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유연지
엄마, 오늘 국어 시간에 연음 문자에 관해 배웠는데 선생님이 한 단어를 체크 안 하신 거야. 그래서 내가 '선생님 이것도 포함해야 할 것 같은데 빠진 것 같아요'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따지지 말고 그냥 넘어가’라고 하셨어.
하교 후 집으로 돌아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는 아이 입에서 오늘은 기가 막힐만한 얘기가 튀어나왔다.
‘그런 일이 있었어? 속상했겠다. 그래도 네 덕분에 친구들이 알게 되었겠다. 그런데 선생님도 실수할 수 있어.’
‘선생님도 실수할 수 있지, 빠진 거면 어, 그래 선생님이 빠뜨렸나 보네. 그러면 되는데 그냥 넘어가라고 하니까 그런 거지. 그럼 애들이 이 단어는 못 배우는 거 아니야!'
안다. 네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정확히 무엇인지 엄마에게도 전달이 되었다.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치부를 들킨 것 같아 속상한 마음에, 하나쯤은 눈 감을 수 있지 않냐는 자기 박애 정신일지언정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틀린 건 틀렸다고. 미안한 건 미안하다고. 아이라고 얕보지 말고 용인할 수 있는 용기 내었으면 좋겠다.
아이와 대화할 때마다 어리다고 무시한 적 단 한 번도 없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네 생각의 근원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늘 되물었다. 되묻고 되묻는 과정을 되풀이하다 보면 서로 자기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핏대를 세우던 적도 많았다. 아이라고 봐주지 않았다. 그럴만한 명분이 없었다.
옳고 그른 일은 늘 논쟁을 거듭했다. 아이도 지지 않으려고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상식을 동원해서 대항했다. 승자는 늘 엄마다! 엄마와의 논쟁에서 마지막에 꼬리를 내리는 것은 아이였지만, 물러서는 연습을 시키진 않았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
어른이라고 다 알지 못한단다. 어른이라고 모두 다 성숙하진 않다. 매너 있게 행동하되 소신껏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지금처럼 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