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마NL Jun 28. 2024

네덜란드에서 미용실 찾기

내가 해도 이것보단 잘하겠다

네덜란드에서 결혼준비를 하면서 가장 애 먹었던 부분은 미용실을 찾는 일이었다. 애초부터 메이크업은 내가 하기로 했다. 얼굴 골격이 입체적인 서양인들의 메이크업은 보통 평면적인 한국인들의 메이크업과 매우 다르고 파운데이션 톤 자체도 여기에는 노란색 베이스 위주여서 아무리 전문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라고 해도 내 얼굴에 잘 어울리는 화장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결혼식 전문 아티스트들의 인스타그램이나 포트폴리오를 봐도 서양인들이 대부분이었고 동아시아계는 없었다. 게다가 이미 한국에서 내 얼굴색과 피부에 꼭 맞는 파운데이션과 색조화장품들을 쟁여왔고 지속력을 높이기 위한 기술을 유튜브를 통해 익혔기 때문에 메이크업은 크게 걱정이 없었다. 특히 결혼식 한 달 전부터 자체적으로 피부관리와 화장연습을 틈틈이 해서 메이크업은 당일에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속눈썹 연장술을 받은 것이 신의 한 수였다.


그러나 문제는 머리였다. 평소 머리스타일에 큰 관심이 없는 나에게 헤어스타일 옵션은 푸르거나 묶거나였기 때문에 결혼식 머리는 당연히 전문가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그리고 로테르담에는 아주 솜씨 좋은 한국인 미용사가 있다. 그래서 네덜란드에서의 결혼 날짜가 정해지자마자 그 선생님께 연락을 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4월 말부터 한국으로 휴가를 가신다고 했다. 청천벽력이다. 오로지 그분만 믿고 있었는데!! 그래서 네덜란드 결혼식 전문 헤어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을 알아봤다. 가격이 어마어마했다. 출장비 별도에 기본 350유로(헤어만)에서 높게는 1000유로까지 했고 보통은 600유로 선인 것 같았다. 아무리 전문가여도 업스타일에 백만 원은 아니지 않나? 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같은 일을 친구들과 공유하니 한 친구가 자기가 해줄 수 있다고 자원했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사정으로 못하게 되었고 그래서 부랴부랴 미용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친구가 한 머리(왼쪽) 내가 연습해 본 머리(오른쪽)


첫 번째 미용실은 집 바로 앞 쇼핑센터에 있는 네덜란드 미용실이었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바로 그 주 토요일(결혼식 3주 남은 시점)에 방문했다. 내가 원하는 로우번 스타일을 사진으로 보여줬다. 머리카락이 두껍고 숱이 많아서 고무줄을 두 번 끊어먹었지만 수많은 핀으로 30분 만에 뚝딱 로우번을 완성해 주었다. 네덜란드 미용사는 친절했고 가격도 50유로로 쌌지만 볼륨을 하나도 넣지 않아서 조선여자 같았다. 일단은 집에 와서 하루를 보냈는데 두 시간 만에 내 센 머리카락힘을 이기지 못하고 고정 핀이 하나둘 풀어지고 말았다. 약 6 시간 넘게 머리를 유지해야 하는 결혼식에서는 적절하지 않아서 패스하기로 했다.


두 번째 시도는 로테르담에 있는 일본 미용실이었다. 그래도 일본인들과 한국인의 머리는 비슷하기 때문에 그래도 네덜란드 미용사보다는 잘하겠지라는 기대로 갔다(결혼식 2주 남은 시점). 미리 미용사에게 이메일로 내가 원하는 로우번 스타일의 사진과 튜토리얼 유튜브 동영상을 보냈다. 약속 당일 기대를 품고 의자에 앉았다. 처음에는 잘 빗고, 백콤으로 볼륨도 넣어서 기대했다. 그런데 중반 이후에 내 머리가 너무 길어서인지 많아서인지 뭔지 남은 머리를 양쪽에서 말아서 무슨 새우초밥 같은 모양을 만들었다.

약간 중간 새우튀김 같은 모양


내 표정이 급하게 안 좋아지니까 미용사는 "아.. 너 머리가 너무 많아서.. 혹시 번을 사이드에 하면 어떨까?"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음..." 하기만 하고 더 이상 진행을 못하는 것이다. 미용사는 미안했던지 돈을 안 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도 이 사람의 시간과 서비스를 어쨌든 이용한 거 기 때문에 괜찮다고 그냥 돈을 내겠다고 했지만 극구 사양해서 결국 10유로 내는 걸로 합의를 봤다(원래는 70유로).


두 번 실패하고 나니 마음이 급해졌다. 그래서 부랴부랴 비싸더라도 결혼전문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결혼식이 2주도 안 남은 시점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된다고 했다. 다행히 헤이그에 있는 미용사 한 명이 가능할 것 같다고 연락을 주었다. 당장 트라이얼 예약을 잡았다 (결혼식 일주 남은 시점). 트라이얼 비용은 150유로. 기차 타고 트램 타고 헤이그까지 갔다. 미용사는 일단 머리를 빗고 헤어스프레이를 왕창 뿌리고 백콤을 엄청 넣어 정수리 부분에 엄청난 볼륨을 넣었다. 계속되는 스프레이 세례로 눈이 아팠다. 결과물은 처참했다. 주토피아에 나오는 햄스터 마피아 딸 같았다. 그마저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 풀렸다. 스프레이로 양 볼이 벌겋게 되었고 눈이 따가웠다. 집에 오자마자 샤워를 했다.

주토피아 프루프루


세 번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고 나는 인스타그램으로 혼자서 따라 할 수 있는 동영상을 찾았다. 마음에 드는 모양으로 몇 번 연습한 끝에 대체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잔머리는 픽서를 샀고 새치는 다이소 새치마스카라로 가렸다. 사실 당일에는 거울 볼 시간도 없어서 머리가 어땠는지는 사진으로만 알 수 있었는데 베일에 가리고 해서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아무튼 이러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혼식 당일에는 신랑을 울린 아름다운 신부 역할을 제대로 했다. 역시 결과가 좋으면 이것도 다 추억이다. 다음에는 드레스와 예복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덧: 네일아트

동양인 뷰티 불모지 네덜란드에서 결혼식 머리와 화장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으니 네일아트는 전문점에서 받고 싶었다. 이것도 인스타그램으로 알아봐서 집 근처의 네일살롱에 갔다. 러시아인 네일아티스트가 시술을 하는데 케어 없이 바로 젤네일을 칠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왜 케어는 안 해주냐고 하니까 내가 예약을 하지 않았단다. 예약을 담당해 준 사람과 이야기해 보니 여기서는 케어를 매니큐어라고 해서 생긴 오해였다. 아무튼 나는 케어도 받고 싶다고 했더니 투덜투덜 알겠다고 했다. 결과물은 괜찮았지만 그냥 내가 집에서 해도 됐을 정도였다. 55유로로 맛있는 거나 사 먹을 걸 그랬다.



이전 04화 네덜란드에서 예식장 찾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