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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NL Jul 13. 2024

네덜란드에서 시댁과 잘 지내기

별로 잘 지낼 것도 없다

지금 시가와의 관계는 딱히 나쁘지도, 그렇다고 엄청 좋지도 않다. 시가는 남편으로 이어진 관계이니 내 가족이라는 느낌보단 먼 친척을 대하는 기분이다. 나를 기준으로 친밀감을 완전히 모르는 사람이 0이고 남편이 10이라 표현한다면, 내 부모님과 동생은 9, 친한 친구들은 7, 시가 식구들은 5 정도인 것 같다. 아주 친하지도 아주 멀지도 않은 적당한 관계인 것이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언어와 문화이다.


나는 네덜란드어를 잘 못한다. 남편과는 영어로 대화한다. 시가 식구들은 네덜란드어로 소통하고 내가 있으면 영어를 쓴다. 내가 있어도 영어로 대화하기 어려운 주제면 네덜란드어로 말하는데 나는 오히려 그들의 대화에 집중하지 않고 멍 때릴 수 있어서 좋기도 하다. 생각과 기분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에 장벽이 생기니 인간대 인간으로서의 관계를 맺기 어렵다. 또 만나면 단체로 만나기 때문에 일대일 대화가 어렵다.


결혼과 고부관계에 대한 문화적 차이도 있다. 나는 아들의 아내일 뿐, 며느리가 아니다. 시부모님도 남편의 부모님이지 내가 모셔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시부모님은 나에게 기대하는 게 없고 나도 시부모님 게 바라는 것이 없다. 보수적인 한국 시댁같이 안부전화나 며느리 도리 같은 것은 문화적으로 생소한 것이다.


이 스텐스는 결혼준비과정에서도 잘 드러났다. 뭐 하나 더 못해주어서 아쉬워하는 내 부모님과 우리끼리 알아서 하겠거니 하는 시부모님의 간격이 컸다.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서부터 시부모님에 대한 지원은 일절 바라지도 않았고 물론 시부모님도 줄 생각이 없었다. (다만 시아버지는 크게 축의금을 하셨다.) 덕분에 결혼준비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었다. 예단, 예물은 모두 생략했고 다만 시어머니와 우리 엄마의 한복을 맞춰드렸다.


가끔 나는 한국인 마인드로 종종 시부모님을 집에 초대해야 하지 않겠냐며 남편에게 물으면 남편은 그러면 좋지 하고는 딱히 약속을 잡지 않는다. 그러면 나도 그냥 잠자코 있는다. 그래도 집이 가깝고 강아지를 맡겨야 해서 종종 자주 만난다. 시부모님 생신, 어머니날, 아버지날에 다 같이 모여서 식사를 하긴 하지만 시간이 될 때만 참석하는 편이다.


가끔 우리 아빠는 남편 아침 챙겨주냐, 시부모님께 잘해라는 둥 잔소리를 하시지만 그때마다 딸은 남편이 나 아침 챙겨준다며, 시부모님은 알아서 잘 사신다며 받아친다. 그러면 아빠는 허허 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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