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국, 우간다 등을 돌아다니다가 네덜란드에 유학온 한국 여자와 단기 여행을 제외하고는 로테르담이라는 도시를 벗어난 적이 없는 네덜란드 남자가 만나서 연애를 하고 결혼을 약속했다.
지구 반바퀴를 돌아 서른 중반에 만난 동갑내기 두 사람은 외모도, 언어도, 문화도 다르지만 개그코드가 아주 잘 맞아 첫 데이트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웃고 떠들고 있다. 웃다가 끝난 첫 데이트가 매일 연락으로 이어지고 보고 싶다는 말이 사랑한다는 말로 바뀌었을 때, 나는 아. 이 남자랑 평생 같이 살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다만, 내가 만난 대부분의 더치 사람들은 결혼을 구시대의 제도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결혼을 해야 한다는 내 생각이 미래의 갈등이 될 수도 있겠거니 했다. 그러나 신랑은 결혼은 굳이 하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자기가 평생 같이 살고 싶은 사람에게 결혼이 중요하다면 자신에게도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해서, 2023년 6월 7일, 만난 지 596일째 아침, 내가 꼭 원했던 에메랄드 반지를 건네며 자기와 평생을 같이 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우리는 앞으로 결혼식, 자녀의 탄생 등등 기념해야 할 많은 날들이 있겠지만 자기는 무엇보다도 나와 함께하는 매일을 기념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물론 당연하지라고 대답했고 약 일 년간의 결혼준비 끝에 2024년 5월 4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한 박물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네덜란드에서의 결혼 준비과정에 대해 나만 알고 있기 아쉬워서 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먼저 한국과 네덜란드의 결혼 제도와 문화 차이에 대해, 네덜란드 결혼식 준비 과정과 시행착오에 대해, 그리고 기념비적인 그날과 그 이후에 대해 풀어가 보려고 한다.
표지 사진: @uliana_kochneva_pho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