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결혼식
요즘 한국에서도 결혼식을 전문적으로 계획해 주는 플래너 고용이 필수인 듯하다. 플래너를 끼지 않으면 식장이나 스드메가 오히려 더 비싼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플래너가 없더라도 한국에서의 결혼식은 예식장을 필두로 아주 효율적이고 편리하고 빠르게 처리 할 수 있다. 식장 대부분에서 케이터링을 해주고 식장과 연계된 꽃장식, 도우미 이모, 스드메 컨설팅까지 원스톱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스몰웨딩은 낭만적이지만 되려 돈과 품이 더 드니 예식장에서의 결혼이 쉽고 편리하다.
우리도 처음에는 한국에서 결혼식을 생각했기 때문에 식장을 우선적으로 알아봤는데 모교 동문회관이나 교수회관에서 괜찮은 가격에 식장대여, 꽃장식, 뷔페를 한큐에 처리할 수 있었고 스드메도 제휴업체가 있어서 편리함에 감탄했다. 하지만 시부모님이 장거리 여행에 가능하지 않아서 결국 네덜란드에서 식을 올리기로 하고 부랴부랴 예식장을 찾아봤다.
당연히 한국과 같은 예식장은 없다. 보통 시청에서 제공하는 식장을 빌려서 간단히 식을 올리고 장소를 옮겨 피로연을 한다. 의외로 시청 건물이 도시마다 예뻐서 예식장으로도 안성맞춤이다. 시청에 따라 다르지만 로테르담에는 두 개의 웨딩홀이 있다. 600유로에 최대 30분까지사용할 수 있다. 작은 홀은 50명, 큰 홀은 70명까지 초대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에는 무료로 식을 올릴 수 있는데, 15분 정도 걸리고 증인 2명을 초대할 수 있다.
우리는 파트너십을 시청에서 맺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좋은 장소에서 올리고 싶었다. 남편은 로테르담 출신이고 나도 네덜란드에 유학온 이후로 쭉 로테르담에서 살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로테르담에 있는 식장을 알아봤다. 네덜란드 결혼준비를 위한 필수 사이트는 www.theperfectwedding.nl이라는 곳이다. 여기에서는 식장, 플래너, 밴드, DJ, 주례, 꽃장식, 피로연 장소, 케이터링, 사진 및 비디오 작가 섭외가 가능하다! 맨 처음 알아본 곳은 Regentenhuis van Kuyl's Fondatie라는 곳인데 오며 가며 보다가 건물이 예뻐서 알아보게 된 곳이다. 사실 어떤 사연이 있는 건물인지 모르고 일단 전화로 미팅 예약을 잡고 가봤는데 과부를 위한 재단에서 운영하는 건물이었다. 게다가 내부가 생각보다 많이 작았다. 식장으로 사용할 공간은 15걸음이면 신부입장이 끝이고 최대 수용인원이 40명이라고 했다. 그럼 우리 둘과 가족들을 제외하면 초대할 수 있는 하객은 30명이 안 됐다. 그래서 다른 곳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예전에 친구와 Wereldmuseum (월드뮤지엄)에서 전시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날 어떤 사람의 결혼식이 있었다. 우리는 박물관에서 결혼식도 하는구나 하고 그냥 넘겼는데 문득 그 일이 생각났다. theperfectwedding.nl에서 찾아보니 과연! 결혼식을 할 수 있었고 심지어 식사 케이터링까지 가능했다. 우리는 당장 전화로 파티매니저와 미팅을 잡았다. 내부를 보자마자 우리는 여기다! 하고 당장 계약하기로 했다. 볼 룸(ball room)에서 예식과 토스트를 하고 살롱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박물관이기 때문에 기부형식으로 대관비용을 처리하는데 식장 대관료와 음료, 식대를 포함하여 최소 금액이 있었다. 최소금액과 우리 예산 안에서 최대 하객(약 60명)을 초대할 수 있어서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미팅에서는 하객수, 케이터링 여부 & 메뉴, 대관 시간, 대관에 따라오는 여러 가지 부가혜택 등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총 인원 70명으로 견적을 받았다. 식사는 여러 가지 메뉴가 있었는데 3코스 저녁식사+음료 무제한으로 정했다. 뷔페식보다는 앉아서 식사하는 게 여러모로 좋을 것 같았다. 박물관과 제휴가 되어있는 플라워 데코업체도 소개받았다. 아주 기분 좋은 미팅 이후 일주일 정도 후에 견적 인보이스를 받았다. 실제 예약금(견적의 75%)은 결혼날짜 1달 전까지 내면 됐고 나머지 금액은 결혼식 이후에 내면 됐다.
몇 년 전의 우연한 경험을 통해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예식장을 찾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이제 식장과 식사를 한큐에 해결했으니 남은 것은 드레스/정장, 한복, 데코, 주례 및 사회, 밴드를 섭외하는 일이었다. 다음 편에서는 아름다운 신부를 만들기 위한 각고의 노력(드레스, 메이크업, 헤어 및 매니큐어)과 한숨 나오는 네덜란드의 뷰티 시장에 대해 풀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