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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영 Sep 10. 2023

제휴의 방법

사업의 기술 1


혼자 가는 것보다는 같이 가는 것이 빠를 때가 있고, 혼자는 절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였으나 누군가와 함께여야 가능한 경우가 있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서비스를 검증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모 갖추고 직접 해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전문성이 없는 분야가 존재하고, 이제와 투자하기에 너무나 많은 시간과 돈이 드는 것들이 있다. 이러한 경우에 더 잘할 수 있는 회사 혹은 이미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회사와 손 잡는 것이 좋은 해결책일 수 있다. 특히 리소스가 많지 않은 스타트업에서는 한정된 환경에서 최대의 결과를 뽑기 위해 때로 남의 손을 빌리고, 남의 영역에 숟가락을 얹어야 하는 상황이 온다. 내 것을 내어주고 남이 가진 것을 취하여 더 큰 이익을 노리는 것, 사업 제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제휴의 방식은 다양하다. 제휴 강도에 따라서 기술적으로는, 아래와 같이 구분할 수 있다.


1. 지분 제휴 (상호 출자)

- 서로 지분을 출자, 공급하는 계약을 통해 상호 간의 관계를 공고히 하는 방식이다. 각 회사의 핵심 비즈니스를 강화하기 위해서 진행된다. 제휴의 강도가 높다. 


2. 합작 회사 (Joint Venture, 신규 출자)

- 법적으로 독립된 회사에서 함께 투자하여 신규 법인을 설립하고 이윤을 나누는 방식이다. 


3. 무지분 제휴

-  상호 연계를 통해 최대한 시너지를 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주식 거래 즉 지분을 섞거나 교환하지는 않는다.


* (제휴는 아니지만) 대기업에서 외부 리소스를 들여오기 위해 인수, 합병을 하기도 한다. 

- 자본력이 있고 대기업에서는 신규 사업 진입의 시간을 줄이고, 빠르게 시장 침투를 하기 위해 기존 기업을 인수하고, 합병한다. 진출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해 빠르게 진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0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기회가 있다고 판단되고 가능성이 있는 회사를 사들여 거의 완성체로 바로 사업을 시작하고, 계열사들과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얻는 방식이다. 이것을 제휴라고 할 수 없고, 스타트업계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방식이지만, 외부의 리소스를 들여오는 방식의 하나로 소개하였다. (참고로, 킬러 인수라고 하여 미래에 발생할 경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잠재적 경쟁업체를 인수하는 경우도 있지만, 위의 목적과는 다르다.)




그리고 '전략적 제휴'라는 표현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위의 분류와는 다른 개념으로, 지분이 섞일 수도 있고 안 섞일 수도 있다. 기업과 기업이 상호 보완하고 경쟁을 회피하고,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 서로 협력하겠다는 협약을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연구 개발의 시간과 비용 단축을 하며 상품을 공동 개발하기도 하고, 제휴사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프로모션 하며 공동 브랜딩을 하기도 하고, 제휴사 간 가격 할인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목적과 내용으로 제휴를 맺게 된다.


이렇게 다양한 제휴 방법론이 존재하고, 뉴스 검색만 해보아도 어디와 어디가 제휴를 했다는 기사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며 손을 맞잡고(보는 사람도 불편하게 크로스로도 손을 잡는) 사진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이렇게 떠들썩하게 제휴를 선포하는 것에 비해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 시작은 화려하지만 끝은 흐지부지 되는 것이 다반사요, 사공이 많아 산으로 가버리는 게 대다수인 제휴. 제휴를 성공적으로 시작하고, 마치는 방법은 뭘까?


제휴 설계에서 잃지 말아야 할 세 가지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우리를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1) 필요한 것,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무엇을 위해 제휴를 하려고 하는가, 목적과도 연관되는 부분이다.

2) 우리의 강점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상대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그것이 시장에서 어떠한 가치가 있는지, 즉, 내가 가지고 있는 패가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갖고 싶은 것만 생각하고, 우리의 패에 대해서 과대 평가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작은 부분에서라도 우위가 없다면 상대에게 전혀 매력 어필이 안될 것이다. 이 부분은 우리의 협상력을 올리고, 딜이 성사되게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두 번째, 파트너사와 파트너사의 요건을 구체화해야 한다.

1) 우리에게 부족한 그것을 가지고 있는 잠재 파트너사는 어디인지, 최적의 제휴사는 어디인지 리스트업 해야 한다. 

2) 상대에게 요구할 것의 범위를 구체화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이 제휴를 통해 우리 회사가 만들어내야 할 것(end goal)이 무엇인지, 목적의식이 뚜렷해야 한다. 다시 말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제휴를 했다는 것을 잃지 말아야 한다. 당연한 소리 같지만, 생각보다 많은 경우에 주고받을 것이 명확하지 않은 채 제휴를 맺기도 하고, 제휴를 맺는 과정, 맺었다는 결과에만 매몰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제휴 관계를 맺었음', '제휴 협약식을 했음'이 성과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에서 설명하겠다.) 

제휴 설계에서 중요 포인트 3가지!
1) 우리를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2) 파트너사와 파트너사의 요건을 구체화해야 한다.
3) 제휴를 통한 End Goal을 명확히 하자.




이제 위의 세 가지 포인트를 잘 담아서 제휴 계약서를 구성하는 방법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계약서 작성 시에 챙겨야 하는 실질적인 내용이다. (JV나 지분제휴 등 제휴의 강도가 높은 경우, 지분 관계나 수익 셰어 등 아래 외에도 더 기술적인 내용들이 포함될 것인데 그 부분은 고려하지 않았다.)


제휴 계약서 작성 시에 가장 중요한 것은 input을 잘 정의하는 것이다. 계약서에서 주로 "의무" 혹은 "제공 내역"이라고 쓰여있는 부분으로 서로의 회사에서 무엇을 투입할 것인지에 대한 약정이다. 우리 회사에서 넣는 크기만큼 상대방의 회사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크기를 제공하는지 체크해야 한다. 한쪽이 너무 크거나 작은 것은 아닌지, 양사 서로 의미하는 바가 다르지는 않은지 오해가 없도록 명문화한다. 이는 최대한 자세하게 작성하는 것이 좋다. 디테일한 내용을 계약서 본문에 작성하기 어렵다면 별첨을 두어 상세한 요구사항을 기재하자. 그림이던 예시 자료던 최대한 많이 넣어서 나쁠 것 없다. 


그다음은 output. 결과물에 대한 권리이다. 앞서 말한 대로 JV나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한 경우라면 양사에서 리소스를 투입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수익)을 각자 넣은 지분만큼 혹은 사전에 약정한 만큼 나눠가질 것이다. 수익을 상정하지 않고 제휴를 한 경우에는 만들어진 결과물에 대한 소유권, 사용권, 저작권 등 각종 권리를 약정한다. 디자인 및 기술 결과물을 공동 소유할 것인지, 일방이 소유할 것인지, 결과물을 바탕으로 한 수익은 어떻게 나눌 것인지 등등을 기재한다. 


세 번째, 제휴 기간의 설정 및 제휴 계약서의 파기 가능성에 대한 부분이다. 당장엔 이 제휴가 꼭 필요한 듯 보여도 한쪽이 크게 성장하면 일방적으로 파기를 요구할 수도 있고, 반대로 망해버려도 파기될 것이다. 지금은 상상되지 않겠지만 파기를 하고 싶은 쪽이 우리일 수도 있다. 하여 파기 방법과 파기 시에 손해 배상 등을 잘 기재하되, 파기 시 강한 페널티 조건을 거는 것보다 어느 정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퇴로를 열어놓는 것도 좋겠다. 만약 타사에 의해 제휴가 파기되어서 우리 회사에 큰 타격이 간다면 제휴 전략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 제휴는 지금 당장 우리 손에 없는 것을 남의 힘을 빌어 메꾸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우리 회사에서 없어서 안 될 필수적인 것을 제휴로 계속 이용하려는 생각이라면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 필수적인 것은 기술 개발을 하던 사용 권리를 구매하던지 하여 자체적으로 보유를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휴를 진행하는 마음가짐,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파트너사를 발굴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히고 공감대를 형성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빠르게 제휴 계약을 완료하고 협업에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완벽한 50:50은 없다는 것이다. 주는 만큼 정확히 받을 수 없다. 내가 주는 것보다 더 받을 수도 있고, 덜 받을 수도 있다. 양사 제공 내역의 가치를 정확하게 산출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양사 해석의 차이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누가 더 아쉬운 쪽이냐에 따라 협상 테이블은 기울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순간에 자존심을 앞세우기보다 왜 제휴를 맺기로 했던가 다시 한번 상기했으면 한다. 우리는 얻을 것이 있어서 시작했지 주는 만큼 딱 그만큼 받기 위해 시작한 것이 아니다. 


여기에 덧붙여 나는 좀 더 많이 가진 쪽에서(큰 회사에서, 경쟁 관계가 아니라면) 더 내어주는 것이 수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경험이 많고 더 많은 리소스를 가진 회사라면 처음에 무언가를 내어준다면 초반의 과감한 결정으로 통해 양사 신뢰가 쌓이게 되고 디테일한 세부 내역 논의는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아주 공정한 거래를 하려다가 시간을 많이 허비하는 것보다 협상은 빠르게 마치고 진짜 일을 해야 한다. 작은 것을 다투느라 정작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시간이라는 자원을 낭비하지 않기 바란다.  


제휴 계약서에서 빠트리면 안 되는 내용들!
첫 번째. 양사 제공내역(의무)을 정확하고 상세하게 기술하라.
두 번째. 제휴를 통한 결과물에 대한 권리를 명확히 하라.
세 번째. 파기의 가능성도 남겨두어야 한다.

덧+) 완벽한 50:50은 없다. 빠르게 제휴를 맺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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