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결혼문화 & 네덜란드 결혼문화
우리나라의 결혼식을 생각하면 예식장, 흰 드레스와 턱시도, 혼주, 축가, 주례, 그리고 뷔페(식사)가 떠오른다. 요즘에는 트렌드가 바뀌어서 주례 없는 결혼식, 신부 혼자 입장하기, 부부가 공연하기와 같이 부부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지만 아무래도 여전히 결혼식은 부모님들이 잘 키운 자식을 뽐내는 자리, 대국민 곗돈파티가 대세이기도 한 것 같다. 특히 결혼은 가족과 가족의 결합이라는 인식이 상견례, 예단 등 절차에서 드러난다. 배우자의 부모님과 가족들과 만나는 자리를 만들고, 서로에게 선물을 보내고, 결혼식 이후에는 대가족의 일부로서 며느리와 사위의 역할을 한다. 코로나시기에 부부 갈등이 줄어들었다는 뉴스를 보면 대가족 문화의 일부로서 부부가 받는 스트레스가 부부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개인주의 문화가 지배적인 네덜란드에서는 결혼은 개인과 개인의 약속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물론 가족들과 친한 친구들을 초대하고 축하하는 이벤트이지만 결혼식 대부분의 순서와 문화가 신랑과 신부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또 전통적인 의미에서 결혼식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보니 시청에서 간단하게 진행하는 경우, 직계가족과 친한 친구들과 어느 멋진 곳의 장소를 빌려서 소규모로 진행하는 경우, 시청에 등록만 하고 끝내는 경우 등 예비 신랑신부가 원하는 방식으로 결혼을 한다. 전에 설명한 대로 굳이 결혼식이 아니더라도 파트너십이라는 제도를 통해 법적 부부의 지위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돈과 품이 많이 드는 결혼식 자체를 많이 하지는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알아본 한국 예식장들은 최소보증인원이 있었는데 가장 인기 있는 토요일 11시 예식이 250명이고 다른 시간은 150명이었다. 처음에는 너무 많은 것 아닌가 했는데 생각해 보면 친한 친구들뿐만 아니라 일하면서 알고 지낸 사람들, 친척들, 양가 부모님들의 손님들이 모이는 장소이니 200명쯤이야 쉽게 채워지나 싶었다. 반면 네덜란드에서는 보통 예식(혼인 서약, 성혼선언 등)은 직계가족과 정말 친한 친구만 초대하고 친척이나 지인들과는 저녁에 레스토랑이나 공간을 빌려 리셉션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한국에서 올 수 있는 내 친구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내 부모님과 동생, 네덜란드에서 알고 지낸 친구들, 남편의 가족들과 친구들 모두 합쳐 약 70명 정도를 초대하기로 했다. 한국 친구들은 오 스몰웨딩하는구나라는 반응이었고 네덜란드 친구들은 와 큰 결혼식이구나 하며 놀라워했다.
한국에서 처럼 프러포즈 이후 우리가 가장 먼저 한 결혼 준비는 상견례였다. 아무래도 결혼식 당일 부모님들이 처음 만나는 것은 어색하니 미리 서로를 알아가는 자리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여름휴가 겸 부모님과 동생이 네덜란드에 왔다. 우리 가족과 시부모님이 함께 공원에서 스냅사진을 찍고 팬케이크 하우스에서 점심을 먹는 것으로 상견례를 대신했다. 아무래도 언어가 잘 통하지 않다 보니 우리 부모님은 나에게 남편 부모님은 남편에게 얘기하면 우리가 통역하는 식으로 소통했다. 으레 상견례 자리에서는 본격적으로 결혼식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가지만 우리 부모님들은 날씨가 좋다, 펜케익이 맛있다, 네덜란드는 어떤가 같은 그런 대화를 드문드문하셨다.
이제 상견례도 했겠다 본격적으로 예식장 찾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