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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NL Jul 05. 2024

네덜란드에서 웨딩드레스 찾기

결혼식 준비는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우후죽순 진행되기 때문에 약간 두더지 잡기 게임을 하듯 급한 것 먼저 때려 부수어야 한다. 가장 임팩트가 컸던 헤어와 메이크업을 다루었으니 이번에는 조금 덜 급한 불이었던 웨딩드레스 구하는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솔직히 말하면 내 결혼식 로망은 63빌딩에서 하고 싶다는 것 빼고는 전무했다. 내가 중학교 때 사촌오빠가 63 빌딩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어린 나에게는 한강 뷰가 보이는 레스토랑의 라운드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것이 최고의 호사였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에서 식을 올리기로 한 순간 내 63 빌딩 결혼식 로망은 깨졌으니 다른 준비는 그때그때 끌리는 대로 했다. 웨딩드레스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내가 어떤 취향인지 알아야 했다.


인스타그램으로 신부 체형별 웨딩드레스, 웨딩드레스 브랜드와 트렌드, 식장 분위기별 드레스 등등 웨딩드레스에 대한 정보를 틈틈이 수집했다. 저장한 피드를 한대 모아보니 대쪽 같은 확고한 취향이 드러났는데, 오프숄더와 허리부터 A라인으로 떨어지는 실크 드레스가 그것이었다. 팔뚝살이 신경 쓰였기 때문에 팔을 넉넉하게 가려주는 풍성한 오프숄더가 좋았고 은은한 광택이 나는 실크 드레스가 우아해 보이고 정말 마음에 들었다. 내 취향을 파악했으니 이제 실물을 보러 가야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드레스를 대여하지만 여기서는 구매가 일반적이다. 한 드레스를 대대로 물려 입기도 한다. 가격은 비싸지만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결혼식이니 투자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 같다. 때문에 드레스 대여샵은 찾기가 어렵다. 대신 웨딩드레스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샵들이 다양하다. 가격은 적게는 900유로부터 많게는 3천, 5천, 만유로 이상 등 브랜드와 질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드레스 트렌드도 한국과는 달랐는데 우리나라는 화려한 비즈 드레스 추천이 많았는데 여기는 화려한 것보다는 우아한 클래식 드레스나 자유분방한 보호 스타일 드레스 추천이 많았다 (인스타 피드에).


나는 사실 브랜드를 잘 모르기도 하고 하루 입을 것인데 그렇게 큰돈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예산을 1천 유로 안팎으로 잡았는데 이 가격대는 사실 아웃렛이거나 정말 저렴한 드레스 가격이었다. 저렴한 드레스를 알아보다가 WED2B (www.wed2b.com)라는 샵을 찾았다. 이 샵은 700~1500유로 선으로 드레스를 구매할 수 있었다. 드레스가 저렴한 대신 피팅 예약은 할 수 없고 드레스 재고가 없다. 즉, 옷걸이에 걸린 드레스를 모두 입어볼 수 있는 동시에 그게 재고인 것이다. 구매를 결정했다면 입어본 드레스를 그대로 가져가야 하고 내가 웹사이트에서 본 드레스가 지점에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 마침 집 근처에 WED2B 오프라인 샵이 있어서 친한 친구들과 어느 토요일 가기로 했다. 


샵에 간 당일 잠시 대기한 뒤 담당자와 인사를 나눴다. 피팅 1 세션당 4벌까지 입어볼 수 있었다. 4벌 중 마음에 드는 드레스가 없다면 다시 세션을 시작해야 하는데 대기 손님이 있다면 다시 내 순서가 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다른 날에 다시 와야 한다. 설명을 듣고 내가 웹사이트에서 미리 고른 드레스를 보여주고 인스타그램의 저장한 피드도 보여주면서 내 취향을 설명했다. 내가 웹사이트에서 본 드레스는 재고에 없었고 비슷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보여줬다. 그리고 다양하게 스타일을 추천해 줘서 시폰드레스, 머메이드 드레스, 어깨끈이 있는 드레스, 총 4벌을 보여줬다.



사실 제일 마음에 든 건 사진 속의 오프 숄더 드레스였는데 문제는 저걸 입으면 팔을 들 수가 없었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입어본 드레스 특성상 가슴 부분의 바느질이 뜯어져 있어서 결국에는 빈손으로 나왔다.


이러던 중 한국에서 드레스를 주문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친구가 추천해 준 업체는 군산에 있는 수자드레스(suzadress.com)이라는 곳이었다. 대여와 제작이 모두 가능한 곳이었다. 웹사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드레스 실루엣과 재질을 고르고 내가 어떤 방향으로 변경했으면 좋겠는지 상담했다. 네덜란드에서의 드레스피팅이 좋은 참고자료가 되었다. 겨울에 한국에 들어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날짜에 맞추어 가봉일을 잡았다. 가봉날 몇 가지 변경사항을 체크하고 결혼식 일주일 전 부모님 편으로 클레식한 디자인의 미카도 실크 드레스를 받았다. 맞춤으로 제작한 베일도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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