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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h Apr 17. 2020

올바른 마음을 쓰는 일

역사의 쓸모_최태성, 다산초당, 2019


초임 교사 시절에 가졌던 그 뜨거웠던 열정, 저는 아직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그 열정의 모양이 좀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누군가를 바꾸려는 태도는 없어졌고, 그저 제가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구원받은 것처럼, 저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의 중심을 잡는 것만큼 주변 관계에 충실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작은 관계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나눌 수 있는 도움을 주자고 매일 다짐합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만큼 나를 아껴주는 사람도 많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면 분명 나와 우리가 행복한 사회가 가까워질 거라 믿습니다. 70만 년의 역사를 돌아봐도 이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인류는 분명 이전보다 더 많은 자유를 확보하며 전진하고 있습니다. 긴 호흡으로 역사를 바라보면 결국은 사람과 세상에 대해 낙관적인 시각을 갖게 됩니다.(p.291)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쓰는 일은 대걔 그런 것이었다.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하는가?

어떠한 사람으로 남기를 원하는가?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이 끌리던 것은, 자기가 하는 일에 올바른 마음을 쓰는 일을 하는 것들. 이를 테면 최태성 선생님처럼 ‘돈이 있으나 없으나 듣고 싶은 강의를 하는 일.’ ‘좋은 재료와 정성을 쏟아서 물건을 만드는 일.’ 혹은 내가 가진 컨텐츠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영향을 끼쳐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전달하고 싶어하는 일들. 그러한 일들에 이끌리는 것을 보니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도 그러한 것들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나서 알게 되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부끄럽지 않고, 내가 마음쓰는 것들에 진심을 다하는 태도.

회사를 다니면서 이 부분에서 내면적 갈등이 있었다. 내가 원하는 방향은 정방향이였으나 업을 하고 있는 동안은 늘 같은 길로 걷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일들은 과연 옳은 일이였던 것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한치의 부끄러움이 없는 것인가?

첫 번째 고비가 왔을 때는 사사로운 이익이 지배층으로 몰려가는 것을 볼 때였다. 그리고 그러한 일을 내 손을 거치면서 해야 하는 상황들이 빈번하게 일어나다보니 자괴감이 밀려왔다. 이전에도 비슷한 업무들을 했었기 때문에 ‘내가 지금 너무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은 아닌가? 쓸데없는 오지랖을 부리는 것은 아닌가?’ 라는 가면을 씌우며 아닌 척, 모르는척 하며 넘어갔다.

두 번째 고비가 왔을 때도 비슷한 순간이었다. 내가 일하던 직장은 생산 공장이었다. 생산직 공장에 인력을 공급하고 생긴 마진으로 회사를 운영하며(물론 누군가는 그러한 일을 해야하지만) 그들의 노동력의 댓가로 생긴 이익 또한 지배층으로 몰려가는 것을 보는 순간이였고 그 일 또한 내 몫이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런 일이 아니였다. 나는 회사를 경영하며 회사의 씀씀이가 어디서부터 어디로 이동이 되는지 그러한 것들을 회사의 사정에 맞게 운영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최저 시급을 베이스로 아침 9시에 출근을 해서 저녁 9시까지 일을 하는 근로자(세금을 얼마를 내고 일을 하고 있으며, 왜 그러한 비율로 세금을 공제하는 것인지에 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혹은 그런 것들은 머리가 아파서 알고 싶어하지 않는)들의 임금을 착취해서 지배층의 주머니에 넣어주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생산직 근로자들은 자신이 하루 중 얼마의 시간동안 일을 하는지, 사용할 수 있는 휴가는 있는 것인지? 퇴직금은 받을 수 있는 것인지 없는지 그런 것들을 궁금해 했다. 이전에 집권 했던 속칭 ‘작업 반장’은 근로자들에게 그런 것을 궁금해하지 말고 일이나 똑바로 하라는 말로 전체를 매도했다고 했다.

나는 일을 하는 동안 근로자들이 하루에 몇 시간 일을 하고, 한달에 잔업은 몇 번을 했는지, 사용할 수 있는 연차는 몇 개가 있으며,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요건, 연차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요건등 이를테면 근로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행위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주려고 노력을 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을 하나씩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전체가 모여있는 커뮤니티에서 그들이 정당한 권리를 취할 수 있도록. 물론 그렇다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까발리긴 어려웠다. 나는 중간관리자였으니까. 다만, 그들이 반드시 꼭 알아야 하는 일은 직접 대면하고 추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려주는 선에 그쳤다.
결정적인 이유는,

‘나는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바꿀 수 있어. 하지만 너는 같이 갔으면 좋겠어.’

나는 일을 하는 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소홀한 사람치고 잘 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우리는 ‘한 배를 탄 사이’ 인데 진작부터 다른 배를 타고 있었던 사람과 어찌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일까.

지나온 시간은 돌아갈 수 없으니 역사가 된다. 회사를 떠나며 나는 앞으로 ‘지금과 같은 일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전과 같은 일을 하며 스스로를 갉아 먹는 시간으로 내 남은 역사를 써내려가고 싶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막연히 가지고 있던 생각을 정립할 수 있어 감사했다.



 강의는 돈이 없어서 어쩔  없이 듣는 무료 강의가 아니라 돈이 있어도 들을 수밖에 없는 무료 강의로 만들겠다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게 되었거든요.

 길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달리다 보니 힘들고, 흔들리는 순간도 있더군요. 그때마다 이회영 선생이 제게 남겨주신 ‘ 번의 인생, 어떻게  것인가라는 말을 떠올립니다.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저의  번뿐인 인생을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을 주는 일들로 채워 제가 죽을   질문에 ‘일생으로 답할  있기를 바라며 하루하루 성찰하며 살고 있습니다.(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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