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땅 파먹고 장사하냐.
앞서 설명한 것처럼 서비스에 마중물을 붓는 것을 시작으로 서비스는 슬슬 돌아갈 것이다. 그다음 우리가 상상하는 아름다운 그림은, 계획한 로드맵 그리고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아서 서비스를 개선시키며 착착 성장시키는 것이다. 점차 많은 사람들이 우리 서비스를 사용할 것이다. 우리는 유명해질 것이다. 토스처럼, 당근마켓처럼 되는 것이다. 그럼 이제 우리의 할 일은 끝인가?
놉. 이제 또 다른 퀘스트다. 돈을 벌어야 한다.
사실 진즉에 벌었어야 했다. 서비스를 만드는 동안 제품 개발비, 인건비를 충당하고, 사무실 임대료, 서버 운영비를 대느라 회사는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들인 비용을 넘어서는 (수익분기점을 넘기는) 돈을 벌어야 하고, 사용자가 커짐에 따라서 매출이 마르지 않게 나올 수 있는 돈줄을 마련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이제 돈을 벌어보자.
서비스를 운영하며 돈을 버는 방법은 대부분 이 세 가지 범주 안에 들어온다.
첫 번째, 광고이다. 서비스에 사용자들이 어느 정도 모인다면, 서비스의 어느 영역에 노출형 광고를 붙일 수 있다. 사용자 방문(트래픽)이 많아지면 팔 수 있는 광고의 양이 증가하고,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이다. 그러나 광고로 돈 좀 벌었다 싶으려면 엄청난 트래픽이 필요하다. BM을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 일단 사용자만 모아놓고 생각하자 하는 사람들이 가장 쉽게 이야기하는 것이 '나중에 광고 붙이면 되지'인데 그들에게 이야기하자. 광고비로 배불리기 얼마나 힘든지 정녕 그 작은 돈으로 언제 태산을 만들 생각인지. 실례로, 네이버 모바일 뉴스 기사들 중간에 위치한 띠배너의 최근 광고단가는 1회 노출에 5원꼴이다. (CPM 5,000원. 2023년 8월 기준) 그 화면에 누군가 들어와 1회 광고를 보고 나가야 5원을 벌게 된다. 천 명이 한 번씩 그 화면을 보아야 5천 원을 버는 것이다. 하루에 50만 원 벌려면, 10만 회의 노출이 발생해야 한다. 게다가 요즘 광고주들은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광고 노출이 아닌 광고를 클릭하는 것에 돈을 지불하기도 하고, 동영상 광고를 일정 부분 이상 보아야만 돈을 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광고비를 벌기는 더 어렵다는 이야기다. 당신을 포함하여 많은 이들이 광고를 회피하고 있고, 광고를 회피하는 기술도 발전하는 시대이다. 이런 때에 광고만을 유일한 수익모델로 생각했다면, 돈 벌기를 아주 우습게 본 셈이다.
두 번째는, 수수료 부과 모델이다. 금융 수수료를 상상하면 쉽다. 카드 결제 수수료,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간편 결제 수수료 등이 해당된다. 거래를 할 때마다 결제금액의 몇 퍼센트, 약정된 비율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것인데, 직접적인 이용료가 아니기에 소비자의 구매 행동 및 사업 전개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거래량이 늘어날수록 연동된 수수료 금액이 커지게 되니, 사업자 입장에서는 파이프라인 하나 잘 깔아 둔 것만으로 지속적으로 매출이 생기게 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상품을 구매를 하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네이버페이를 선택하고 등록해 둔 삼성카드로 결제를 했다면, 상품 판매자는 네이버에게 3.74%(일반 업종 기준)의 페이 수수료를 내야 한다. 네이버의 주문 및 페이 시스템을 이용해서 상품을 판매했기 때문에 네이버에 내야만 한다. 그렇다면 이 3.74%를 모두 네이버가 먹느냐, 그렇지는 않다. 이 중 절반 정도는 삼성카드가 가져간다. 그리고 또 소수점 몇 프로는 삼성카드가 이용하고 있는 카드 네트워스서비스사(VISA or master)가 가져가고, 카드 단말기를 제공한 VAN사, PG사 등도 일부 수수료를 먹게 된다. 네이버와 카드사, VAN사, PG사 그리고 Visa까지.. 우리의 결제와 쇼핑 단계에서 판매자과 구매자의 거래 길목에 레일, 통로를 만들어 놓고, 그 길 위에서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수수료를 수취하는 이들이 있다. 일종의 통행세, 플랫폼 이용 수수료를 따박따박 받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작은 비율이지만 지속적으로 일정하게, 가만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는 수수료 모델을 만들 수 있다면, 바랄 나위 없을 것이다.
세 번째는 직접적인 서비스 이용료 부과 방식이다. 넷플릭스/티빙 등 OTT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이용료를 내고, 쿠팡와우/네이버플러스 등 멤버십 서비스를 받기 위해 월정액 요금을 내는 것이다. 청소연구소에서 1회의 가사청소 서비스를 받으려면 몇 만 원의 정액 요금을 내야 하고, 쏘카에서 12시간 동안 차를 대여한다면 시간만큼, 운행 거리만큼 정률 요금을 내야 한다. 서비스 이용의 빈도와 주기를 고려하여 적정 결제 금액을 만들고 구독형 상품으로 묶을 수 있고 사용량/사용건당 이용료를 부과하거나, 종량제 방식으로 선 결제를 유도할 수도 있다.
위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수익 모델을 만드는 방식은 대부분 광고, 수수료, 서비스이용료로 좁혀진다는, 즉다 거기서 거기이다. 다만 아래 내용들을 다양하게 고려하고 변주하여 서비스에 적합한 수익 모델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첫 번째, 누구에게 과금하느냐에 대한 고민이다. 주로 양면시장(Two-side market)에서 해당되는 문제인데, 답은 더욱 아쉬운 쪽이다. 앞의 챕터에서도 예를 든 알바 매칭 서비스라고 한다면, 아르바이트생을 뽑으려는 사람(알바 일거리를 포스팅한 사람)에게 일거리 포스팅 요금을 부과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알바를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돈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와 같이 알바생 우위의(알바생이 부족한) 시장에서는 알바생에게 돈을 받는 구조는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동남아는, 일거리 보다 일을 구하는 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알바생 열위) 시장이다. 이러한 시장에서는 일을 구하는 사람에게 소개비를 부과하는 모델이 가능하게 된다.
두 번째, 요금 부과 시점과 빈도를 생각해야 한다. 국내 알바매칭 서비스를 보면, 일거리 포스팅 회당 비용을 부과하기도 하고, 일거리 포스팅이 잦은 업체를 대상으로 1주 혹은 1개월 무제한 포스팅 요금제를 만들어두기도 했다. 그리고 알바생이 구해진 것을 확인한 뒤, 채용 성사 수수료를 받는 곳들도 있다. 다양한 사용 행태를 고려하여 촘촘하게 요금제를 설계한다면, 수익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진다. (참고로, 알바몬에는 PC/모바일 내의 각 영역과 기능을 모두 분리하여 총 50여 가지의 요금제를 두고 있다. 이것이 최고의 매출을 뽑는 방법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나 요금제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 번째는, 얼마의 요금이 적정한가에 대한 문제이다. 고객의 지불의향금액을 파악하여 받을 수 있는 최대를 받는 것이 회사를 풍요롭게 할 것이다. 사람들의 속마음을 확인할 수 있을까? 업계에서 통용되는 가격이 있다면 참고할 수 있다. 만약 기준점이 전혀 없다면 사용자에게 직접 묻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여태껏 공짜로 이용하고 있던 서비스에 단 얼마라도 유료화를 하려는 조짐이 보인다면 저항하기 마련이니,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물어볼 수 있겠다.
1) 현재의 oo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월 10,000원을 지불해야 한다면 결제하시겠습니까?
2) 1번 질문에 '아니오'라고 응답한 사람에게만, 현재의 oo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월 5,000원을 지불해야 한다면 결제하시겠습니까?
1번과 2번 응답자의 숫자를 파악하여, 유료화의 수준에 대한 감을 잡고, 사용자 수용 정도를 예측해 볼 수 있다. 설문을 하는 과정에서, 결제 의사가 없으면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전제를 깔아 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수익모델 설정과 관련해서 여러 썰을 풀었지만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 서비스 안에서 누가 지불 의사가 높은가를 확인한 뒤, 그가 서비스를 떠나지 않고 사용할 수준의 금액(지불용의 최대금액, willingness to pay)을 맞춰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빈도와 시점 등을 고려하여 요금제의 세부사항을 만들어 나가면서 사용자의 거부감을 줄이고, 매출은 최대로 뽑을 수 있는 선을 찾는 과정을 계속해나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