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AT과 TOEFL 시험 점수 준비하기
해외 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점수가 필요하다. GRE와 TOEFL. 공부를 늦게 시작했지만 다행히 TOEFL은 이미 한번 시험을 봐서 그럭저럭 어디 낼 만한 점수가 있었다. TOEFL은 이걸 쓰기로 하고, 내 경우에는 경영학 전공이라 GRE 대신 GMAT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주변의 추천을 받아 가장 유명하다는 학원에 등록했다.
평일에 내 일과는 다음과 같았다. 회사(강남)에서 지하철을 타고 집(강북)으로 돌아와서 잠시 눕는다. 고양이에게 저녁밥을 챙겨주고 나도 간단한 저녁 - 한창 입덧이 있을 때여서 몸이 받는 음식만 먹었는데, 주로 매콤하고 새콤한 비빔면류 - 을 먹는다. 교재를 챙겨 버스를 타고 다시 학원(강남)으로 간다. 약 3시간의 수업을 듣고 버스를 타고 다시 돌아오면 11시 쯤이 되었다. 집에 돌아오는 과정이 참 비효율적이긴 했지만, 그 잠시의 휴식이 없으면 밤을 버틸수 없기에 나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초기 임산부들에게 대중교통은 가혹하다. 이전보다는 인식이 분명히 나아졌지만, 배가 눈에 띄게 나오지 않는 초기 임산부들이 자리를 양보받기란 쉽지 않다. 가방에 뱃지가 있대도 보통 출퇴근 시간에 앉아서 잠을 자거나 휴대폰에 눈을 떼지 않아 보지 못한 경우가 많아, 내 앞에 앉은 그들을 무작정 비난할 수도 없다. 이성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머리 속이 복잡하고 호르몬도 장난치는 나는 모든게 서러웠다.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자리에 앉지 못한 날은 현관문을 열자마자 신발도 벗지 않고 엉엉 울었다.
우여곡절 끝에 나는 만족스러운 점수를 받아 그 길로 학원에 남은 기간의 비용을 환불받으러 갔다. 마침 쉬는시간이셨던 강사님이 지나가다가 듣고 축하 인사를 전해주셨고, 평소에 자랑 비슷한 것도 절대 못 하는 성격인 나지만 한껏 들뜬 마음에 몇 점을 맞았다며 모두 강사님 덕이다 감사하다, 그런 대화를 나누었다. 마침 생일이었던 터라 겸사겸사 맛있는 식사도 하고 즐겁게 집으로 돌아왔는데 강사님의 메일을 읽었다. 임신 상태에서 공부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다. 내 아내도 임신 중이라 마음이 쓰였고 내심 응원하고 있었는데, 잘 마치셔서 정말 기쁘다, 라고 쓰셨다. 티가 나지 않는 줄 알았는데, 수업 시간에 구석에서 졸고 쉬는 시간엔 자리에서 잠드는 불량 학생으로만 보였을 줄 알았는데. 그 전에 한 마디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니었지만 괜히 울컥하고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 후 혹시 점수가 조금 오를까 싶어 TOEFL을 한 번 더 보러 갔다. 시험 시작 전 한 명씩 감독관 앞에서 사진도 찍고 서약서 비슷한 것도 쓰는 절차가 있는데,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분이었던 감독관은 내게 "필요한 거 있으시거나 도와드릴 거 있으면 꼭 말씀하세요." 라는 말씀을 소곤소곤 하셨다. 사실 그때 나는 아침 일찍 나오느라 피곤하고 긴장도 된 터라 '왜 저런 얘기를 나한테만 하지?' 라고 이상하게 생각했다. 시험을 한참 보다가 문득 아, 임산부인 걸 알고 신경써주려고 하셨구나, 하고 바보같이 깨달았다.
임산부로 사는 하루하루는 대체적으로 힘들고, 당황스럽고, 견뎌내는 기분이 든다. 출산이 힘들다는 건 많이 알지만 10개월의 임신 기간동안 이렇게 다양한 이벤트가 벌어지고 여러가지 증상을 견뎌야 하는지는 누구도 알려주지 않으니까. 자리를 양보해 주지 않는 사람들, 앞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무례한 말을 던지는 사람들을 겪으면서 화가 울컥 치밀 때도 많다. 하지만 우리와 같은 임산부를 응원하는 선량한 사람들은 주변에 많이 있다. 앞장서 말하거나 무언가를 건네지 않더라도, 언제든 필요할 때 손을 내밀고 도움을 주기 위해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 내가 다른 임산부들에게 그렇게 했고, 또 하고 있듯이 말이다.