶고(그러나 지금 내가 어떤지에 대한 성찰은 없이), 다른 사람 보다 좀 더 특별하고 잘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 같다. 

내 눈높이를 찾는 일. 




내 눈높이를 찾기 위해 이제 창 밖의 지점이 아니라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내 머리, 목, 어깨, 팔, 몸통, 골반, 다리, 발 모양을 관찰했다. 그리고 바른 자세를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고 눈동자가 정면을 바라보도록 턱을 집어넣고 척추도 곧게 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한 것보다 눈을 아래로 내려야 비로소 시선이 가운데로 맞춰졌다.





시선을 낮추고 나서야 비로소 나의 정확한 눈높이를 알게 되었다. 

이제야 나의 위치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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