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fulness | 마음챙김]
나는 마음챙김을 명상을 통해 처음 접했다. 명상하는 동안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 모든 경험들이 마음챙김의 순간일 것이다. 명상을 통한 마음챙김은 매우 실천적이고 궁극적으로 내 삶에 일부가 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마음챙김이 무엇인지, 마음챙김이 어떻게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지, 그 작동 원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아는 것은 명상 수련 외의 공부가 필요하다.
2년 반 동안 심리학 대학원 다니면서 아주 조금은 잘할 수 있게 된 것이 있다면, 논문 찾고 읽고 정리하는 것이다. 요 몇 주 마음챙김에 관한 국내 서적, 교재, 외국 논문을 찾아 읽어보고 있다. 내가 이해하고 소화시킬 수 있는 범주 안에서 마음챙김을 공부하려고 한다. 학술지를 읽는 것은 언제나 지루한 일이지만 마음챙김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지식이 궁극적으로 내가 음식과 마음챙김에 대한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고, 나에게 유익한 일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mindfulness"를 구글 학술 검색에 치면 수많은 논문들이 나오고, 그 논문들이 실린 학술지는 크게 두 분류의 성격이 있다. 하나는 불교와 관련된 학술지들, 다른 하나는 의학, 심리학 치료와 관련된 학술지다. 하나 흥미로웠던 것은 학술지 이름이 'Mindfulness'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주로 검색하고 읽는 논문은 심리학에 관한 논문이다 (예를 들어, Journal of Clinical Psychology, Psycholgical Science, Clinical Psychology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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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hop과 연구자들 (Bishop, Lau, Shapiro, Carlson, Anderson, Carmody, & Devins, 2004)은 마음챙김에 관한 심리학 연구들을 토대로 측정 가능한 상태의 조작적 정의를 제시하였다.
"(...) we see mindfulness as a process of regulating attention in order to bring a quality of
nonelaborative awareness to current experience and a quality of relating to one’s experience within an orientation of curiosity, experiential openness, and acceptance." - Bishop et al (2004)
정의를 직역하기 이전에, 마음챙김의 두 가지 핵심 요소를 제시하였다.
마음챙김은
1. 내가 나의 주의(attention, 住意)를 조절하는 것: Self-regulation of attention
2. (현재) 경험을 지향하는 것: Orientation to experience
위 두 가지의 요소가 기본 토대를 이룬다고 말한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대다수 논문은 독자가 알아들을 수 있는 글로 써 주질 못한다.)
마음챙김의 시작은 나의 현재 경험을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관찰을 한다는 것은 우선 내가 관찰을 하도록 내 의식에 집중을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앞으로 30분 뒤에 발표를 하는 상황이다. 매우 떨리고 긴장된다. '어떻게 하지', '잘할 수 있을까'와 같은 생각이 정신을 지배한다. 마음챙김은 이 긴장과 걱정을 생각하고 느끼는 것에서 떨어져 나오는(step-back)것에서 시작한다. 내 주의를 긴장과 걱정을 바라보는 것으로 바꾸어 놓는 것이다. '어떻게 하지' 대신에 '내가 지금 엄청 걱정하고 있다', '잘할 수 있을까' 대신 '내가 지금 떨고 있다'로 내 주의를 돌려놓는 것이다. 이 같은 주의의 전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내 생각과 감정에 대한 관찰이 그 생각과 감정에 대한 평가(또는 정교화)로 이어지면 안 된다. '어휴 미리미리 하지', '난 오늘 망할 거야', '걱정해 봤자 소용없어'와 같이 나의 상태에 대해서 자책하거나, 코멘트를 다는 것은 마음챙김이 말하는 관찰이 아니다. 마음챙김은 내 머릿속에 일어나는 생각들, 느껴지는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보기, 직시(直視)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직시하는 것 또한 새로운 집중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음챙김의 시작이 나의 주의를 관찰자 모드로 바꾸어 놓는 것이라면, 그 관찰자 모드의 질(quality)이 중요하다. 미술관에 가는 비유를 들어보자(이것은 순전히 나의 생각이다).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볼 때마다 나의 태도나 마음가짐이 조금씩 다를 것이다. 어떤 것은 그냥 본체만 체 지나가고, 어떤 작품은 흥미로워 오랫동안 관찰하고 설명도 읽어보기도 하고, '저런 것도 작품이라니 나도 그리겠다'라는 비아냥도 해보고, 유명한 작품 앞에서는 핸드폰을 들이대기도 한다. 다양한 작품이 나의 생각과 느낌이라면, 작품을 보는 나는 관찰자다. 그리고 마음챙김을 하는 관찰자는 냉소적이고 무관심한 태도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작품이든 새롭고 흥미롭게 보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작품이 마음에 들든 아니든 그저 작품을 받아들이고 보는 것이다. 너무 심각하게 작품을 보겠다는 것도 아니다.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개방적인 태도로 작품을 보는 것이다. 현재 나의 생각과 느낌에 대해서 열린 마음을 지니는 것이다.
따라서 마음챙김이란, '현재 나의 경험을 열린 태도로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로 정의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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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연구자들도 마음챙김에 대한 정의를 제시하였다. Brown, Ryan & Creswell (2007)의 논문에서는
"a receptive attention to and awareness of present events and experience"라고 정의했고(현재 사건과 경험에 대한 수용적 주의와 인식), 앞서 Bishop의 논문을 읽고 내가 이해한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Brown과 연구자들은 마음챙김의 특성에 대해 6가지로 세분화시켰다.
1) 인식의 명료함(Clarity of Awareness; 주의를 집중시켜 현재를 명확히 바라봄),
2) 비개념적, 비차별적 인식(Nonconceptual, Nondiscriminatory Awareness;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는다는 뜻),
3) 인식과 주의의 유연성(Flexibility of Awareness and Attention; 지도를 줌인, 줌아웃 하듯이 나의 생각에서 주의를 떨어뜨리기도 하고, 그 상태에 집중하기도 함),
4) 현실에 대한 경험적 자세(Empirical Stance Towagrd Reality; 현재 상태를 온전히 바라보고 받아들임)
5) 현재 중심의 의식(Present-oriented Consciousness)
6) 주의와 인식의 안정성 또는 지속성(Stability or Continuity of Attention and Awareness; 떠도는 주의와 인식을 바라봄으로써 진정시키고 그 과정이 지속됨)
마음챙김의 정의와 특징들은 학자나 학파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고 실제로 지금 인용한 연구에서도 공통점과 차이점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마음챙김에 대한 심리학적 정의는 큰 틀에서 위와 같이 정의할 수 있으며 세부적인 특징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인식의 관찰, 주의의 집중과 전환, 현재 경험 중심이 마음챙김의 주요 특징이라 볼 수 있겠다.
마음챙김 심리학 다음 편에서는 마음챙김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작동하는지를 조금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겠다.
참고문헌
Bishop, S. R., Lau, M., Shapiro, S., Carlson, L., Anderson, N. D., Carmody, J., & Devins, G. (2004).
Mindfulness: A proposed operational definition. Clinical psychology: Science and practice, 11(3), 230-241.
Brown, K. W., Ryan, R. M., & Creswell, J. D. (2007). Mindfulness: Theoretical Foundations and Evidence for Its Salutary Effects. Psychological Inquiry, 18, 211-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