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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영 Oct 02. 2023

작고 알찬 파트너쉽이 필요한 때가 있다

사업의 기술 3

앞서 소개한 양사(1:1)간 분명한 제휴 사례와 달리 이색적인 케이스를 소개하려고 한다. 사업 전개의 뷰를 넓히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회사 내에 제휴 및 사업 조직은 다양한 형태로 기능할 수 있다. 많은 대기업의 경우 제휴 사업 만을 위한 (이를테면 제휴사업실 같은 이름의) 조직, 혹은 대관을 위한 조직이 별도로 존재한다. 외부의 어느 인물/조직/회사를 만나고 청탁해야 일이 돌아갈 수 있는지 훤히 꿰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조직이다. 탑라인에서 요구하는 제휴의 구도를 만들고,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 특화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은 세세한 것에 취약하다. 기업 간 커뮤니케이션을 전담하고, 로비를 할 수 있겠지만 본 사업의 핵심을 파악하는 데에는 부족하다. 이들에게 요구 사항을 설명해야 하 내부 커뮤니케이션 리소스도 상당하다.   


반대로 각 서비스/프로덕트 조직에 사업 담당자가 속해있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프로덕트에서 원하는 요구 사항을 디테일하게 그리고 빨리 외부에서 조달해올 수 있다. 하지만 회사의 전체적 상황을 조망하기엔 역부족이다. 전사 조직에 비해서는 문제를 지엽적으로 해결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 두 가지 조직 체계를 보완하기 위해, 프로덕트 안에 사업 담당자가 있으면서 전사 공통의 제휴 조직도 존재하여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판을 키우며 도움을 받는 형식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때에는 전사와 공유하고 판을 키우는 것이 속도를 지연시키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2015년의 나도 그랬다. 당시 나는 네이버 광고사업 부서에서 네이버랩스로 옮겨 새로운 역할을 맡은지 1-2년 정도 되는 때였다. 속도감 있게 과제를 수행하고 싶었다. 하여 나에게 부여된 미션을 회사 차원의 큰 과제로 만들기보다 단건의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나는 여전히 그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설사 네이버의 경영진은 다르게 생각할지라도.




당시 나는 네이버 내의 기술조직이던 네이버랩스에 두 명뿐인 BD, 사업개발 담당이었고,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차랑 내에서 미디어와 콘텐츠를 음성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외부 디바이스(헤드유닛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과제가 있었다. (휴대폰에서 다 되는데, 이것을 왜 별도 하드웨어로? 그것도 왜 네이버에서? 라는 궁금증이 든다면 여기에서 확인 가능하다.)


사업 담당자로서 내가 맡은 임무는 프로덕트 생산 및 운영에 필요한 모든 외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1. 하드웨어 개발사 서칭 및 계약

휴대폰보다 더 큰 화면의 외장형 디바이스이면서 심미적으로도 훌륭한 하드웨어를 선보이기로 했다. 이를 위한 디바이스 리서치 등 일부 담당했지만, 하드웨어 관련 지식이 있는 많은 분들께 묻어갔다.


이렇게 생긴 것을 만들려고 했고, 만들었다. (출처 : 네이버랩스 홈페이지)


2. 서비스 내에 들어갈 콘텐츠 확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안에서 이용할 수 있는 지도/내비를 포함하여 뮤직 등 음성 서비스 등 콘텐츠를 소싱해야 했다. 스포티파이 등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연결할 계획도 있었으나, 우선은 네이버 서비스(뮤직, 오디오, 스포츠뉴스 등) 부터 컨택했다. 각 서비스 담당자에게 프로덕트를 소개하고 이용 협의를 직접 진행했는데, 특히 네이버 뮤직(현재 VIVE)의 경우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만 제공하지 실질 음원 제공은 CJ 엠넷이 담당하고 있었던 터라 간단치 않았다. 유료 이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가가 협의의 쟁점이었다.


3. 서비스 운영사 확보

네이버는 이 프로덕트를 통해 도로 위의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는 목표가 있었고, 네이버의 새로운 도전을 알리고자 했다. 그러다 보니 위의 디바이스를 차량에 부착하여 안정적으로 운영할 회사가 필요했다.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할 수는 없으니)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제조사부터 시작하여 자동차와 관련된 서비스 및 디바이스를 제공, 개발하는 모든 업체와 제휴를 타진했다.


4. 통신 공급

휴대폰과 PC에서의 이용 경험을 차량 안으로 그대로 연결시켜야 했으니 안정적 통신 연결이 필수였다. 이 디바이스만을 위한 통신 요금제 개발 혹은 데이터 이용 계약 등을 통해 유상 이용을 해야만 했다.




만만치 않은 것은 3번과 4번이었는데, 고민 끝에 이 복잡한 두 가지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하는 판을 짰다.


위 프로덕트는 네이버의 정식 서비스가 되기 전,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첫 번째 시작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보니 판을 키우기보다는 작게라도 빠르게 선보이는 것이 필요했다. 여러 가망 제휴사를 리서치하고 컨택, 조율한 끝에 차량 공유서비스 '그린카'와 사업 제휴를 선택했다. 당시 그린카의 경쟁사인 쏘카는 차량용 외부 디바이스에 투자를 이미 진행한 상태였고, 그린카 차량 위에는 통신 연결이 안 된 깡통 내비가 달려있는 상황으로 기억한다. (하아 옛날이여- 10년 전에는 실시간 교통정보가 없이 길안내만 해주던 내비게이션을 쓰기도 했었다.) 통신형 내비가 필요했던 그린카는 네이버와의 제휴를 통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상당히 큰 기대를 했고, 적극적으로 협조를 했다.


사업제휴의 Tip 하나.
가망 제휴사의 경쟁 상황은 기회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망 제휴사의 아픈 손가락을 파악하라.


그렇게 그린카와 한 테이블에 앉고, 우리의 계획을 펼쳤다. 네이버랩스에서 직접 제작한 디바이스를 그린카에 제공하는 조건으로 통신 문제를 포함한 몇 가지 부담스러운 이슈 해결을 부탁했다. 사실 이번 사업에 특정 통신사를 끌어들여 3자 협력 관계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다. 네이버는 이미 SKT, KT, LGU+ 국내 모든 통신사와 제휴 케이스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강대 강의 만남을 원하지 않았다. 특정 통신사와 자동차 관련 비즈니스 논의를 시작하는 순간, 전사의 아젠다가 될 가능성이 컸다. 네이버 내부 보다는 통신사쪽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로드가 걸릴 것이 예상되었다.


네이버가 통신사와 직접 만나면 여러 부서의 다양한 요구사항이 협력 희망사항 안에 포함되고, 의사 결정은 최상위로 올라가고,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 진행 속도가 더디어질 것을 알았다. 여차하면 협력이 불발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린카 측에서 통신사와의 모든 계약 및 통신 서비스 이행을 책임지도록 했다. 그 결과, 통신사와 밀고 당기기를 하는 길고 지난한 협상 과정을 생략하고, 서비스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사업제휴의 Tip 둘.
직접 협의하기 부담스러운 상대가 있다면, 제휴 상대방에게 그 역할을 맡기자. 그것이 제휴의 이점이기도 하다.


결국 네이버는 계획한 대로 자동차 시장에 의미 있는 진입을 하게 된다. 그린카는 약 3년간 NAVERLABS AWAY라는 이름의 해당 서비스 운영을 했고, 네이버는 차량 환경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네이버에서 직접 개발한 하드웨어에 네이버의 서비스를 담아 차량이라는 생소한 환경에서 운영하는 어려운 사업이었지만, 좋은 파트너사와 간결하고 명확한 사업 구조를 만든 덕분에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허울 좋지만 영양가 없는 제휴보다는, 작지만 명확한 제휴가 좋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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