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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NL Jun 07. 2024

네덜란드에서 결혼제도 알아보기

결혼만이 답이 아니다

네덜란드의 결혼제도에 대하여

우리의 관계가 점점 더 깊어지면서 당연스레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남자친구(현 남편)는 우리가 결혼을 약속하기 전에 같이 살아보는 기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미 내 주변(한국인과 외국인 모두)에서도 동거하고 있는 커플이 많았지만 30여 년의 유교걸로서의 삶이 주는 찜찜함이 마음 한편에 있었다. 네덜란드를 포함한 북서유럽 국가의 연애/결혼 문화가 한국과 다르다는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당사자가 되니 또 생각이 복잡해지는 것이다.


남자친구의 주장은 이러했다. 우리가 결혼을 하고 같이 살기 시작했는데 절대로 맞추어갈 수 없다고 판단되는 생활 습관이나 방식이 있다면 이혼 밖에는 선택지가 없지 않겠냐 그러니까 결혼을 하기 전에 꼭 살아보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랑으로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반박했지만 막상 어떤 일이 닥치기 전까지 우리가 어떤 반응을 할지는 알 수 없다는 그의 말에 나는 동의했다. 아무래도 매일매일 한 지붕에서 집안일을 하며 사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니까.  


다만 나는 부모님께 먼저 허락을 받고 싶었다.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하고 떳떳할 것 같았다. 전통적인 가치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모님께 혼전 동거를 하겠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때마침 네덜란드의 결혼제도에 대해 듣게 되었다.


네덜란드에는 크게 4가지 형태의 파트너 유형이 존재한다.

네덜란드 결혼제도 - 강연자료


동거(Cohabitation): 아무런 계약이나 약속 없이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 같은 주거지에 등록되어 있고 자녀가 있는 경우 등 케이스에 따라서는 파트너로 간주

동거계약(Cohabitation agreement): 동거 계약을 맺고 함께 사는 것. 많은 커플들이 이 선택지를 활용한다. 같이 대출을 받을 수 있고 헤어졌을 경우 재산분배에 대한 내용을 계약한다.

등록파트너십(Registered Partnership): 시청에 파트너 등록을 하게 되면 법적으로 결혼한 부부와 같은 지위를 갖는다. 다만, 절차상 혼인서약을 할 필요가 없고 헤어졌을 경우 시청에 등록취소(Deregister)를 하면 된다.

결혼(Marriage): 한국의 결혼제도와 마찬가지로 법적으로 혼인한 부부를 말한다. 결혼식에서의 혼인서약이 필요하며 헤어질 경우 법정에서 이혼절차를 밟아야 한다.


네덜란드에서는 등록파트너와 결혼을 혼인의 범주로 본다.


남자친구는 동거계약을 나는 결혼을 원했는데  중간단계인 등록파트너십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었다. 우리는 서로  단계씩 양보하면 되겠다며 등록파트너십으로 동거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이혼이라는  위험 없이 동거를 시작할  있다는 점이, 나에게는 적어도 네덜란드에서는 법적으로 부부이며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동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있다는 점이 결정을 가능하게 했다.

 

이제 결정을 했으니 부모님께 알려야 한다. 여름휴가 기간에 부모님을 뵈러 갔다. 집에 도착해서 저녁 첫 숟갈을 뜨는 순간 아빠는 대뜸 남자친구와의 미래계획이 뭐냐고 물으셨다. 오호라 이때구나 하고 나는 우리의 동거 계획과 네덜란드의 결혼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담담히 들으시던 엄마는 네가 좋다면 당신도 좋다고 하셨고 아빠도 대강 이해하는 듯하셨다. 다만 아빠는 "그럼  친구들한테는 뭐라고 할까?  결혼했다고 해?"라고 물으셨다. 나는 "글쎄... 결혼할 남자가 있다는 정도로 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하니 아빠는 "그럼 됐다."라고 하셨다. 생각보다 싱겁게 끝난 부모님께 알리기가 끝나고 네덜란드에 돌아온  등록파트너십 신청 절차를 알아봤다.

 

우선 파트너십과 결혼식은 시청에서 세리머니가 가능한데 이를 위해서는 시청에 등록절차가 필요하다. 미리 준비해야 할 서류는 파트너십을 신청하는  사람의 국적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와 같이 외국인과 네덜란드인의 혼인이라면 외국인의 경우 모국에서 미혼증명서를 발급받아 공증을 받아야 한다. 서류를 갖춘  온라인으로 시청에 파트너십/결혼 의사를 알리면 시청 담당자와 이메일을 통해 온라인 미팅을 잡을  있다. 온라인 미팅에서는 구체적인 파트너십/결혼 날짜를 정할  있는데 우리는 매주 월요일 시청에서 제공하는 무료 세리머니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청 담당자와의 온라인 미팅은 2022 10 말이었는데 가장 빠르게   있는 날짜는  좋게도 어떤 커플이 취소한 슬롯인 2023 1 30일이라고 했다.

 

사실 파트너십 등록 절차를 알아보면서 같이  집도 동시에 알아봤다. 알맞은  구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네덜란드에서 길게는 반년도 걸린다니 그냥 어떤 집들이 있나 알아나 보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 찾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느리고 비효율적인 네덜란드의 행정시스템과 공인인증서 및 번역의 대환장 콜라보에 걸려 파트너십 등록은 무려 반년이나 걸렸지만 집 찾기는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시내 근처의 1.5 아파트를 빌릴  있었다. 그리하여 파트너십은 등록준비 중인 상태로 2022 8 동거를 시작했다. 

 

그리고 약속의 날, 2023 1 30일, 정장을 빼입고 시청에 갔다. 우리와 증인들의 신원확인 절차가 있었는데 시청 측 실수로 내쪽 증인의 정보가 틀리게 되어 있어서 이걸 정정하느라고 예정 시간보다 30 늦게 시작했다. 세리머니 방에 들어가면 시청 등록파트너십/결혼 담당자가 등록 파트너십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이런저런 (영어로 하다가 네덜란드말로 바꿔서 못 알아들었다)을  다음에 등록파트너십 증명서에 서명을 하고 사진을 찍었다. 이로써 우리는 네덜란드에서만 인정이 되는 법적인 부부가 되었다.

 

시청에서 제공하는 무료 세리머니



참고자료

https://www.government.nl/topics/marriage-cohabitation-agreement-civil-partnership/marriage-civil-partnership-and-cohabitation-agreements 

https://www.rotterdam.nl/huwelijk-of-partnerschap-mel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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