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soh Oct 27. 2019

그리움

혼자가 혼자에게_이병률, 달, 2019

2007년 12월 송년회 자리. 오랫동안 애정을 가졌던 내 모든 것이 순간의 실수로 무너졌다. 엄마에게 울면서 전화를 했다. ‘남자들은 술 취하면 다 그렇다. 그러니 잊어버려라.’ 스물여덟의 나는 엄마 말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회사를 그만두었다.


회사를 그만두고나서 내가 제일 먼저 했던 일은 유럽행 비행기표를 예매했던 일, 유럽 여행자 카페에 가입하고, 한인 민박집을 예약하고, 송금을 하는 따위의 일을 했다. 그리고 무작정 떠났다.


혼자서 떠나는 첫 여행이라 많이 무서웠다. 두려웠고, 외로웠다. 그럼에도 강행했다.

그래야 할 것 같아서.


히드로 공항에 도착해서 지하철을 타고 한인민박집을 찾아 헤맸다. 헤맸다. 민박집에 전화를 해서 물어봐도 알 수 없는 곳을 얘기하니 헤맸다는 표현말고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결국, 누군가 나를 데리러 왔다. 그를 보는 순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어디를 어떻게 여행해야할 지 알 수 없어 방황했다. 민박집 사장님의 도움으로 런던 이곳저곳을 다닐 수 있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째 접어들자 조금 용기가 생겨났다. 중앙역으로 가서 시티맵을 받아들고 여행지를 물색했다. 공간감각이 있는 편이라 곧잘 찾아다녔다.


도미토리에서 여행자들에게 정보를 얻어가며 이곳저곳을 정처없이 걸어다녔다. 매일 4~5시간씩 걸어다녔던 것 같다. 다리는 아프지만 참 좋쿠나.


외국.



그런 나와 여행을 함께 했던 ‘이병률’

걷다가 힘이 들면 벤치에 앉아서 꺼내 들었던 그의 책 ‘끌림’


이병률은 내게 그런 존재.

2008년 3월 낯선 곳에 떨어진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


결혼을 하며 동생과 함께 남겨두고 왔던 책.

그리고, 동생이 이사를 하며 버려진 책.


그런 그가 신간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이끌리듯 주문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른만큼 당시의 아픈 기억은 희미해졌고,

내게 남아 있는 건,


이병률

런던

파리

그리고, 그리움


성숙하지 못하다는 것은 마음이 시키는 것이 있을 때에도, 몸이 시키는 일이 있음에도 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우리는 마음의 사용법과 몸의 사용법 앞에서 숱하게 주저해왔다. 혼자 헤쳐온 일이 거의 없는 생을 산다면 우리는 자주 난감해할뿐더러 인생의 그 어떤 무늬도 만들지 못한다.(p.15)



당신이 혼자 있는 시간은 분명 당신을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어떻게 혼자인 당신에게 위기가 없을 수 있으며, 어떻게 그 막막함으로부터 탈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혼자 시간을 쓰고, 혼자 질문을 하고 혼자 그에 대한 답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 사람을 괴롭히기 위해 닥쳐오는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당신은 그 외로움 앞에서 의연해지기 위해서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면서 써야 한다. (P.16)



혼자가 혼자에게_이병률, 달, 2019



매거진의 이전글 인간 소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