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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몽드 Jul 17. 2019

나는 왜 채식에 관심이 많을까?

마음챙김으로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음식에 관심 기울이기


채식주의에 관한 첫 글을 쓴 이후로 나는 채식을 실천했는가? 아니다. 너무 어렵다.

두부 머핀만 먹을 수도 없고 매 끼니 사찰 음식처럼 먹을 수 없다. 내가 채식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어찌 보면 유행에 관심을 가지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다고 내가 채식을 유행 음식으로 여기고 몇 년 뒤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인가 라고 생각했을 때, 그렇지 않다. 나는 채식 요리가 우리 식탁에 반찬이나 곁다리 채소를 넘어 당당한 요리로 올라오고, 우리 음식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주연으로 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윤리적 소비, 지속 가능한 성장이 지루한 표현일 지라도 이 같은 개념이 추상적인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음식으로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니 내 식습관도 바뀌어야 할 거 같은데 바뀌지 않는다. 채식에 관한 글을 쓰면서도 채식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위선적인 사람인가? 채식주의자도 아닌데 채식을 운운해도 되는가? 왜 나는 채식에 관심이 많은 걸까?




석사 2학기 때, 대학원 동기와 함께 팀을 이루어 연구 하나를 했다.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이냐에 따라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행동(sustainable behavior)을 하는지를 탐구하는 것이 연구의 큰 주제였다. 주요 결과 중 하나는 돈이나 명예, 성공과 같은 외적인 가치보다는 상대적으로 자신의 성장, 인간 관계의 친밀감,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같은 내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일수록, 자원을 고갈하는 행동을 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제일 고생한 나의 동기야, 언제나 고마워!). 우리 연구는 전 세계 수많은 환경 심리학(Environmental Psychology) 연구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특성(예. 가치)이 친환경적 믿음이나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연구 중 하나일 뿐이었다. 논문 출판이 끝남과 동시에 연구 내용은 기억 속에서 서서히 지워졌으며 그저 이력서에 한 줄로 남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마음챙김을 공부하고 명상 훈련을 하면서  마음챙김은 현재의 알아차림을 넘어 궁극적으로 나와 나를 둘러싼 주위와 연결됨(connectedness)을 알아차리는 것까지 확장됨을 깨달았다. 자리에 앉아 눈을 감으면 나와 내 주위를 관찰한다. 관찰은 관심으로 이어진다. 호기심으로 바라보고 감사함이 생겨난다. 매번 이렇게 아름다운 경험을 하진 않지만, 마음챙김 명상은 분명히 내면뿐 아니라 나를 둘러싼 환경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마음챙김하며 요리할 때 가장 먼저 재료를 관찰한다. 재료의 향과 맛도 좋지만 이것이 어떻게 나에게 영향을 주고,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진다. 자연스럽게 재료와 음식을 둘러싼 이야기에 관심이 생긴다. 그리고 이야기가 나와 연결된다. 

스크램블 에그를 하기 위해 달걀을 까면서 문뜩 '지금 이 계란이 어디서 왔지?', '계란에 좋지 않은 성분이 있진 않을까?', '닭은 어떻게 길러질까?'와 같은 생각이 났다. 이런 나 자신을 알아차렸을 때, 잊혔던 연구가 뇌리를 스치면서 다음 질문이 떠올랐다.



'마음챙김을 많이 하면 친환경 음식에 관심을 많이 가질까? '




곧장 컴퓨터를 켜고 구글링을 했다. 마음챙김이 환경 친화적 행동이랑 정적 관계를 가진다는 연구가 존재했다(Amel, Manning & Scott, 2009; Brown & Kasser, 2005; Panno, Giacomantonio, Carrus, Maricchiolom, Pirchio & Mannetti, 2018). 이유는 내가 생각한 점과 같았다. 선행 연구들은 마음챙김 기질(trait)이 강한 사람은 자연, 환경에 대한 강한 결속감을 느끼고 (Howell, Dopko, Passmore & Buro, 2011),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증가하여 환경 파괴에 대한 염려나 친환경적 행동이 증가한다고 밝혔다(Barbaro & Pickett, 2015). Panno 외(2018)의 연구에 따르면 자기가 주관적으로 생각한 마음챙김이 아니라 실제 마음챙김 명상 수련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기후변화에 관심과 염려가 높았다. 마음챙김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타인의 감정에 공감(empathy)하고 동정(compassion)하는 정도가 높고 이러한 성향이 자연, 생명과 자신을 더 쉽게 동일시하기 때문에 친환경적 행동을 더 많이 한다고 Panno와 연구자들은 설명했다(Panno et al, 2018). 더 직접적으로 마음챙김이 지속 가능한 소비(sustainable consumption)와 정적 관계를 가진다는 점을 밝힌 연구도 있었다 (Fischer, Stanszus, Geiger, Grossman & Schrader, 2017)



간단하게 조사한 내용을 미루어 보아 위 질문에 대한 답변은, '그럴 수 있다'이다. 

조심스럽게 추론하자면, 마음챙김은 음식이 생산되는 환경에 주의를 기울이게 만들고, 나의 건강을 위해서 뿐 아니라 환경에 이로운, 지속 가능한 음식 소비를 하게끔 만들 수 있다. 실제 연구는 없지만(또는 아직 찾지 못했지만) 둘 사이 상관관계는 높게 나올 것 같다.*



*이 주장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개인 의견입니다. 짧게나마 심리학을 공부한 입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위험하고 저 스스로도 위 문단을 쓸지 말지 무척 고민했습니다. 다만 선행 연구의 이론과 결과를 미루어 보았을 때, 저의 추론이 말도 안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으니 그저 하나의 의견으로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채식 이야기로 돌아가자. 채식주의는 나와 다른 모든 생명이 다르지 않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나와 네가 같다는 인식은 결국 나와 네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받아들인다. 우리 모두 자연의 일부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같은 존재임을 인지한다. 그리고 마음챙김은 '연결됨'을 깨닫게 해 준다.


내가 채식에 관심을 가지는 배경에는 마음챙김이 작동하고 있을지 모른다. 물론 마음챙김 명상을 하기 이전에도 난 채식에 관심을 가졌지만 식습관을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챙김 명상을 한 후에는 채식주의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노력을 하기 보다는 내가 먹는 음식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평소 생각하지 않았던 관점, 이 재료에 얽힌 공정과 이야기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내가 먹는 모든 식재료를 유기농, 무농약 제품으로 바꾸지 않았다. 그리고 당장 동물성 식품을 끊을 수 없고 그런 과격한 시도는 곧 실패하고 만다. 뭔가 바꾸기 이전에 나를 바라보자. 마음챙김을 통해 나의 습관과 사고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나 자신을 내가 있는 상황과 환경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채식을 못하는 나를 바라보자. 달걀을 먹는 내 모습을 관찰하자. 달걀을 사러 마트에 갔을 때 잠시 나를 지켜보자. 묵묵하면서도 명료한 알아차림은 언젠가 내가 환경 친화적인 음식을 먹고, 지속 가능한 식품을 구매하도록 만들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Amel, E. L., Manning, C. M., & Scott, B. A. (2009). Mindfulness and sustainable behavior: Pondering attention and awareness as means for increasing green behavior. Ecopsychology, 1, 14-25.

Barbaro, N., & Pickett, S. M. (2015). Mindfully green: Examining the effect of connectedness

to nature on the relationship between mindfulness and engagement in pro-environmental behavior.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93, 137-142.

Brown, K. W., & Kasser, T. (2005). Are psychological and ecological well-being compatible? The role of values, mindfulness, and lifestyle. Social Indicators Research, 74, 349-368.

Fischer, D., Stanszus, L., Geiger, S., Grossman, P., & Schrader, U. (2017). Mindfulness and sustainable consumption: a systematic literature review of research approaches and findings. Journal of Cleaner Production162, 544-558.

Howell, A. J., Dopko, R. L., Passmore, H. A., & Buro, K. (2011). Nature connectedness:

Associations with well-being and mindfulness.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51, 166-171. 

Panno, A., Giacomantonio, M., Carrus, G., Maricchiolo, F., Pirchio, S., & Mannetti, L. (2018). Mindfulness, pro-environmental behavior, and belief in climate change: the mediating role of social dominance. Environment and Behavior50(8), 864-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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