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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영 Sep 03. 2023

유료화 실패 사례

우린 땅 파먹고 장사하냐.

앞선 글에서 유료화를 걱정하고 미루기만 할 것이 아니라 빠르게 시도하는 것을 권하였고, 만약 고객의 지불 의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다면 사용자 핵심 가치에 대한 접근이 맞았는지 점검해 보라고 하였다. 그러나 나의 경험을 돌아보니 서비스의 핵심 가치를 잘못 설정하거나 기능 구현이 미비하여 유료화에 실패한 케이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거리 매칭 서비스 Y를 진행할 때의 일이다. 우리의 가장 큰 B2B 고객인 A사가 있었다. 서비스 초반부터 Y에를 이용하며 우리의 좋은 레퍼런스가 되어 주었다. Y는 서비스 오픈 1년이 되는 즈음 유료화를 결정했고, A사와 유료 모델에 대한 딜을 시작했다. B2B 서비스다 보니 주요 파트너사들의 지불 용의를 봐가며 가격 정책을 세우려고 했다. 특히나 A사는 최초의 파트너였다 보니 애초 제안한 가격의 절반까지 낮추며 특별히 할인된 가격으로 유료화 계약을 성사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결국 A사는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Two sided market(양면시장) 서비스이다 보니 안정적으로 일거리를 공급하던 A사의 이탈은 A사 일거리를 찾는 알바생들 마저 떠나게 만들었고, 초기 파트너였던 A사와의 유료 계약을 위해 공을 많이 들인 사업 담당자들의 상실감도 컸다.


A사가 이탈하고, 내부에서는 서비스의 성숙도를 고려치 않고 성급한 유료화를 결정한 것이 문제라는 자책의 분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A사가 적절한 파트너사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일단 A사 내부적으로 수익이 안나는 상황이어서 그들 내부의 수익구조 개선에 집중할 때였다. 즉 돈이 나올 구멍이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Y가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으면, 유료로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을까 했으나, 그들은 결국 비용을 쓰지 않는 것을 결정했다. 만약 우리가 초기부터 상위 의사결정자를 공략했더라면 돈이 나올 구멍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파트너십을 맺어나갈 시점에 우리의 카운트파트너는 파트장급이었다. 끝내 임원이나 주요 의사결정자를 만나지 못했고, 파트장/팀장급과 딜을 하다가 결국 의사결정을 받아내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좌절의 시간은 짧았다. 후발 파트너사인 B사와 C사가 우리가 최초 제시한 유료 가격 테이블을 바로 받아들인 것. Y서비스는 진정한 고객님인 B사와 C사 덕분에 매출액을 올려나갔다. 그리고 그들의 추가 요구사항을 서비스에 적용해 나가며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B와 제휴 관계를 만들어나갈 초기부터 이사급의 의사결정자와 논의를 했던 것이 주요했다. 상위 의사결정자에게 우리 Y 서비스의 가치를 설명할 수 있었고, B사의 공식적인 입장을 듣고 유료화 딜을 해나갈 수 있었다. B2B 서비스의 유료화 등 주요 의사 결정에 있어 파트너사의 키맨을 직접 상대하고 설득하는 것이 중요함을 확인하는 기회였다.


또한 C사의 경우 공식 입찰 단계에 Y가 참여하여 선정된 케이스였다. C 사는 처음 Y를 이용하고 검토할 시점부터 유료 이용을 계획하고 있었고,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서비스의 편리함, 안정성이었다. 이로서 유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즉 자금의 여유가 있는 파트너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경험했다.


서비스 Y는 A를 잃고 잠시 내부적으로 혼란을 겪었었다. 유료화 결정 자체를 철회할 뻔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B와 C 덕분에 안정적인 매출원 확보 및 유료 고객의 요구사항을 고려하여 서비스를 개발해 나갔다. 떠나간 파트너사 A가 Y 서비스 구성원들에게 교훈을 남겼다.  




- 돈 없는 파트너사에게 희망고문을 당하지 말자.
- 공짜로만 서비스를 쓰고 싶은 파트너들과는 오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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